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파생상품시장의 추락이 계속되고 있다. 옵션 거래승수 인상 등 규제가 강화되면서 거래량과 거래대금도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야간 옵션 시장 급성장 등 회복되는 지표도 있다. 내년부터 시작될 금 현물거래도 미니금 선물 등에는 긍정적이다. 규제를 딛고 재도약하고 있는 한국 파생상품시장을 3회에 걸쳐 진단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보다 강화된 규제를 고정변수로 놓고 시장을 봅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7월 31일 "글로벌 경제흐름이 '위기'에서 벗어날 조짐이지만 파생상품시장만은 여전히 살얼음판"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한때(2011년) 거래량 기준으로 세계 파생상품거래소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던 한국거래소는 지난 2012년 5위로 주저앉았다. 올 1월에서 4월까지 집계된 순위는 11위다. 파생상품 기초자산인 주식시장 거래량 감소, 코스피200옵션 거래승수 인상 등 '규제'까지 겹쳐지면서 시장이 맥을 못추고 있어서다.
■강화된 규제, 맥 못추는 시장
파생상품시장에 대한 금융정책당국의 입장은 '규제'다. 당분간 정책방향은 전환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파생상품이 글로벌 금융위기 원인 중 하나로 굳어지면서 이 같은 정책흐름은 지속될 전망이다. 장외파생상품 규제체계를 국제기준에 맞춰 장외파생상품중앙청산소(CCP)를 개설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이 대표적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7월 29일 한국거래소 이사장 직무대행, 한국금융투자협회장 등 자본시장 최고경영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업 상장제도 개선, 연기금 투자확대 방안 등은 제시했지만 파생상품시장에 관련된 발언은 일절 없었다.
지난해 3월부터 도입된 파생상품시장 관련 규제 중 대표적인 것은 코스피200옵션 거래승수 5배 인상이다. 승수인상은 옵션 거래를 위한 증거금 인상으로 이어져 개인투자자들의 시장 참여는 감소했다. 하지만 시장건전성은 높아졌다. 거래량도 줄었다.
코스피200옵션 하루 평균 거래량은 규제 이전인 2011년 1480만5090계약에서 2012년 635만2396계약으로 57.1% 감소했다. 올 상반기는 243만4596계약으로 집계됐다. 코스피200선물도 2012년 한 해 동안 전년 대비 28.5% 줄었다. 올 상반기는 전년 대비 12.6% 감소했다.
금, 돼지고기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 선물도 거래량이 급감하기는 마찬가지다. 미니금 선물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2011년 735계약, 2012년 91계약, 올 상반기 158계약이었다.
■규제 속 시장지표 '개선 조짐'
파생상품시장의 이 같은 거래량 급감에도 시장 내부에서는 개선 조짐이 조심스럽게 보이고 있다. 올 들어 3년국채선물, 10년국채선물 미국달러선물 등의 거래수요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북한 핵 리스크에 따른 거래수요가 증가해서다. 기초자산 변동성이 커지면서 위험회피 수단으로 선물거래가 증가한 것도 작용했다.
올 상반기 3년 국채선물 하루평균 거래량은 2012년 연간 대비 14.5%, 10년 국채선물은 13.1%, 미국달러선물은 5.8% 늘었다.
미결제약정 증가도 긍정적 신호다. 미결제약정 증가는 파생상품시장의 위험회피(헤지) 기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다는 의미다.
올 상반기 주식선물 하루 평균 미결제약정은 2012년 연간 대비 68.2%, 10년국채선물 미결제약정은 같은 기간 110.0% 늘어났다.
거래승수 인상이 영향을 주는 코스피200옵션을 제외한 주요상품의 미결제약정은 대부분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이호철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파생상품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이 예견되는 시장"이라며 "금 현물시장 개설 등 상품시장이 한층 다양화되고 재도약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안으로 내놓은 파생상품거래세 부과가 국회에서 최종 확정될 경우 거래감소가 지속될 가능성도 대두된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자본시장 변동성이 높아지는 것은 투기적 거래를 촉진하는 부정적 효과도 있다.
하지만 적정한 변동성은 투자유인을 제공해 시장 전체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효과도 있다"고 밝혔다.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