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성공시대가 온다]

(2) 성패 갈림길에 선 협동조합


지난해 12월 협동조합 기본법이 시행된 이후 하루 평균 9개 이상의 협동조합이 설립될 정도로 광풍이 일고 있는 가운데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영국이나 이탈리아 등 협동조합 선진국에서 볼 수 있듯이 협동조합이 잘만 운영되면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삼팔선(38세 즈음 퇴사)' '사오정(45세 정년)' 등으로 대변되는 일자리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정부의 복지 시스템도 보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최근 협동조합 광풍 속에는 정부의 지원만을 노린 이름뿐인 협동조합도 많은 것으로 파악되면서 시행 초기부터 '제2의 벤처붐'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생산자.근로자 '윈.윈.윈'

협동조합이 제대로만 운영된다면 소비자와 생산자, 근로자는 물론 정부도 혜택을 볼 수 있다. 사회 구성원 간 '제로섬 게임(승자가 있으면 패자가 있는 게임)'이 아닌 모두가 '윈.윈'이 되는 게임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소비자의 경우 협동조합을 통해 원하는 맞춤형 물품(유기농산물 등), 서비스(의료, 돌봄, 보육 등)를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구매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살림 등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다. 소비자생활협동조합 조합원들은 산지 직거래를 통해 유기농 재배 농산물을 일반 매장보다 30%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생산자는 소비자조합 등과 연계, 직거래 및 사전계약재배 등을 통해 안정적이고 높은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고 근로자 입장에서는 직원으로 구성된 협동조합 설립을 통해 고용불안정 문제 해결은 물론 임금수준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대표적인 생산자 협동조합 중 하나인 서울우유협동조합 관계자는 "납품 기본 가격은 전국 동일하다"며 "다만 체세포수, 세균수, 유지방 등에 따라 성과급이 달라지며 서울우유 조합원들의 경우 '밀크마스터'로 대표되는 조합 차원에서의 원유질 관리 시스템을 통해 다른 곳과 비교해 최고 10% 이상 높은 가격이 책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현재 서울우유협동조합의 경우 조합 농가에서 생산되는 원유 전량 수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매년 1900여 농가를 대상으로 원유질 향상을 위해 450억원가량을 투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차원에서도 협동조합의 혜택을 볼 수 있다. 협동조합이 취약계층에게 일자리 및 사회서비스를 제공해 '복지시스템'을 보완하고 '일을 통한 복지'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적 문제인 청년실업 등의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는 청년창업, 소액창업 등 신규창업 활성화를 통한 취약계층 일자리 제고와 돌봄노동 등 사회서비스를 활성화하고 대안학교 등 공공서비스를 보완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실례로 영국협동조합의 현황을 살펴보면 매년 협동조합수가 늘어 2010년에는 5450개로 2006년에 비해 24.7%가 증가했다.

이는 세계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로 전체적으로 유럽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협동조합 간 협력과 통합으로 사업과 일자리를 유지하고자 하는 의도로 분석된다. 조합원수도 꾸준히 증가, 2010년 1200만여명에 이르고 있으며 협동조합의 고용인원도 23만6000명에 달한다. 협동조합수 증가와 더불어 조합원 및 협동조합에 고용되고 있는 근로자도 늘고 있다는 점에서 영국사회에서 협동조합이 차지하는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한신대학교 장종익 교수는 "세계화와 정보통신기술(ICT) 혁명에 대응하기 쉽지 않은 소상공인들의 경우 심화되는 경쟁과 규모의 경제 등에 대해 좀 더 대응력을 키울 수 있는 대안이 협동조합"이라며 "이에 따라 자영업의 심각한 고용 불안이 해소될 수 있고 자연히 고용 안정 효과 및 빈부격차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협동조합은 이익 추구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에 도움이 되는, 가령 환경 생태계나 비정규직 발생 최소화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도 솔선수범하는 곳이 많다"며 "최근 CSR활동에 관심이 많은 기업들이 개척자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2 벤처붐에 그칠 것 지적

협동조합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만만찮다.

협동조합의 구조적 한계에 대한 지적부터 최근 우리나라에 불고 있는 협동조합 설립 열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선 하루 9곳 정도로 설립되고 있는 '협동조합 설립 열풍'에 대한 우려감이 높다. 협동조합 기본법이 시행된 지 8개월여 만에 2000건을 넘은 협동조합 설립 현황을 보면서 과거 '벤처붐'을 떠올리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이다.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무서운 기세로 늘고 있는 협동조합이 지난 2000년을 전후해 거품이 꺼지면서 수많은 투자 피해자를 낳았던 '벤처붐'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얘기다.

김성오 한국협동조합창업지원센터 이사장은 "최근 우리나라 협동조합 설립 현황을 들여다보면 과거 '벤처붐'이 연상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지속가능한 협동조합을 설립해 내실을 기하는 것보다 양만 늘리려는 분위기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협동조합을 제대로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양보다는 질을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협동조합을 설립하기 전에 철저한 사업성 검토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벤처붐 거품은 사업성 검토가 안 된 곳에 눈먼 돈이 몰리면서 시작된 것"이라며 "협동조합이 한 번의 붐으로 끝나지 않고 우리 사회에서 잘 자리잡아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기업을 유지할 수 있는 사업성에 대한 검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협동조합 기본법 시행 초기에 성과를 내려고 무리하게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협동조합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가 펼쳐지고 자금지원에 대한 정책적 약속이 쏟아지자 단순히 정부 지원을 기대하며 협동조합을 설립하려는 사람들이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는 얘기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서울시에 설립신고를 한 협동조합 가운데 절반 이상의 출자금이 1000만원을 밑돌고 있다. 10억원 이상 출자금을 납입한 협동조합이 2개, 5억원 이상 납입한 협동조합이 6개, 1억원 이상 출자금을 확보한 협동조합이 89개 등 투자자금을 든든히 확보한 협동조합도 있지만 출자금을 납입한 2242개의 협동조합 가운데 58%가 넘는 1301개의 총 출자금이 1000만원을 밑돌았다.
특히 12.2%에 달하는 274개사의 납입 출자금은 100만원을 밑돌았다. 출자금 규모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재무적인 측면에서 실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지에 의구심이 제기되는 것이다.

송덕진 자유경제원 실장은 "최근 보조금이나 정책지원을 노린 유사 협동조합의 난립이 문제가 되고 있다"며 "정부 주도로 사업이 이뤄지면서 장기적인 성장보다는 단기적인 지원방식에 치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 김기석 김문호 박인옥 안승현 임광복 김호연 이유범 이정은 이승환 조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