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사후의 애플이 '기술의 혁신'보다 '마케팅의 변화'를 선택했다. 올해 아이폰 차기작을 발표한 애플이 혁신적인 기술 개발보다는 그동안 고수했던 프리미엄 일변도 전략에서 탈피해 보급형 시장까지 뛰어드는 마케팅 전략에 대대적인 변화를 줬기 때문이다.
애플의 이 같은 제품 다변화 전략은 최대 라이벌인 삼성전자에 대한 위기감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애플이 더 이상 '혁신의 아이콘'이 아니라는 혹평까지 하고 있다.
■'깜짝쇼' 없어진 애플
애플은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본사에서 열린 신제품 발표회에서 '아이폰5S'와 '아이폰5C'를 처음 공개했다.
다만, 프리미엄 모델인 아이폰5S는 스마트폰 최초로 64비트 'A7'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듀얼 플래시가 적용된 800MB 카메라, 지문인식 기능 등을 채택해 전반적인 성능과 기능면에서 전작보다 진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이폰5S는 10.2㎝(4인치) 크기에 326ppi(인치당 픽셀수) 해상도, 무게 및 두께 등 외양은 전작인 아이폰5와 동일했다. 다만, 색상은 아이폰의 상징인 블랙과 화이트를 버리고 실버, 골드, 스페이스 그레이 등 전면적인 변화를 줬다. 지문인식 기능은 홈 버튼 주위의 '탐지 링'이 사전에 등록한 사용자의 지문을 인식하는 '터치ID' 방식으로 새로운 잠금 해제 기술을 선보였다.
중국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아이폰5C는 그린, 화이트, 블루, 옐로, 레드 등 5종의 색상으로 선보였다. 10.2㎝ 레티나 디스플레이에 A6 AP가 탑재되는 등 전반적인 사양은 아이폰5와 똑같지만 금속인 아이폰5와 달리 플라스틱 재질을 사용해 가격을 낮췄다. 하지만 미국 기준으로 2년 약정 시 가격이 16GB는 99달러(약 10만8000원), 32GB는 199달러(약 21만6000원)로 예상보다 높아 저가보다는 중가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통사 약정 없이 아이폰5C를 살 경우엔 549달러(약 59만8000원)가 될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전망했다. 아이폰5C는 13일부터 예약 판매에 들어가며 20일부터는 아이폰5S와 아이폰5C가 미국, 호주, 캐나다, 중국, 프랑스, 독일, 일본, 싱가포르, 영국, 홍콩, 푸에르토리코 등 11개국에서 1차 출시된다. 한국은 이번에도 1차 출시국에서 제외됐다.
■기로에 선 애플, 삼성 겨냥했나
애플은 이번 신제품 발표를 통해 스티브 잡스 사후 큰 변화를 시도했다. 다만, 그동안 추구했던 기술적 혁신이 아닌 경영 전략의 변화라는 점이 이전과 다르다.
이 때문에 '아이폰4S' 이후 지적된 혁신성 부재가 되풀이되면서 향후 애플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들이 쏟아졌다.
CNN은 "기대감과 놀라움을 선사했던 애플의 신제품 발표 행사가 더이상 소비자들에게 신선함을 주지 못한다"며 "애플은 이제 진정한 '영웅 제품'(hero product)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BBC는 아이폰5C에 대해 "저가 제품 출시로 다른 고가 아이폰의 수요를 둔화시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업계에서는 애플이 그동안 관심을 두지 않았던 중저가폰 시장에 뛰어든 데는 삼성전자와 중국 시장에 대한 위기감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은 올 2·4분기에만 7880만대의 판매량으로 세계 시장점유율 34%를 차지했다. 그런데 중국은 삼성전자의 텃밭이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4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18.5%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애플은 같은 기간 점유율 4.3%로 레노버, 쿨패드, ZTE 등에 밀려 7~8위권에 머무르고 있다.애플이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 갈수록 삼성전자에 밀리는 것도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이 최대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 때문에 애플이 삼성전자가 장악한 중국이나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반격을 꾀하려는 카드로 아이폰5C라는 중저가폰을 개발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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