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정 모씨는 왼쪽 검지손가락에 통증이 발생하더니 결국 손가락이 구부러지지 않았다. 병원을 찾은 정씨는 '방아쇠수지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최근 골프를 자주 친 게 문제가 됐다. 보통 골프를 칠 때 허리와 무릎, 팔꿈치 등에 무리가 간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놓치기 쉬운 부위가 바로 손가락이다.
서울 목동힘찬병원 김청 과장은 11일 "골프를 칠 때 그립을 너무 꽉 쥐는 습관이 있으면 손을 구부릴 때 사용하는 손가락 힘줄에 염증이 생겨 두꺼워지므로 방아쇠수지증후군에 걸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방아쇠수지, 여성이 더 많아
방아쇠수지증은 손가락을 구부릴 때 느낌이 총의 방아쇠를 당기는 것마냥 딸깍거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구부리거나 펼 때 뭔가 걸리는 느낌과 함께 '딸깍'하는 소리가 나며 심해지면 구부러진 상태로 펴기 힘든 상태까지 진행할 수 있다. 질환의 원인은 자세히 밝혀진 바 없지만 손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많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학적 명칭은 '손가락 협착성 건초염'이며 40세 이상의 중·장년층에서 많이 나타난다. 하지만 남성보다 여성 환자에게서 3배 이상 더 많이 나타난다. 이는 여성 호르몬과의 관련뿐만 아니라 집안일로 인해 여성의 손가락 사용량이 남성보다 더 많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주방장, 운전 기사 등 손을 많이 사용하는 이들에게 주로 나타난다. 또 최근 컴퓨터 사용 인구가 증가하고 각종 디지털 기기가 발달하면서 스마트폰 사용과 각종 게임을 자주하는 사람도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골프 초보들도 주의해야
최근 골프를 즐기는 이가 많아지면서 초보 골퍼들에게도 방아쇠수지증후군이 나타나고 있다.
초보 골퍼들에게 방아쇠 수지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너무 긴장하거나 의욕이 앞서 그립을 지나치게 꽉 쥐기 때문이다. 골프채를 너무 꽉 쥐게 되면 손바닥과 손가락 아래쪽이 긴장되어 스윙이 뻣뻣해질 뿐 아니라 손을 구부릴 때 사용하는 손가락 힘줄에 염증이 생겨 두꺼워진다.
손가락을 굽히는 건(힘줄)을 굴건이라 하는데 이 굴건을 잡아주는 터널 같은 인대를 '활차'라 한다. 인대는 이 활차라는 막 안에서 미끄러지듯 움직여 운동을 하게 된다. 그런데 힘줄이 두꺼워지면 활차에 걸려 힘줄이 움직이지 못하게 됨으로써 손가락을 구부리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초기 휴식 취하면 호전
질환이 가벼운 초기에는 냉찜질이나 소염제를 먹는 등 약물 치료를 하고 휴식을 취하면 대부분 호전된다. 하지만 효과가 없을 때에는 스테로이드제를 주사해 염증을 없애주고, 증상이 더욱 심한 경우에는 손가락의 힘줄이 걸리는 활자 부분을 절개하는 간단한 수술을 해야 한다.
수술은 15분 정도로 간단하게 진행되고 국소마취만 하기 때문에 수술에 대한 위험과 부담감은 적은 편이다. 방아쇠수지로 인해 오랫동안 고생했거나 골프를 치는 데 영향을 많이 미칠 정도로 만성화되었다면 수술을 받는 것이 효과적이다. 수술 후에는 수술부위에 직접자극이 되는 것만 피하면 된다.
또 손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을 자제하고 가급적 장갑 등을 착용해 찬 곳에 손을 노출시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적당한 휴식을 취하고, 미지근한 물에 손을 담가 염증을 감소시켜 주고, 손을 쥐었다 폈다 하는 스트레칭을 자주 하는 것도 도움된다.
바른세상병원 최인철 원장은 "방아쇠수지는 손가락에 통증이 나타난다는 점에서 류머티즘 관절염과 유사해 환자들이 혼동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방아쇠수지는 하나의 손가락 마디가 아프면서 손바닥이 딱딱해지는 반면 류머티즘 관절염은 하나 이상의 관절에 염증이 생기고 장기간 통증을 호소하는 만큼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소아 방아쇠수지는 운동치료로
방아쇠수지는 소아에게도 나타나기도 한다. 과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성인의 경우와는 달리 선척적으로 특정힘줄이 굵어진 것이 원인이다. 증상도 성인과 달리 방아쇠현상보다는 굴곡구축(구부려져서 잘펴지지 않음)이 주된 증상이며 대다수 엄지손가락에 많이 나타난다.
부천하이병원 관절센터 이정호 과장은 "아기때부터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부모의 걱정이 큰 편이지만 운동치료만으로도 금방 좋아진다"며 "손가락의 허리(중앙)를 잡고 손가락 끝을 수동으로 1~2분 하루 10회 정도 부드럽게 펴주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때 손가락 중앙을 제대로 고정하지 않으면 자칫 관절인대가 늘어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만약 생후 2년 이후에도 여전히 손가락이 펴지지 않는다면 수술을 고려해야한다. 자칫 골격과 힘줄의 성장이 고루지 않아 손가락이 옆으로 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는 치료가 불가능하다.
소아의 수술은 통증으로 몸이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전신마취로 진행되며 성인과 같이 힘줄막을 절개해 확장해 주는 것으로 비교적 간단하다. 전신마취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수 있으나 소아는 성인과 같은 기관삽입식이 아닌 마취전문의가 마스크를 쓰고 호흡을 대신 해주는 마취법을 적용한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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