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청와대

비정상의 정상화-예산절감..정치권 전방위협조 당부

정인홍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8.20 16:21

수정 2013.08.20 16:21

박근혜 대통령이 연일 정부 예산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박 대통령의 나라 곳간 절약론은 체감경기는 물론 실물경기가 아직까지 본격적인 회복단계가 아니라는 절박한 상황인식에서 출발한다. 늘어나는 복지 수요 등을 감당하기 위해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고, 새는 세금이 없도록 하며, 허리띠를 꽉 졸라매자는 게 핵심이다. 특히 정부나 정치권에서 관행처럼 굳어져온 비정상적인 부분의 정상화를 통해 기본이 바로 선 나라를 세울 것을 강조했다.

■정치권 겨냥?…비정상적 관행의 정상화

박 대통령은 구태의연한 탁상 행정의 대물림이나 관행 또는 관례라는 이름아래 별다른 죄의식없이 버젓이 자행되어온 잘못된 관행이나 비상식적인 제도들을 깰 것을 지시했다.

하반기 최우선 국정과제를 '민생안정'과 '경제살리기'로 설정한 만큼 민생과 기업활동 등 분야에서 왜곡된 관행이나 제도들을 철폐하고, 이를 토대로 침체된 경기에 '숨통'을 불어넣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20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과거부터 이어온 각종 부패와 비리는 정치권과 국민들이 모두 힘을 모아야만 뿌리 뽑을 수 있다"며 "지금 여러분야에 걸쳐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사안들을 중심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선제적으로 각 분야마다 비정상적인 관행을 정상화하기 위한 난제들을 찾아내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실이 중심이 돼 모든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들을 대상으로 민생·기업활동 등에서 잘못된 관행과 비상식적인 제도들을 찾아서 바로잡을 것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정부 부처 등에서 발주하는 모든 공공사업의 발주시스템에서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비리의 온상이 되곤했던 수의계약에서부터 외부와 짜고 혈세로 조성된 정부 예산으로 '비싸게 사고, 나눠먹는' 비리를 발본색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예산 심의때만 되면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정치권의 '쪽지예산'도 비정상적 범주에 속함에 따라 이 부분에 대한 투명화를 박 대통령이 정치권에 주문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게다가 예산심의 과정에서 등장하는 '주고받기식 배정'이나 '예결위원 몫 챙겨주기', '나눠먹기' 등 관행처럼 굳어져온 국회의 예산심의 시스템의 개선을 요청한 것으로 보여 정치권의 대응이 주목된다.

■국민부담 최소화 원칙 거듭 강조

박 대통령은 전날에 이어 소모적인 증세없는 복지 논란을 지적했다. 증세없다는 공약 자체를 놓고 정쟁 수단으로 삼는데 대한 우회적인 비판을 한 셈이다. 박 대통령은 "최근 정부가 증세없는 복지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 정부가 국민에 대해 가져야 될 기본 자세는 국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부담을 적게해드리면서도 국민행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무조건 증세부터 얘기할 것이 아니라 먼저 지하경제를 양성화해서 우리사회에 만연한 탈세를 뿌리 뽑고, 세출 구조조정으로 불요불급한 사업들을 줄이고, 낭비되는 각종 누수액들을 꼼꼼히 점검하는 노력들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날에 이어 국회에 계류중인 외국인투자촉진법의 처리도 경제활성화와 세수 확보에 중요한 사항이라며 정치권의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결국 증세가 논의의 핵심이 아니라 나라 곳간을 잘 관리하기 위해 그동안 탈루된 소득에 대한 정상적인 세금을 부과하고,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정부 예산을 최대한 아끼고, 곳곳의 누수 세금을 차단하는 정부예산 관리법의 기초부터 단단히 다시 세우자는 메시지인 것이다.

증세 논란이 정쟁으로 비화되는 것과 관련해서도 "정부가 국민들께 세금 부담을 덜 주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나가려는 노력을 왜곡해서 해석하기 보다는 다 같이 힘을 모아서 끝까지 나갈 필요가 있다"며 전방위적인 협조를 거듭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또 "저는 대통령으로서 국민에게 가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그것이 국민을 위한 당연한 일"이라며 각 수석실에 당과 국회와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관련 법안들이 잘 처리되도록 할 것을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내년도 정부예산안 편성 기준과 관련해서도 이 같은 국민부담 최소화 원칙아래 반드시 국민 동의를 구할 것과 우선순위 사업 결정, 예산 누수 방지 등 '3대 원칙'을 준수할 것을 지시했다.

부처별 유사 사업들의 통폐합 과정을 통해 정부 정책의 우선 순위를 정한 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추진할 정책의 진정성을 알리는 한편 예산 방지 노력을 기울이라는 주문인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밖에 청년층 고용률 제고와 전월세 대란 대책, 폭염과 가뭄으로 인한 식수난, 영농 수급난 대책도 함께 주문했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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