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골프일반

김형태-패트릭 리드, 아내의 힘으로 한국과 미국투어서 나란히 우승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8.19 13:20

수정 2013.08.19 13:20

지난 18일 막을 내린 동촌 제56회 KPGA선수권대회서 통산 5승 달성에 성공한 김형태의 부인 변희진씨가 남편의 품에 안겨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제공=KPGA
지난 18일 막을 내린 동촌 제56회 KPGA선수권대회서 통산 5승 달성에 성공한 김형태의 부인 변희진씨가 남편의 품에 안겨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제공=KPGA

두 명의 경처가가 한국과 미국투어서 하루 상간으로 아내의 내조에 힘입어 연장 접전 끝에 정상에 오르는 감동의 드라마를 완성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지난 18일 충북 충주시 동촌CC서 막을 내린 동촌 제56회 KPGA선수권대회서 3년5개월여만에 국내 통산 5승째를 달성한 김형태(36)와 19일(한국시간) 막을 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윈덤 챔피언십서 연장 2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감격의 생애 첫 승을 거둔 패트릭 리드(미국)다.

김형태는 우승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내가 골프를 하면서 쌓은 커리어의 80%는 아내 내조 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이번 우승도 만삭의 몸으로 대회장까지 직접 찾아온 아내와 뱃속 아이의 보이지 않는 응원의 힘이 컸다"고 우승 영광을 아내와 태중 아이에게 돌렸다. 김형태의 부인 변희진(35)씨는 오는 9월 하순 출산 예정으로 현재 임신 9개월째다. 남편이 연장전에 들어가자 차마 볼 수 없다며 자리를 떴던 변씨는 남편의 우승 소식을 접한 뒤 기쁨의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2006년 몽베르CC오픈에서 우승하면서 시상식장에서 공개 청혼해 그해 11월에 결혼에 홀인한 김형태-변희진 부부는 코리안투어의 대표적 잉꼬부부로 정평이 나있다.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투어생활을 하고 있지만 단 한 차례도 아내없이 대회에 나간 적이 없을 정도로 금슬이 좋다. 한 마디로 아내는 결혼과 동시에 남편의 로드 매니저 역할을 하는 셈이다. 김형태는 "골프 선수들은 숙소에 혼자 있으면 굉장히 외로움을 느낀다. 아내가 항상 모든 것을 챙겨주는 나로서는 그럴 새가 없다"며 "아내는 그 날 입을 옷과 양말, 속옷 등을 일일이 챙겨주고 숙박, 항공 예약, 대회 출전 신청, 세금 처리를 위한 서류작성 등 거의 모든 일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형태는 이어 "우리 부부는 지금껏 단 한 차례도 싸운 적이 없다. 서로 존중하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하다"며 "시합 중에는 아내가 나를 배려해주고 평상 시에는 내가 아내에게 드 큰 배려심을 갖는 게 부부싸움을 하지 않은 비결이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혼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김형태는 "운동 선수는 좋은 여자를 만나 빨리 결혼하는 게 큰 도움이 된다. 그래서 서로 의지하고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어떻게 보면 운동보다 좋은 여자를 만나 결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리드의 감격도 김형태 못지 않게 컸다. 무엇 보다도 캐디로 나선 아내 저스틴과 함께 이뤄낸 생애 첫 승이라 기쁨은 두 배가 됐다. 연장 2차전에서 티샷이 오른쪽 나무 숲 쪽으로 들어가 위기를 맞았지만 7번 아이언으로 두 번째샷을 핀 2m 지점에 붙여 승리를 결정지은 버디로 연결했다. 리드는 "정말 실망스러웠는데 아내의 얼굴을 보니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그 자리에 아내가 없었더라면 스스로는 물론 경쟁자였던 조던 스피스(미국)의 표현대로 "지금껏 본 최고의 샷"을 구사할 수 없었을 거라는 점을 시인했다.

리드 부부는 지난해 12월 결혼했다. 그런 뒤 아내가 캐디로 나서면서부터 남편의 성적은 작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리드는 작년에 PGA투어 12개 대회에 출전했지만 컷 통과가 7차례에 그쳤고 그나마 최고 성적은 B급 대회인 프라이스닷컴오픈 공동 11위였다. 그랬던 그가 아내가 캐디백을 메면서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해 올 시즌 투어 시드를 되찾은 것. 그리고 올해 23개 대회에 출전해 이번 대회 우승을 포함해 다섯 차례나 '톱10'에 입상해 페덱스컵 랭킹 22위로 플레이오프 진출권도 손에 넣었다.


간호사 출신인 아내 저스틴은 학창 시절에 골프와 축구 등 운동을 한 경험이 있다. 저스틴은 지난 6월 트래블러스 챔피언십에 출전했을 당시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훌륭한 시스템을 갖췄다"며 "스포츠에서 정신적인 면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리드는 "아내는 누구보다 나를 잘 안다"며 "또 매우 침착한 편이기 때문에 내가 흥분할 때도 나를 진정시켜준다"고 아내로서는 말할 것도 없고 캐디로서도 만족감을 나타냈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