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낮 최고기온이 33도까지 올라 찜통더위가 한창인 12일 오후 서울시청 냉방기가 일제히 가동을 멈췄다.
서울시가 전력위기 극복을 위해 이날부터 3일간 시청사 냉방기와 조명을 모두 차단하기로 한 데 따른 조치다.
오후 4시경 서울시 신청사 내 실내온도는 32.3도를 기록했다.
더위를 이기지 못한 공무원들은 보안을 위해 출입증이 없으면 들어갈 수 없도록 닫혀있던 사무실 문을 열어 젖혔다.
저마다 책상 밑에 둔 개인 선풍기를 틀며 열을 식혔다.
한 시 공무원은 “전력위기 극복도 좋지만 에어컨을 아예 끄면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며 “땀이 많이 나고 불쾌지수도 높아 퇴근시간만 기다리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오를 대로 오른 실내온도에 선풍기마저 뜨거운 바람을 내뿜자 대부분 부채질을 하며 더위를 참아보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남성들은 바지를 종아리까지 걷어 올리고 셔츠 단추를 몇 개 풀었지만, 그럴 수 없는 여직원들은 손수건으로 이마에 흘러내리는 땀을 닦기 바빴다.
임신 4개월째에 접어들었다는 한 여직원은 “사무실에 땀냄새가 진동해 속이 거북하다”며 현기증을 호소했다.
컴퓨터 등 사무기기가 없는 복도는 좀 더 시원할까 싶어 나온 직원들도 있었다.
시 복지건강실 한 관계자는 “더워도 너무 더워 지하로 내려가 볼까 한다”며 엘레베이터를 탔다.
시청 로비에는 선풍기를 배달하러 온 택배기사도 눈에 띄었다.
민원인들을 위한 장소가 위치한 1층 로비는 비교적 시원했다. 출입문이 열려 있어 바람이 통하고, 세계 최대 규모의 수직정원으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한 신청사의 ‘그린월(Green Wall)’도 한몫했다.
시 민원실 관계자는 “에어컨을 껐는데도 1층에 조성된 정원과 조경 등으로 다른 층에 비해 시원한 편”이라고 말했다.
더위를 피해 시청 로비 의자에 앉아 쉬고 있는 노인들도 많았다.
염을식씨(68·동대문구)는 “말복인데도 이렇게 더울 수가 있느냐”며 “여기도 아주 시원한 건 아니지만 좀 쉬다가 가야겠다”고 말했다.
외벽이 유리로 뒤덮여 더위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은 서울시 신청사는 외벽의 단열 성능이 우수해 열 손실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신청사 외벽 유리는 특수코팅유리인 트리플 로이(triple Low-E) 유리로 돼 있어 기존 유리보다 열 통과율이 2.2배가량 낮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례없는 폭염에 시가 에너지 효율을 자랑했던 신청사도 펄펄 끓고 있다. 이날 서울의 낮 기온이 최고 33도까지 오르자 냉방기 가동이 중단된 신청사 실내기온이 32도를 넘어섰다.
시에 따르면 냉방기 가동 중단 시 전력 1000kW/h가 절감된다. 시는 냉방기 가동이 중단되는 오후 2~5시까지 총 3000kW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 총무과 시설관리팀 관계자는 “냉방기 가동 중단으로 전력난 위기 극복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며 “시원차림(쿨비즈)을 착용하고 부채를 사용하는 방법을 추천한다”고 당부했다.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