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산수화라는 우리 고유의 화풍을 개척한 겸재 정선(1676~1759)은 65세부터 70세 때까지 양천 현감을 지냈다. 양천은 지금의 서울 강서구와 양천구 일대로 이 시절 겸재는 서울 근교의 명승지와 한강변 풍경을 그린 '경교명승첩'을 비롯해 '양천팔경첩' '연강임술첩' 같은 그림을 남겼다. 겸재정선기념관이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있는 이유다.
겸재의 화혼을 오늘에 되살리기 위해 세운 겸재정선기념관에서 뜻깊은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겸재정선기념관이 '겸재 맥찾기 유수작가 초청전' 일환으로 지난 11일부터 펼치고 있는 '박윤성-산수예찬'전이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겸재정선기념관 이석우 관장은 "박윤성 화백의 그림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내면에서 재창조된 새로운 산수로 연출되고 있다"면서 "이는 산수를 진경화하되 그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재창조한 겸재 정선과 맥이 통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작가는 우리 전통 산수화의 안목으로 풍경을 읽어내고 그리지만 그가 쓰는 재료는 지극히 서양적인 것이다. 작가는 비록 유화 물감을 사용해 캔버스 위에 그림을 그리지만 서구적인 유행의 바람을 타거나 항간의 그 어떤 경향에도 휩쓸리지 않은 채 자신만의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작가는 "처음 그림 공부를 시작하던 시절부터 우리 냄새 나는 우리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면서 "동·서양의 여러 작가를 탐구하고 섭렵한 끝에 만난 나의 마음속 스승이 겸재 정선이다"라고 말했다. 작가의 말대로라면 그가 겸재 정선을 사숙(私淑)한 것은 벌써 40여년에 이르고 있는 셈이다.
이번 전시에 맞춰 '주홍색 광채로 충만한 우리의 풍경'이라는 제목의 서문을 쓴 미술평론가 옥영식은 "박윤성의 화면에는 우리 전통 미술에서 느끼는 미감이 배어서 낯설지 않고 친근감마저 준다"면서 "특히 근작의 풍경화는 투박한 듯하면서도 무겁지 않고 양감이 풍부한 주홍색 필선이 뼈대를 이루고 있어 더운 기운과 함께 밝은 광채를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8월 11일까지. (02)2659-2206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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