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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3주년] ‘13’의 기적 (7) 프로야구 데뷔 13년 ’KIA 엔진‘으로 성장한 이범호

성일만 기자
파이낸셜뉴스
[창간 13주년] ‘13’의 기적 (7) 프로야구 데뷔 13년 ’KIA 엔진‘으로 성장한 이범호

열아홉살의 소년이 있었다. 그의 꿈은 한국 최고의 내야수가 되는 것. 그가 자란 대구는 천보성, 배대웅, 김재박, 류중일 같은 명 내야수의 고향이다. 또 우용득, 정현발, 이만수, 이승엽 같은 강타자들을 배출한 곳이기도 하다. 소년은 연고구단 삼성 입단을 희망했다. 하지만 삼성은 그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삼성은 1차 지명에서 배영수(삼성)를 택한 다음 2차 1순위로 김주찬(KIA)을 택했다. 소년은 2차 2순위를 기다리기로 했다. 하지만 그의 바람은 무산됐다. 한화가 2차 1순위 마지막 순번으로 그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타향살이로 접어들었다.

그 소년의 이름은 이범호(32·KIA)다. 삼성의 선택은 옳았다. 배영수는 에이스로 성장했고, 김주찬은 롯데로 트레이드된 후 50억 자유계약선수(FA)가 됐다. 하지만 한화의 선택 역시 틀리지 않았다. 이범호는 한국을 대표하는 내야수 꿈을 이뤘다.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비롯한 숱한 국제대회에서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았고, 2010년엔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에 진출하기도 했다. 이제는 기아차의 엔진으로 성장한 이범호의 굴곡진 프로야구 인생 13년을 돌아본다.

지난 19일 대전 야구장. KIA는 7연승의 과속 페달을 밟고 있었다. 하지만 불안했다. 언제 엔진이 다시 꺼질지 알 수 없기 때문. 1-2의 살얼음판 리드를 지키던 5회. 이범호가 한화 선발 이브랜드로부터 3점 홈런을 뽑아냈다. 그동안 비싼 몸값(연봉 4억3000만원)에도 제몫을 못한다는 따가운 눈총을 받아온 이범호의 통렬한 한방이었다. 이로써 승부의 추는 KIA로 완전히 기울어졌다.

연이은 타석인 7회. 이범호는 거푸 홈런을 터트렸다. KIA 이적 후 첫 연타석 홈런, 상대는 하필 친정팀 한화였다. 무려 1512일 만에 기록한 연타석 아치였다. 이범호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했다. 이범호는 15일 SK전부터 20일 한화전까지 16타수 7안타, 무려 4할3푼8리의 맹타를 휘둘렀다. 홈런 3개와 6타점을 쓸어 담았다. 그의 맹활약으로 KIA는 다시 4강권에 진입했다.

입단 첫해 이범호는 1할대 타율(0.162)에 머물렀다. 고작 69경기밖에 나서지 못했다. 그것도 주전이 아닌 이른바 후보선수로. 하긴 고졸 신인이 데뷔하면서 주전을 차지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2년째도 마찬가지였다. 주전의 기회가 주어진 것은 입단 3년차인 2002년. 남들이 한창 월드컵의 열기에 빠져 있을 때 이범호는 조용히 실력을 쌓아갔다. 111경기에 나와 2할6푼의 타율에 홈런 11개를 기록했다. 이후 이범호는 2009년까지 8년 연속 두자릿수 홈런을 때려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입단 제의가 들어왔다. 재일동포 손정의가 구단주로 있는 소프트뱅크로 2년간 총액 3억엔(약 33억원)이라는 거액의 몸값이었다. 하지만 수비 약점을 지적받으며 마쓰다와의 주전 경쟁에서 밀려 오랜 기간 2군에 머물렀다. 결국 48경기 출전, 타율 2할2푼6리, 4홈런의 초라한 성적표를 제출하고 말았다.

일본에서 이범호는 두 가지 라이벌과 경쟁해야 했다. 하나는 같은 포지션의 라이벌이고, 또 하나는 외국인 엔트리. 일본 프로야구는 무제한 용병을 보유할 수 있지만 1군에는 4명밖에 등록할 수 없다. 따라서 외국인 선수는 조금만 부진해도 즉각 2군으로 내려가게 된다.

이범호는 1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에서의 선택은 KIA. 이범호는 KIA 입단 첫해인 2011년 3할 타율(0.302)에 홈런 17개 77타점으로 완벽하게 부활했다. 그러나 햄스트링이라는 고질적인 부상도 함께 얻었다. 2012년 이범호는 부상으로 42경기밖에 나서지 못했다. 팀 성적도 바닥이었다. 이범호는 올해를 재도약의 기회로 삼고 있다. 초반 타격 부진에서 벗어나며 2년 만에 두자릿수 홈런(26일 현재 9개)을 눈앞에 두고 있다. 19세 소년은 이제 30대 초반의 베테랑 야구선수로 변신했다. 그의 꿈은 KIA에서 우승 반지를 손에 끼는 것. 그 꿈을 위해 서른두살의 '꽃범호'는 오늘도 그라운드를 달린다.

[email protected] 성일만 야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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