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선을 두달 앞두고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 비밀회동’ 사건을 보도한 혐의로 기소된 한겨레신문 최성진 기자가 1심에서 선고를 유예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이성용 판사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 기자에 대해 20일 징역 4월과 자격정지 1년의 선고를 유예했다.
이 판사는 공소사실 중 ‘청취’ 부분은 유죄로, ‘녹음’과 ‘보도’ 부분은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앞서 지난달 검찰은 “비공개 대화를 녹음한 것은 명백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행위”라며 최 기자에 대해 징역 1년에 자격정지 1년을 구형했다.
청취 부분을 유죄로 판단한 이유에 대해 이 판사는 “당사자가 누구인지는 알았지만 내용은 알지 못한 채 보도할 만한 자료가 있는지 탐색하기 위해 불법적으로 청취했다”며 “공익과 관련된 내용이 있었다 하더라도 (청취의) 동기나 목적에 정당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대화 당사자들의 지위, 대화의 내용, 청취의 경위 및 동기 등 사정에 비춰 적법한 행위로 나아가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녹음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녹음을 한 것이 아니라 작동하고 있던 녹음 기능을 소극적으로 중단하지 않은 ‘부작위’”라며 “‘부작위에 의한 법익 침해’가 인정되려면 ‘작위에 의한 법익 침해’와 같게 평가될 수 있을 정도여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처음 녹음을 시작한 행위는) 이같은 작위의무의 근거가 되는 ‘선행행위’로 볼 수 없어 녹음 행위를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이 판사는 “이같이 녹음이 적법한 이상 (보도 행위는) 불법 녹음을 공개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보도 부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무죄로 판단했다.
최 기자는 이날 판결에 대해 “기자라면 보도했어야 하는 상황이고 다시 상황이 주어져도 선택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유죄로 판단된 부분이 열악한 환경에서 취재하는 기자들의 사기를 꺾는 결과가 안 되길 바란다”고 짧게 소회를 밝혔다.
최 기자는 지난해 10월 최 전 이사장과 통화를 한 뒤 최 이사장이 실수로 휴대폰 통화종료 버튼을 누르지 않은 채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 이상옥 전략기획부장 등 MBC 관계자들과 대화를 시작하자, 자신의 휴대폰 녹음 기능을 이용해 3인의 대화 내용을 약 1시간 동안 청취하고 녹음했다.
한겨레신문에 따르면 최 전 이사장 등은 비밀회동 당시 정수장학회 사무실에서 만나 정수장학회가 보유한 MBC 지분 주식 30%와 부산일보 지분 100%를 팔아 부산·경남 지역에서 장학금으로 활용할 계획을 상의했다.
최 기자는 비공개로 진행된 이 같은 내용을 녹음한뒤 13일과 15일 양일에 걸쳐 실명으로 보도한 혐의로 지난 1월 서울중앙지검에 의해 불구속기소됐다.
(서울=뉴스1) 김수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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