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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루피 사상최저...백약이 무효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8.18 10:37

수정 2013.08.18 10:37

인도 루피 추이(단위: 미 달러당 루피) *2012년 8월17일~2013년 8월17일 자료: X-RATES.COM
인도 루피 추이(단위: 미 달러당 루피) *2012년 8월17일~2013년 8월17일 자료: X-RATES.COM

통화가치 방어를 위한 인도의 정책대응이 역풍을 맞으면서 인도 루피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폭락하고, 주가지수는 2년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루피 가치 하락과 자본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인도 정부가 14일 저녁 전격적으로 단행한 인도 기업과 개인의 해외 투자 제한 조처가 정부의 초조함을 드러내는 조짐으로 읽히면서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인도 내부적으로는 물가가 오르고 성장은 침체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고 있고, 구조조정도 지지부진한데다 지난주 미국 경제지표 호조에 따른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양적완화(QE) 속도조절 가능성 등이 겹치면서 인도 금융시장의 혼란이 가중됐다.

인도 정부는 이달초 라구람 라잔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다음달 5일 중앙은행인 인도준비은행(RBI) 총재로 임명할 계획이라고 발표하기도 했지만 불안 심리를 가라앉히지는 못했다.

인도 루피는 이날 장중 달러당 62.03루피까지 떨어져 지난 6일 기록한 사상최저치 61.80루피를 밑돌았다.

후반 낙폭을 만회하며 61.70루피로 마감했지만 하강 압력은 여전하다.

루피는 지난 두달간 12% 급락해 올들어 신흥시장 통화 가운데 가장 큰 폭의 평가절하를 겪고 있다.

주식시장도 폭락해 뭄바이 증시의 센섹스 지수가 4% 가까이 하락한 1만8598.18로 주저앉았다. 2011년 이후 2년만에 최저기록이다.

금융시장 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팔라니아판 치담바람 인도 재무장관은 인도 시장은 미국의 지표에 너무 민감히 반응해서는 안되며 인도 경제지표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면서 조만간 시장이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했다.

인도의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한데다 인도 정부와 RBI가 내놓은 경상수지 적자 축소·루피 방어 정책이 중구난방이었던터여서 시장의 불신이 높은 상태다.

지난 수개월간 루피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RBI와 인도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은 금·전자제품 수입 관세 인상과 시장에 달러 여유분을 확보하기 위해 국영기업 대출한도를 110억달러로 늘리기로 하는 등 종잡을 수 없는 대책들을 잇따라 내놨다.

ICICI 증권 리서치 책임자 A 프라사나는 인도 정부가 일관된 메시지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도 정부도 사정을 모르지는 않는다.

인도 고위 정부관계자는 "루피가 심한 압박을 받고 있다"면서 "방아쇠는 외부 요인으로 인해 당겨졌지만 문제는 국내에 있다"고 말했다.

한편 IMF는 루피 하락이 중장기적으로 인도 경제에는 보약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통화가치 하락으로 인도 수출 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토머스 리처드슨 IMF 인도 사무소 책임자는 "물가가 10% 오르는데도 오랫동안 통화가치가 제자리 걸음을 했다면 매년 경쟁력이 약화됐음을 의미한다"면서 "통상 통화가치는 물가와 (반대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루피가 평가절하된 것이 이상하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필요할 경우 인도가 IMF의 조건이 느슨한 긴급 신용보증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내년 5월 총선을 앞두고 의회가 주도하는 인도 정부가 표를 갉아먹는 IMF 지원은 검토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FT는 전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