[차관칼럼] 특허 검색 나침반, 특허분류

김원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차관칼럼] 특허 검색 나침반, 특허분류

칼리마코스는 고대 그리스 학자이자 알렉산드리아 학파의 대표적인 시인이다. 기원전 3세기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관장이 된 그는 기존의 문헌들을 정리하기 위해 '피나케스'를 저술했다. 피나케스는 '모든 그리스 문화의 유명한 작품들의 서판'이란 뜻으로 문헌의 형식과 주제에 따라 저자목록을 정리한 일종의 도서분류표였다.

당시 사람들은 피나케스를 통해 방대한 양의 문헌 속에서 원하는 정보를 보다 쉽고 빠르게 찾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피나케스는 도서목록을 효과적으로 분류한 세계 최초의 검색도구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분류'의 이점이 비단 도서문헌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찾을 때, 좋아하는 음악가의 음반을 구매할 때, 우편물을 분류할 때 등 우리는 생활 속 곳곳에서 분류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특허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에 따르면 매년 200만건 이상의 특허정보가 쏟아지고 있으며 각국 특허청은 방대한 양의 특허정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검색하기 위해 '특허분류'에 따라 특허문헌을 분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79년부터 국제표준인 국제특허분류(IPC)를 사용해왔다. IPC는 모든 기술분야를 생활필수품.처리조작.화학.섬유.건설.기계.물리.전기의 8개 섹션으로 나눈다. 그리고 각각의 섹션에 하위분류를 두어 7만여개의 카테고리로 세분화돼 있다.

2012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특허청 데이터베이스(DB)에는 국내문헌 342만건, 미국문헌 637만건, 일본문헌 1515만건, 유럽문헌 278만건 등 총 4700만여건이 탑재돼 있으며 모든 문헌에 대해 IPC가 부여돼 있다. 따라서 특허분류만 안다면 내가 원하는 기술분야의 특허정보를 효과적으로 검색할 수 있다. 특히 기하학적 구조, 기능, 효과 등에 특징이 있어 키워드 검색이 어려운 문헌도 특허분류를 통해서는 검색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특허문헌들이 IPC로 분류되므로 외국어에 대한 지식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해외 특허문헌의 검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 출원인은 특허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특허분류를 사용할 수 있다. 특허분류를 활용해 경쟁기업의 특허기술 동향을 분석하고, 특허권리를 회피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특허분쟁에 휘말리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경쟁기업의 특허권리에 포함되지 않는 공백기술에 대해서는 특허 획득 전략을 수립함으로써 특허를 창출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같이 특허분류는 특허정보 검색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나침반이자 특허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기본 인프라다. 따라서 고품질의 특허분류 체계를 갖추고 특허분류 활용을 활성화하는 것은 그 나라의 특허경쟁력과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우리 특허청은 특허분류 선진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특허분류 체계를 갖추기 위해 CPC의 국내도입을 검토 중이다. 이달 초에 미국과 CPC 시범사업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출원량이 많은 일부 기술분야에 대해 CPC로 분류할 예정이다. 더불어 특허분류에 대한 교육 및 홍보를 강화해 대중의 인지도를 높이고, 전문인력을 양성해 특허분류 활용 저변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더욱 치열해지는 특허전쟁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특허분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특허분류를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특허분류를 활용해 특허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특허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또 하나의 길이 될 것이다.

김영민 특허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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