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은 미국 굿사마리탄병원과 '우정과 평화의 종(Friendship & Peace Bell)'을 제작한다고 14일 밝혔다.
이 종은 당시 한국을 방문했던 리카 굿사마리탄병원장이 우연히 서울 종각의 보신각을 보게 됐고 아름다운 한국 종으로 양병원의 우정을 상징하는 조형물을 남기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반영한 것이다. 리카 병원장은 자신이 본 보신각 종을 제작한 성종사 원광식 장인에게 제작을 의뢰하기로 했고, 올해 2월 충북 진천을 방문했다.
세브란스병원과 굿사마리탄병원은 우정을 기리며, 미국과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기 위해 한국의 세브란스병원, 미국 굿사마리탄병원에서 채취한 흙과 이하성 박사가 개인적으로 보관하고 있던 흙을 넣어 만들기로 했다.
완성된 종은 현재 미국 굿사마리탄병원 정문에 걸렸으며 한국의 광복절을 맞아 전날인 14일 제막식을 가졌다.
굿사마리탄병원은 앞으로 한인 교포들의 행사가 있을 때마다 이 종을 울릴 것이며, 환자들의 쾌유를 기원하는 타종도 자주 거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종 제작비 2000만원 중 1000만원은 세브란스가 나머지 1000만원은 굿사마리탄병원이 부담했다. 또한 종각제작비 등 이번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연세의대 남가주 동창회에서 6000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이들 두 병원을 잇는 것은 다름 아닌 '세브란스 가문(家門)'이다. 세브란스병원은 1885년 미국인 선교의사 알렌에 의해 한국 최초의 서양식 의료기관인 '제중원'이란 이름으로 세워졌다. 이후 1900년 미국 클리블랜드의 독지가 루이스 세브란스 씨의 기부로 1904년 지금의 남대문 앞에 새 병원건물을 짓고 '세브란스씨 기념병원'으로 명칭을 바꿔 오늘날 '세브란스병원'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인교포들이 밀집해 있는 미국 로스앤젤리스에 위치하고 있는 굿 사마리탄 병원도 1896년 루이스 세브란스 씨의 일가인 마크 애니 세브란스 여사의 기부로 시작됐다. 세브란스병원과 굿사마리탄병원 두 기관은 1885년에 창립돼 똑같이 128주년을 맞아 양국을 대표하는 의료기관으로 성장한 것이다.
현재 굿사마리탄병원은 408개 병상, 20개 임상과, 8개 전문센터가 있다. 의료진들은 620여명의 의사, 50여명의 전공의, 450여명의 간호사로 구성되어 있다.
굿사마리탄병원은 100명 이상의 많은 한국인 의사들이 이용하고 있다. 이하성(연세대 의대 1968년 졸업, 소아과), 이상준(연세대 의대 1971년 졸업, 산부인과), 한철수(연세대 의대 1975년 졸업, 내과), 김정문(연세대 의대 1986년 졸업, 심장내과), 송명재(연세대 의대 1984년 졸업, 신장내과) 등 많은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의사들도 이용하고 있다.
특히 굿사마리탄병원은 한인 교포환자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는데, 이 지역 한인 산모들의 50~60%가 이용한다고 한다. 또 병원 국기 게양대에는 한국의 날(1.13) 기념 팻말을 만들어 놨고, 한국의 3.1절이면 병원 정문에 태극기를 걸고 삼일여성동지회원들과 행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들 두 병원은 독립운동가이자 교육가인 도산 안창호 선생과도 인연이 있다. 안 선생은 청년시절 언더우드학당에 재학하며 세브란스병원(제중원)에서 일했다. 일가와 도미 후에는 로스앤젤리스에 살며 가족들이 굿사마리탄병원을 이용했고, 도산 선생의 외손자도 이 병원에서 오랫동안 일했다고 한다. 이런 인연으로 굿사마리탄병원은 2006년 한인전용 병동을 도산 안창호 선생의 호를 따 '도산 홀(Hall)'이라고 이름 지어 개관하기도 했다.
지난 2011년 9월 100여년 전 세브란스 가문의 기부로 세워진 한국의 세브란스병원과 미국 굿사마리탄병원이 형제병원이 되며 손을 잡았다. 두 병원의 뿌리가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앤드류 리카 굿사마리탄병원장의 강한 염원때문이었다.
이철 연세의료원장과 앤드류 리카 굿사마리탄병원장은 전문센터간 교류, 의료진 및 학생 교류 등 상호 발전을 위한 협력 MOU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미국 LA지역의 한인교포는 굿사마리탄병원을 통해 한국의 세브란스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으며, 한국에서의 치료를 마치고 돌아온 뒤에도 LA 굿사마리탄병원에서 후속 치료 및 관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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