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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의 시작, 란저우를 걷다

송동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9.06 03:12

수정 2014.11.03 15:23

바람이 불면 마치 모래가 노래하는 듯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명사 산은 중국 연인들이 가장 찾고 싶어 하는 데이트코스로도 유명하다. 사진= 송동근 기자
바람이 불면 마치 모래가 노래하는 듯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명사 산은 중국 연인들이 가장 찾고 싶어 하는 데이트코스로도 유명하다. 사진= 송동근 기자

【 란저우(중국)=송동근 기자】비단길이라는 뜻의 '실크로드'는 기원전 2세기 후반 중국 한무제 때부터 아시아 대륙을 횡단하는 주요 통상로로 이용돼 왔다. 당시 동방에서 서방으로 간 대표적 물품이 중국산 비단이었던 데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 또 서방으로부터는 보석, 옥, 직물 등의 물품뿐 아니라 불교, 이슬람교 등이 이 길을 통해 아시아 대륙의 동쪽 끝까지 전해지기도 했다. 서방의 모든 문물은 서역의 관문인 간쑤성 둔황으로 모아져 외길로 황허강 유역까지 흘러들었고, 이로 인해 중국의 황량한 사막 도시들도 번성해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우게 됐다.
아시아와 유럽을 이어주던 동서양의 교역길 '실크로드'. 그 발자취를 따라 떠나는 긴 여정은 다소 고되긴 하지만 여행 이상의 의미를 갖게 해준다.

■실크로드가 시작되는 곳, 란저우

실크로드의 주요 거점이던 둔황으로 가려면 우선 중국 동방항공의 인천~란저우 노선이나 대한항공의 우루무치행 특별 전세기를 이용해야 한다.

인천공항에서 3시간이면 도착하는 란저우는 중국 대륙 중심부에 위치한 간쑤성의 성도로 역사상 군사요충지면서 실크로드가 시작되는 1400여년의 역사를 지닌 고도다. 이곳은 시안과 서역을 연결해주는 입구로 중국과 아시아, 중동, 유럽 사람들이 서로 왕래하던 탓에 일찍부터 교통이 발달했다. 현재도 중국 내 어느 곳으로도 연결된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철도 노선이 잘 갖춰져 있고, 국도도 사방으로 통해 주변 도시로의 이동이 수월하다.

란저우에서 장예, 우웨이를 거쳐 당도하는 실크로드의 중심, 둔황까지 거리는 차로 약 12시간이 걸린다.

■바람에 울리는 아름다운 모래 소리, 명사산

둔황의 명물 명사산은 고운 모래가 산맥처럼 솟아 있는 산으로 둔황 시내에서 남쪽으로 약 5㎞ 떨어진 곳에 자리해 있다. 명사산은 바람이 불면 마치 모래가 노래를 하는 듯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해서 붙여진 이름. 모래산의 규모만도 남북으로 20㎞, 동서 40㎞에 달해 그 거대함과 이국적인 풍광이 놀라울 따름이다. 거세게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명사산은 아름다운 모래 소리를 내고, 가벼운 바람이 불어도 역시 관현악기가 연주를 하는 듯한 소리를 선사한다. 이런 특성과 어울린 모래산은 중국 연인들이 가장 찾고 싶어 하는 데이트 코스로 유명하다. 산정에 올라 바라보는 저녁 일몰의 풍경 역시 가히 '천하의 절경'이라 할 만큼 아름다워 여행객을 한껏 매료시킨다.

명사산 안에 있는 초승달 모양의 작은 오아시스 월아천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중 하나다. 천의 길이는 약 150m, 폭 50m 정도. 서쪽에서 동쪽으로 갈수록 수심이 깊고 물색이 맑아 마치 거울을 보는 것 같다. 월아천은 한나라 이전부터 이곳에 있었다고 전해진다. 모래산에 둘러싸인 채 수천년 동안 마르지않고 내려온 월아천이 사막 안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진귀한 풍경으로 다가온다.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특히 해가 저물 때쯤 명사산에서 내려다보는 조망은 고즈넉한 운치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중국 3대 석굴 중 하나, 막고굴

둔황 시내에서 동남쪽으로 약 25㎞ 떨어진 곳에 자리한 막고굴(莫高窟)은 주변에 가느다란 시냇물이 흐를 뿐 온통 황량한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 굴은 서기 366년 승려 악준이 명사산과 삼위산에 이상한 빛이 있음을 알고 석벽을 파서 굴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 시초라 한다. 그로부터 14세기까지 약 1000년 동안 수많은 승려와 조각가, 화가, 석공, 도공들이 이곳을 드나들면서 굴을 판 것이라 전해진다. 그렇게 파놓은 크고 작은 굴이 자그마치 남쪽 492개, 북쪽 243개로 모두 735개에 달해 그 수만도 놀랍다. 그중 17번 굴에는 신라시대 혜초 스님이 남겼다는 '왕오천축국전'이 보전돼 있어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현재 막고굴에 남아 있는 수많은 그림 등은 작가들의 피땀 어린 종교적, 예술적 결정체로 높게 평가돼 굴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이곳의 유물들은 안타깝게도 수만점이 약탈돼 해외 10여개국의 박물관과 도서관 등에 분산 보관되고 있다.

란저우에서 출발한 실크로드는 '하서주랑(河西走廊)'을 일직선으로 달리다 명나라 군사 요충지 천하제일웅관, 가욕관에 달한다. 이곳은 간쑤성 란신 철도변의 공업도시로 하서주랑의 중간쯤에 위치하면서 고대 실크로드의 주요 길목이기도 했다.
하서주랑은 길이 약 900㎞, 폭 40~100㎞에 이르는 좁고 긴 평지를 말한다

보하이만에 접한 산하이관이 만리장성의 동쪽 끝이라면 가욕관은 만리장성의 서쪽 끝으로 외세의 침략을 막기 위해 지형을 활용한 전략이 돋보인다. 만리장성으로 연결되는 관 중에서 유일하게 건설 당시 그대로 남아 있는 건축물로 꼽히며 동서 실크로드의 요충지 '천하제일웅관'이라 불린다.
현재 이곳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만리장성 성채 안의 박물관에는 당시 생활상 및 전쟁 기념품 등이 전시돼 있어 여행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dkson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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