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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승연 회장 공백 1년.. 계열사 점검해보니

한화 김승연 회장 공백 1년.. 계열사 점검해보니

"기업의 미래를 결정지을 수 있는 큰 투자를 할 수 없다. 수조원이 오고가는 거래 역시 오너가 없는 상태에서 누가 책임을 지고 결정할 수 있겠느냐. 이라크 사업이 대표적이다. 10조원 규모의 이라크 신도시 건설 1차 사업을 바탕으로 담수화처리시설, 액화천연가스(LNG)플랜트 등의 2차 사업 진출을 이라크로부터 요청받았지만 진전이 없다. 지금은 현상 유지에 급급한 상황이다."(한화그룹 고위 관계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경영 공백이 1년을 맞았다. 지난해 8월 16일 법정 구속됐던 김 회장은 그룹 경영에서 물러난 상태다. 구속집행 정지로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간단한 일상적인 의사소통 정도만 가능한 상태로 알려졌다. 29세에 그룹 회장으로 취임해 30여년간 강력한 카리스마로 한화를 이끌어온 김 회장이 1년째 경영에 참여하지 못하면서 한화그룹은 사실상 미래 전략부문에서 올스톱 상태다.

해마다 밝혔던 투자 계획도 올해는 공표하지 않았다. 지난 4월 김연배 한화투자증권 부회장 등 그룹 원로들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위원회를 꾸렸지만 구체적인 투자계획 등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라크 추가 수주의 향방은

지난해 한화가 수주한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은 그 자체만으로 주목을 받았다. 총 공사금액이 80억달러에 달했기 때문이다. 한화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김승연 회장의 의지도 강했다. 김 회장은 지난해 이라크를 두 차례 방문해 누리 카밀 알 말리키 총리를 비롯, 이라크 주요 관계자들을 만나 비스마야 신도시 이외의 플랜트, 담수화처리 시설 등 산업 인프라 구축을 약속받았다.

당시 김 회장은 기자를 만나 "신도시 건설뿐 아니라 이라크로부터 LNG플랜트, 담수화처리시설, 인재교육 등을 요청받았다"며 "이런 사업은 한화그룹 계열사들이 이미 수행하고 있는 사업"이라며 적극적인 투자 의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김 회장이 구속되면서 후속 사업은 답보 상태다. 신도시 건설 수주부터 직접 뛰었던 김 회장이 구속되면서 이라크와의 대화 파트너가 사라진 셈이다. 이 때문에 이라크 정부도 당황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김연배 비상경영위원회 위원장이 최근 현장 임직원 격려차 이라크를 방문해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접촉했지만 사업 추가 수주 확답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김 회장이 직접 발로 뛰며 신뢰를 쌓았고 거래를 성사시켰기 때문에 이라크 사업에 있어서는 김 회장의 존재가 절대적"이라고 말했다.

■오너 공백 1년, 한화의 오늘

한화 각 계열사들도 김 회장의 지난 1년 공백을 피해가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일단 매출이나 영업이익 측면에선 눈에 띄는 부침은 없다. 지주회사를 기준으로 할 때 한화는 지난해 매출 35조550억원, 당기순이익 1조163억원을 거둬들였다. 2011년 매출은 35조950억원, 당기순이익은 9945억원이었다.

다만 오너십 부재가 건설, 생명 등 각 계열사 경영 리더십에까지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어 경영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뒷받침도 불투명하다.

무엇보다도 한화건설이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김 회장의 공백으로 이라크 정부가 한화건설의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 그나마 이라크 정부가 이 사업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은 한화 입장에서는 '불행 중 다행'이다.

이와 관련, 지난달 13일 강창희 국회의장단 일행은 한화건설 이라크 건설현장을 전격 방문하는 등 지원사격에 나섰다.

지난해 10월 인수된 지 10년 만에 '한화' 간판을 달고 새출발한 한화생명도 오너 리스크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형편이다. 실제로 ING생명 인수건의 경우 회장의 부재 속에 지난 1년 동안 포기와 재참여를 거듭하고 있다.

한화케미칼 정도가 계열사 가운데 미약하게나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고집 있게 추진해온 태양광사업이 폴리실리콘 업황 개선으로 확대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다 자회사인 한화솔라원도 무난한 실적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 한화의 태양광 사업을 진두지휘했던 김승연 회장의 부재로 글로벌 사업에 적잖은 어려움도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김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