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벤츠-닛산 ‘적과의 동침’..차체 설계 이어 엔진도 공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9.13 03:55

수정 2014.11.03 13:04

벤츠-닛산 ‘적과의 동침’..차체 설계 이어 엔진도 공유

【 프랑크푸르트(독일)=김성환 기자】메르세데스 벤츠와 르노 닛산그룹이 차세대 자동차 엔진을 공동개발해 쓰기로 했다.

2014년부터 벤츠 C클래스와 인피니티 중형차에 쓰일 엔진을 공유해 기술 개발비용과 생산비용을 줄이고 신차의 성능을 향상시키겠다는 의도다. 국내 완성차 업계에도 이 같은 공유 프로젝트를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기술을 진보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벤츠-르노, C클래스 엔진 공동개발

디터 제체 메르세데스 벤츠 회장과 르노 닛산그룹의 카를로스 곤 회장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전시장인 메세 프랑크푸르트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미국 테네시주의 닛산 공장에서 중형차에 공동으로 사용할 엔진 생산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공동개발한 차세대 엔진은 벤츠 C클래스 모델에 탑재된다. 생산 공장은 미국 테네시주 데처드의 르노 닛산 얼라이언스 파워트레인 공장으로 최근 완공됐다.

연간 생산 능력은 25만대가량으로 추산되며 2014년 하반기 가동될 예정이다. 이 공장의 연간 엔진 생산능력은 25만대가량. 완제품 엔진은 벤츠 C클래스가 만들어지는 미국 앨라배마 벤츠 공장에서 활용한다.

디터 제체 메르세데스 벤츠 회장(왼쪽)과 카를로스 곤 르노 닛산그룹 회장이 지난 11일(현지시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양사 간 합작개발키로 한 엔진 생산이 임박했다고 밝히고 있다. 벤츠 C클래스에 쓰일 이 엔진은 오는 2014년 미국 테네시주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디터 제체 메르세데스 벤츠 회장(왼쪽)과 카를로스 곤 르노 닛산그룹 회장이 지난 11일(현지시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양사 간 합작개발키로 한 엔진 생산이 임박했다고 밝히고 있다. 벤츠 C클래스에 쓰일 이 엔진은 오는 2014년 미국 테네시주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소형차 설계, 중소형차 엔진도 공유

양사의 합작 프로젝트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스마트(smart)/ 트윈고(Twingo)'프로젝트로 소형 자동차의 차체 설계를 공유토록 한 것. 이 설계를 기반으로 벤츠는 이번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스마트의 4인승 모델인 '스마트 포조이(smart fourjoy)'를 선보였고 조만간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르노 역시 소형차 트윈고의 차세대 모델을 슬로베니아 공장에서 생산 중이다. 지난 8월 초 국내에 선보인 벤츠 A클래스의 심장 역시 벤츠와 르노 닛산의 합작품이다.

올 초 제네바 모터쇼에서 선보인 인피니티 Q50의 디젤엔진 역시 벤츠와 르노가 공동개발한 기술이 도입됐다.

닛산이 이번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선보인 콘셉트카 '인피니티 Q30'의 양산차에도 벤츠의 소형차 설계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 밖에 양사는 벤츠의 자동변속기 특허를 공유키로 하고 중소형차 가솔린 터보차저 엔진도 공동개발해 추가 모델을 양산할 계획도 타진 중이다.

카를로스 곤 르노 닛산 최고경영자(CEO)는 "벤츠와 르노 닛산의 초기 합작 프로젝트는 유럽 시장에 초점을 맞췄지만 앞으로는 모든 주요 시장에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커나가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디터 제체 메르세데스 벤츠 회장은 "협력사들과 고객들의 이익을 위해 계속해서 추가 합작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업체 여전히 '동종교배'만…

이처럼 거대 자동차 업체들의 이종교배가 활성화하고 있어 국내 완성차 업계에 위기가 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국내 시장의 경우 인건비와 기술개발 비용 등이 부담스러운데도 최근까지 진행됐던 주요 업체 노조의 파업도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한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미 벤츠와 닛산, 포드 3사 역시 지난 1월부터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에 들어갈 배터리 개발 프로젝트까지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산은 쉽지 않고 기술개발엔 막대한 자본이 필요해 '나홀로 개발'에는 한계가 있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국내에선 이 같은 이종교배 전략을 찾기 힘든 실적이다. 인수합병으로 '한솥밥'을 먹지 않으면 기술 공유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가 기아자동차를 합병한 후 양사 간 부품과 설계를 공유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 대표적이다. 가장 독특한 제휴 사례는 쌍용자동차로 벤츠와 제휴를 통해 2000년대 초반부터 무쏘와 코란도, 체어맨 등에 엔진을 가져와 쓴 경험이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차세대 제품을 만들기 위한 신기술이나 새로운 아키텍처(설계)를 진행하는 데는 막대한 자본이 들기 때문에 합종연횡이 효과적"이라면서도 "각자 회사 간 타협점을 찾기 힘든데다 보안상 문제도 장애가 될 수 있어 협력이 쉽지는 않다"고 조언했다.

ksh@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