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KBS 2TV의 '탑밴드 2'가 '피아'의 우승을 알리며 길었던 승부의 종지부를 찍었다. 탑밴드2는 일찍이 '내 귀에 도청장치', '피터팬 컴플렉스', '데이브레이크', '로맨틱펀치', '칵스', '몽니', '피아' 등 록페스티벌 부럽지 않은 화려한 라인업으로 화제를 모았다. 많은 이들의 기대와는 달리 탑밴드 2는 다소 낮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퇴장했지만, 경연에 참가했던 그룹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변화와 또 한걸음 성장했다는 가치를 남겼다. 어느덧 올해로 데뷔 10년을 맞은 밴드 '트랜스픽션' 또한 그러하다.
지난 19일 홍대의 한 카페에서 있었던 인터뷰에서 트랜스픽션은 탑밴드 2에 참가한 계기를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서'였다고 밝히며 "실제로 이번 방송 출연으로 많은 것을 얻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공연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을 것 같다. 방송 출연 소감은?
데뷔 초기에는 방송을 많이 했던 편이다. 그간 방송들은 공연 환경이 받쳐주질 않아 핸드싱크가 아니면 무대에 오르기가 어려웠는데, 탑밴드 2는 그런 측면에서 조건을 많이 조율해 줘 좋았다. KBS 역시 밴드 위주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본 경험이 적은 탓에 순조롭지 않은 부분도 있었지만, 가수와 제작진 모두 배워가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코치를 받게 됐다. 김도균 코치와는 어땠나?
해랑_멤버가 대부분 동갑이기 때문에 서로가 하는 말을 잘 안 듣는다. 그런 면에서 코치였던 김도균 선배님에게 들었던 충고들은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첫째는 선배가 하는 말씀이고, 둘째는 맞는 말씀만 해주셨으니 감사히 들을 수밖에.
호진_데뷔가 10년이 되다 보니 이젠 우리보다 선배가 많지도 않아 쓴소리를 들을 기회 자체가 적다. 김도균 선배님은 당장 다음번에 있을 경연에 대한 코치를 넘어서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음악적 방향에 대해 많은 것들을 말씀해주셨다.
탑밴드라는 방송이 많은 것을 남긴 것 같다.
천기_밴드 생활을 하다 보면 자신의 공연에 집중하기도 바빠서 다른 밴드와 접촉할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소문으로나 들어보던 그룹들과 직접 만나게 될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 경연 프로그램이다 보니 처음에는 서로 견제도 많이 했지만 갈수록 동병상련도 느끼고 정이 많이 들었다.
해랑_이전에는 대중들이 어려워하시는 부분이 많았는데, 지금은 거리감이 많이 좁혀진 것 같다. 오랜 동네 슈퍼 아저씨께서도 알아보시고 (웃음)
호진_'트랜스픽션이죠?'라고 물어봐 주시는 게 신기했다. 전에는 그룹 이름이 어려워서 그런지 '어, 어디서 본 적 있는데' 정도로 그치는 게 전부였는데 말이지.
새 앨범은 계획은?
해랑_원래는 새 앨범을 올해 준비하려고 했는데 탑밴드 2에 출전하게 되면서 내년으로 미루게 됐다. 일단, 올해는 11월 말에 새 싱글과 뮤직비디오를 공개할 예정이다.
음반 제작할 때 대중성을 고려하는지?
동욱_월드컵송 '승리를 위하여'는 아는데 그 노래가 우리 노래인 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웃음) 대중성에 대한 욕심은 숙명이라고 느낀다. 락 자체가 우리나라에선 편견이 심한 장르이다 보니 어떻게 하면 락을 대중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호진_단순히 전자기타 소리만 들었을 땐 '시끄럽다. 귀 아프다'고 느끼게 되지만,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긴박한 순간, 강렬한 기타 소리가 들려오면 긴장감이 더해지는 것처럼 음악엔 적재적소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 같다. 그 틈을 잘 찾아보면 되지 않을까 연구하는 중이다.
독립했다고 들었다.
동욱_작년에 독립했다. 이전에는 음악에만 집중하면 됐지만, 이제는 엔터테인먼트 비지니스에 대해 많이 배우고 있다.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으면 방향성을 요구받기 때문에 능력만 된다면, 스스로 케어하며 활동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곧 피아, 게이트 플라워즈와 합동 공연이 있는데, 단공과 합동 공연의 차이점은?
해랑_아무래도 단독 공연 같은 경우에는 우리가 컨셉을 정하고, 그 컨셉에 맞춰서 여러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합동공연 같은 경우엔 우리 팀의 핵심만 선보이게 된다는 점이 다르다. 팬들도, 여러 팀의 팬들이 오니 분위기도 다르고.
그렇다면, 무대 위에서 경쟁 심리 같은 것도 있겠다.
천기_멤버 간에는 정해진 역할이 있고, 각자 자신의 역에 충실하기 때문에, 경쟁의식을 갖지 않지만 다른 그룹들과는 라이벌 의식을 느낀다. 나와 같은 포지션의 멤버가 악기를 잘 다룬다 싶으면 '저 사람은 반드시 뛰어넘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
'슈퍼 락 쇼' 기대할 만할 것 같다.
데빈_대한민국 최정상급 밴드들이 모이는 공연이니만큼 흔치 않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또 이번에 개최되는 '슈퍼 락 쇼'는 음향 시설이 좋은 공연장인 만큼 양질의 공연을 즐기실 수 있다.
2012년 한 해동안 쉬지 않고 달려왔는데?
해랑_원래 공연을 많이 하는 편이지만, 탑밴드 2에 출전한 이후로 거의 쉬지를 못했다. 피곤하고 힘들지만, 활동을 많이 하는 게 역시 더 좋은 것 같다. 에너지도 더 많이 얻고.
동욱_예전에 일이 없을 때는 노브레인과 카페에 들어가서 '폐점 시간이니까 나가달라'는 소리를 들을 때까지 있어본 적도 있다. 쉬는 건 이전에 충분히 많이 쉬었기 때문에 지금은 괜찮다. (웃음)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한다.
데빈_개인적으로 뮤지컬 '오디션'에 출연한다. 12월 30일까지 하니 많은 관심으로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 새해에도 꾸준히 활동할 예정이니, 또 다른 곳에서 좋은 모습으로 팬들과 만나뵀음 좋겠다.
10년의 세월 동안 쌓아온 트랜스픽션만의 음악적 소신은 강해 보였다. 그들은 세월에 따라 음악적 스타일을 맞추기보다,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타일로 승부를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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