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롱텀에볼루션(LTE) 주파수 할당을 위한 경매의 막이 올랐다. 이번 주파수 경매는 지난 2011년 진행된 경매 때보다 방식이 복잡하고, LTE 시장의 구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따라 경매가 진행될 약 열흘간 이동통신 3사가 취하는 전략에 따라 관전 포인트가 시시각각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19일 오전 9시부터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에서 주파수 경매를 실시한다. 이번 주파수 경매는 50라운드까지 진행되는 오름입찰에서 경매 매물이 낙찰되지 않을 경우 단 한 번 입찰로 낙찰자를 정하는 밀봉입찰로 이어진다.
주파수 할당을 경매 방식으로 하는 것은 지난 2011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그러나 이번에는 두 가지 주파수 할당안을 동시에 제시한 뒤 이동통신 3사의 선택에 따라 입찰금이 높게 나온 방안을 최종 낙찰시키는 방법을 택해 이동통신 3사 간 눈치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특히 미래부는 이번에 주파수 경매를 실시한 뒤 내년 12월까지는 사실상 주파수 할당을 하지 않겠다고 미리 못 박아 이동통신 3사는 이번에 무슨 일이 있어도 주파수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KT의 'LTE 흑역사' 종료되나
현재 LTE 시장은 SK텔레콤이 압도적인 경쟁 우위를, KT와 LG U+가 시장 2위를 놓고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하고 있다. 특히 KT의 경우 3세대(3G) 이동통신 시장까지는 굳건하게 시장 2위 사업자의 위치를 점하고 있었지만 LTE 시대에는 한풀 꺾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KT는 이번 주파수 경매에서 기존에 자사가 LTE 전국 서비스에 이용하는 1.8㎓와 붙어 있는 대역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KT가 인접대역을 확보하면 기존 LTE 대역인 1.8㎓와 붙여서 곧바로 광대역 LTE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하나의 주파수 대역을 이용할 수 있어 기존 LTE 이용 고객들도 곧바로 광대역 LTE 서비스를 즐길 수 있게 된다.
반면 SK텔레콤과 LG U+도 LTE-A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이는 따로 떨어진 주파수 대역을 인위적으로 묶는 주파수결합기술(CA)을 이용한 것이다. 기존 SK텔레콤.LG U+의 LTE 가입자들은 CA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을 구매해야 LTE-A를 이용할 수 있다.
이동통신 업계 한 전문가는 "KT가 1.8㎓ 인접대역을 확보하면 곧바로 광대역 LTE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LTE 시대에 LG U+가 시장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처럼 경매 결과에 따라 향후 LTE 시장에서는 KT가 SK텔레콤마저도 압도하는 사업자로 급부상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KT, 인접대역에 사활 걸까
결국 KT가 1.8㎓ 인접대역을 확보하는 것은 KT에는 '기회'가 되지만, 경쟁사에는 '위기'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KT의 1.8㎓ 인접대역 확보를 저지하려는 SK텔레콤과 LG U+의 견제가 공격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주파수 경매의 기본적인 대결구도도 'KT 대 반(反)KT'가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SK텔레콤과 LG U+의 반KT 연합전선이 예상되는 이유는 밴드플랜2에 포함된 D블록 때문이다. SK텔레콤과 LG U+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전략 역시 1.8㎓ 인접대역의 입찰액이 계속 올라가도록 유도해 KT가 이에 부담을 느껴 결국 포기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에 따라 KT에서는 최근 들어 1.8㎓ 인접대역의 입찰액이 과도하게 높아질 경우 목표를 수정할 수도 있다는 말까지 흘러 나오고 있다.
KT의 한 관계자는 "이미 SK텔레콤과 LG U+가 2배 빠른 LTE-A 서비스를 개시했기 때문에 1.8㎓ 인접대역을 확보한다 해도 눈에 띄는 상승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며 "물론 1.8㎓ 인접대역을 확보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지만, 입찰액이 과도하게 높아질 경우 전략은 수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KT가 1.8㎓ 인접대역을 실제 포기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주파수 문제 때문에 CA를 통한 LTE-A를 당장 할 수 없는 KT로서는 LTE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유일한 돌파구가 1.8㎓ 인접대역이기 때문이다.
■'승자의 저주' 이번에는?
주파수 할당 방식이 경매인 이상 낙찰액수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이번 주파수 경매를 통한 할당액이 총 2조~3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에서 주파수 경매가 처음 시행된 2011년 이동통신 3사의 주파수 경매 낙찰액수는 총 1조7015억원이었다. 그러나 당시에 매물로 나온 2.1㎓는 LG U+만 입찰할 수 있었기 때문에 최저가였고, KT도 1.8㎓를 두고 SK텔레콤과 경쟁하다가 막판에 전략을 수정해 최저가에 800㎒를 할당받았다. 3개 대역 중 2개 대역이 최저가였던 것이다.
이번 주파수 경매에서는 이동통신 3사가 모두 최저가에 주파수를 확보한다 해도 총 낙찰액수는 최소 1조2464억원에서 최대 1조6314억원이 된다.
뿐만 아니라 2011년에는 경매 매물로 나온 주파수 대역폭이 10~20㎒였지만, 이번 주파수 경매에는 최소 15㎒, 최대 40㎒이기 때문에 낙찰액이 더 올라갈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이동통신 업계 한 전문가는 "이동통신 3사는 될 수 있는 한 적은 금액에 필요한 주파수를 낙찰받기 위해 할당안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눈치 작전을 펼쳐야 하는 데다 경쟁사까지 견제해야 한다"며 "2011년 때보다 복잡한 양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어 낙찰액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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