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파생상품, 우선 뜻부터 알고 가실게요”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9.21 09:13

수정 2014.11.03 11:52

2008년 세계금융위기를 초래한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터지기 직전의 한 금융회사를 배경으로 한 영화 '마진콜(위 영상)'에는 파생상품의 특성이 잘 드러나 있다. 파생상품이 위험 헤지(hedge)라는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과도한 투기성을 띠면서 '금융의 카지노화' 같은 말도 등장했다. 주식시장은 경기 활황으로 전체 주가지수가 상승하면 투자자 모두 이득을 볼 수 있다. 반면 파생상품 시장은 누군가가 득을 보면 그만큼 누군가가 잃게 되는 '제로섬(Zero sum) 게임'이다.

세계 1위였던 우리나라 파생상품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 2011년 거래량 기준 세계 1위였던 한국거래소(KRX) 파생상품 규모는 지난해 5위로 떨어졌다.
또 금융당국이 자본지상의 투기적 거래를 금지하며 여러가지 규제를 도입해 올 들어 지난 4월까지 KRX의 파생상품 거래량은 2억8900만9044계약으로 세계 11위에 그쳤다.

한국 파생상품시장은 1996년 코스피 200 선물시장이 개장하며 최초로 시작됐다. 이후 빠른 양적 성장을 거듭하며 세계 유수의 글로벌 시장으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이 이런 외형적 성장의 이면에 자리한 과도한 투기적 거래의 부작용에 대해 우려를 제기해온 것도 사실이다.

파생상품 시장을 설명할 때 흔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시장'이라고 한다. 본래 현물상품에서 비롯된 파생상품의 시장규모가 애초의 현물상품 시장 규모를 크게 웃돌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2009년 기준 한국거래소에서 거래된 주식의 일평균 거래대금이 7조9000억원이이었던 반면 KOSPI200선물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30조2000억원으로 주식 거래대금의 약 4배에 달했다. 물론 선물의 경우 레버리지로 인해 단순히 거래대금을 현물시장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파생상품은 그 기초가 되는 상품의 종류가 다양해 시장의 성장은 무한하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과'로 만들 수 있는 상품이 사과잼, 사과파이, 사과주스 등 많은 것처럼 하나의 기초 자산을 통해 파생되는 상품 역시 다양하다. 또 파생상품의 기초자산 역시 다수이므로 이런 기초자산의 조합으로 만들 수 있는 파생상품은 무궁무진하다.

■파생상품, 우선 뜻부터 알고 가실게요

파생상품을 뜻하는 영어단어 derivative의 사전적 의미에서 '새롭지 않은'이라는 항목을 찾을 수 있다. 파생상품의 이해에서 가장 선행되어야 할 중요한 사실이 바로 이것이다. 파생상품은 '새롭지 않은' 투자 방식의 일종이다. 쉽게 생각하면 주식거래가 아닌 다른 모든 투자방식이 파생상품의 일종이다. 파생(派生)의 사전적 의미는 '사물이 어떤 근원으로부터 갈려 나와 생김'이다. 파생상품은 상품의 근원인 기초자산에서 갈려 나와 생긴 모든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범위가 넓어 막연하고 멀어만 보이던 개념이다. 하지만 파생상품은 절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약간의 변칙이 있을 뿐.

파생상품 설명의 바이블, 수학으로 치면 정석책 첫 페이지에 나올 법한 설명이 바로 아래의 나무 그림이다.

“파생상품, 우선 뜻부터 알고 가실게요”

기초자산이 기본 줄기라면 거기서 갈라져 나온 가지들이 선도(Forward), 선물(Futures), 옵션(Options), 스왑(Swap) 등의 파생상품이다. 파생상품은 상품의 표준화 여부에 따라 선물거래·선도거래로 분류할 수 있다. 거래가 이뤄지는 거래소, 즉 시장의 유무에 따라 장내파생상품·장외파생상품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장내파생상품은 정부가 지정한 특정 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파생상품을 말한다. 특정 시장은 한국 한국거래소(KRX),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 시카고상업거래소(CME),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등을 생각하면 된다.

장외파생상품은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상품을 제외한 모든 상품을 의미한다. 거래에 대한 정해진 규정 없이 당사자 간의 협의로 만기일 등 계약내용을 정할 수 있어 장내거래상품보다 훨씬 많이 이용되고 있다.

대표적 장외상품으로는 은행에서 제공하는 FX(FOREX - Foreign Exchange)거래가 있다.

△선도거래(Forward): 어떤 상품을 현재 정해진 가격으로 미래의 정해진 시점(만기)에 매매하기로 하는 계약이다. 현재시점은 계약시점이고 만기시점은 계약의 집행 시점이다.

선도 계약을 가장 쉽게 설명하는 방법으로 배추 밭떼기를 많이 쓴다. 봄에 배추 재배농과 유통업자 사이에 미리 출하시점의 배추가격과 거래수량을 정해서 계약을 맺고, 출하시점에는 그 시점의 가격과 관계없이 계약에 명시된 가격으로 거래를 이행하기로 하는 계약이다. 만일 출하시점의 배추가격이 계약가격보다 상승하면 유통업자는 싼 가격에 배추를 구입할 수 있어 이익을 보는 반면, 배추 재배농가는 시세보다 싼 가격에 팔아야하므로 손실이 발생한다.

△선물(Futures): 표준화된 선도거래. 선도 거래가 두 거래 당사자와의 계약으로 장외시장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면 선물은 거래소를 통해 거래된다는 차이점이 있다. 선물거래 역시 선도거래와 비슷하게 미래 시점의 가격 불확실성 위험을 헤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다. 다음 기사는 석유 시장의 선물거래를 실제 예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옵션(Options): 파생상품의 한 종류. 미래의 일정 시점에 특정자산을 미리 정한 가격에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옵션(Options)의 사전적 의미는 '선택권'이다. 살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옵션을 콜옵션, 팔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옵션을 풋옵션이라고 한다.

선도 및 선물거래와 옵션은 미래 일정시점에 정해진 가격으로 특정자산을 거래하기로 한 계약이라는 점에서 유사하다. 하지만 선도 및 선물 매수자는 이해득실에 관계없이 특정한 가격에 반드시 사야 하지만 옵션 매수자는 그 권리를 이행하거나 이행하지 않을 수 있다. 즉 옵션 매수자는 자신에게 유리한 경우에만 계약을 이행하면 된다.

배추 밭떼기의 예로 돌아가면 옵션 매수자는 50원 정도의 옵션 가격을 두고 미래의 특정 시점에 배추를 1000원에 '살 수 있는 권리'를 살 수 있다. 특정 시점에서 배추 가격이 1050원을 넘으면 권리를 행사해 이득을 볼 수 있고, 배추 가격이 950원 미만으로 떨어지면 옵션을 포기하고 시중에서 싼 값에 배추를 살 수 있는 것이다.

△스왑(Swap): 미래에 다른 종류의 현금흐름을 교환하기로 하는 계약이다.

현금흐름(Cash Flow) 교환에 대한 계약이란 고정금리와 변동금리간의 이자율스왑, 다른 종류의 통화간의 통화스왑 등을 말한다. 스왑은 거래소 이외의 장소에서 개별계약을 통해 거래가 이뤄지는 장외파생상품이다. 이자율스왑은 장외파생상품 중 거래가 가장 활발한 상품이다.

■세계 자본시장을 들었다놨다 들었다놨다…'요~물'

미국의 리서치전문업체 글로벌 리서치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전문가들이 추정한 전세계 파생상품 시장의 규모는 1200조달러에 달한다. 이는 연간 전세계 총생산 규모의 20배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다. 세계 실물경제의 범위를 크게 넘어서는 파생상품 시장에 문제가 생기면 이는 곧 현실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임을 어렵지 않게 추론할 수 있다.

파생상품분야의 권위자인 폴 윌모트(Paul Wilmott)는 "파생상품 시장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위험이 얼마나 클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렵다"며 "이는 파생상품 시장이 매우 복잡하고 규제되지 않는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선물산업협회(FIA)에 따르면 2012년 세계 파생시장의 총 거래량은 약 212억건이었다. 이 중 상위 5개 시장이 전체 거래량의 약 52%를 차지하고 있다. 거래소별로 보면 시카고상업거래소그룹 거래량이 28억9004만 계약으로 1위를 차지했으며, 유럽파생상품거래소(22억9147만 계약), 인도내셔널증권거래소(20억1049만 계약)등이 뒤를 이었다. 2011년 세계 1위의 시장이었던 한국거래소는 18억3562만계약으로 5위를 기록했다.

■단언컨대, 파생상품에 관한 가장 권위있는 컨퍼런스

파이낸셜뉴스는 2003년 한국선물거래소·한국선물협회와 함께 제1회 서울국제파생상품컨퍼런스를 개최하며 국내 파생상품 시장의 발전을 선도해왔다. 매 컨퍼런스마다 세계의 유명 석학 및 실무 전문가들이 참가했으며 지난 8월 개최된 11회 컨퍼런스까지 총 120명 이상의 해외 전문가들이 찾았다.

특히 올해 8월 27~28일 개최됐던 제11회 서울국제파생상품컨퍼런스는 한국을 넘어 아시아 최고의 파생상품컨퍼런스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됐다. 이 자리에는 왕창윈 중국 인민대학교 교수, 니시무라 기요히코 일본 동경대학교 교수, 이완 아지스 아시아개발은행 지역경제통합국 국장 등 세계적인 석학 및 전문가가 참가해 국내외 금융전문가들과 논의를 활발히 진행했다.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의 재정절벽 우려 등 세계 경제 침체 속에 지난해 파생상품 시장은 잠깐 주춤하는 시기를 겪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파생상품시장의 규모는 2003년 81억건의 규모에서 지난 10년간 161%의 성장세를 보였다. 또 2003년 당시 80조달러 규모로 추산되던 파생상품의 시장규모가 지난해에는 1000조 달러를 넘어섰다는 분석도 있다.

11년간 이어져 온 서울국제파생상품컨퍼런스의 내용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지난 10년간 파생상품시장의 흐름을 익히는데 유익한 자료가 될 것이다.

<역대 서울국제파생상품컨퍼런스 회차 및 주제>

제1회(2003) 선물 옵션 시장의 신조류와 전략적 적용

다니엘 카 NYMEX 부사장 / 데이비드 심코 하버드대 교수 / 매트 모란 / 마크 로젠버그 SSARIS 대표 / 벤 스코트 모건스탠리 이사 / 로버트 허칭스 CBOT 수석부장 / 브래든 브랜들리 EUREX 컨설턴트

교육기능 강화해야 / 원유 선물거래 활성화 시급

제2회(2004) 선물, 옵션시장과 위험관리: 파생상품의 투자, 헤징, 거래, 위험 관리의 혁신적 응용

토마스 스니와이스 메사츄세츠대 교수 / 돈 챈스 루이지애나 주립대 교수 / 매튜 모란 CBOE 부사장 / 브래든 브래들리 EUREX 부사장 / 엘런 터커 페이스대 교수 겸 뉴욕경영대학원 교수 / 로버트 클램코스키 인디애나대 & 성균관대 교수 / 로버트 허칭스 CBOT 부사장 / 앨빈 리 리스크 매트리스 그룹 부사장

"한국 파생상품 시장 활성화 위해선 연기금 주식투자 늘려야"

제3회(2005) 파생상품을 통한 위험관리, 장외 파생상품 시장의 상품개발과 적용

샤론 브라운 후루스카(미국선물거래위원회 위원) / 데이비드 쾨니히(국제리스크매니저 협회회장) / 데이비드 로위(선가드 부사장) / 마이클 채(ABN AMRO 전무) / 조지 마틴(자이어 캐피털 매니지먼트 그룹 수석 연구원) / 천 룡(조달청 국제물자본부장) / 앙 쉬 티앙(싱가포르 거래소 사장) / 매트 모란(시카고 옵션 거래소 부사장) / 돈 챈스(루이지애나 주립대 교수) / 월터 살(게이트웨이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 대표이사) / 앨런 터커(페이스대 교수) / 페트리시아 모슬러(시카고 선물 거래소 자금 담당 이사) / 라파엘 도우디(리스크데이터 수석 연구원) / 매트 엘리츠(아시아-태평양 SSARIS 어드바이저 이사) / 패트리스 콘시큐어(SINOPIA 에셋 매니지먼트 대표이사)

亞 화물운송 파생상품 매년50%이상 거래 급증

제4회(2006) 파생상품의 대체투자 활용: 헤지펀드, 일임선물, 상품 등

글렌 세티 (GJ Satty ltd 대표이사) / 리처드 스퍼진 (클락대 교수) / 토머스 스니와이스 (매사추세츠대 교수) 1 / 토머스 스니와이스 (매사추세츠대 교수) 2 / 가스유키 도쿠시마 (닛세이 자산운용 대표이사) / 매튜 모란 (CBOE 부사장) / 앨런 더커 (페이스대 교수 겸 뉴욕경영대학원 교수) / 데이비드 크론 (앨스턴& 버드 LLC 공동대표, 변호사) / 돈 채스 (루이지애나 주립대 교수) / 매리 사부아 (옵션청산회사 대표) / 넬슨 메이시 (메사추세츠대 아이젠버그 경영대학원 교수) / 로버트 글렘코스키 (인대애나대 교수 겸 성균관대 원장)

"파생상품 개발 전문가 키워라" / 결산좌담회: …"한국 선물시장 5년후면 엄청난 규모로 성장"

제5회(2007) 파생상품의 대체투자: 헤지펀드, 일임선물, 선물거래, 상품선물 등

토머스 스니와이스 (매사추세츠대 교수) 1 / 토머스 스니와이스 (매사추세츠대 교수) 2 / 리처드 스퍼진(클락대 교수) / 버지니아 파커 (파커 글로벌 전략 대표이사) / 스티븐 피글스키 (뉴욕대 교수 및 파생상품 저널 에디터) 1 / 스티븐 피글스키 (뉴욕대 교수 및 파생상품 저널 에디터) 2 / 로버트 코브 (로욜라대 교수) / 돈 챈스 (루이지애나 주립대 교수) / 앨런 터커 (페이스대 교수 및 뉴욕경영대학원 교수) / 후세인 카즈미 (메사추세츠대 교수) / 제니퍼 일키 (ICE 본부장) / 구안 옹 (KIC 본부장) / 리처드 스퍼진 (클락대 교수) 석학들이 말하는 파생상품 오해와 진실

제6회(2008)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이후 헤지펀드 시장과 그린 파이낸스

릭 그로브 (러터 어소시에이트 대표이사)/ 매튜 모란 (시카고옵션거래소 부사장)/ "서브프라임 책임론은 오해"

제7회(2009) 파생상품시장-새로운 도전

마이클 스텀 (오안다 선물회사 대표이사)/ 로버트 웹(버지니아 주립대학 맥인타이어 석좌교수)/ 빠트리스 꽁시꿰르(HSBC 글로벌 자산운용사 기관사업부문 아태 대표)/ 리스 그레고리(한국맥쿼리증권 대표이사)/ 하옐 아부함단(스위스 MIG Investment 부사장)/ 앙띄완느 브로퀘로(SG증권 아·태 대표)/ 헤롤드 킴(씨티크룹 글로벌마켓증권 리테일 구조화)/ 존 빌스(일리노이 공과대학교 금융학부 교수)/ 한스 볼룸스테인(OECD 채권시장 및 공채관리 헤드)/ 메흐다드 파리마니(씨티그룹 선물·옵션 총괄책임자)/ 폴 데이(스위스 MIG 이네스트먼트 부센터장)/ 국내외 석학 "한국 아직 축배들 때 아니다" / "목표 변동성 미리 설정후 주식편입 비중 조절을"

제8회(2010) 새로운 10년: 파생상품 시장 환경과 발전

패트릭 벌리(유럽기후거래소(ECX)이사장)/ 매튜 흥(바클레이스캐피탈 이머징 아시아 채권 전략 본부장)/ 장 파이퍼(UBS AG 이사)/ 로버트웹 (버지니아 주립대학교 맥인타이어/석좌교수)/ 하빕 모타니(클리포드챈스 파생상품전문 변호사)/ 아사라프 라이디(CMC Markets 시장전략본부장)/ 제니퍼 일키(ICE 아·태지역 본부장)/ 크리스토퍼 에오양(골드만삭스 아시아투자전략그룹 헤드)/ 란지트 아지트 싱(말레이시아 증권위원회 본부장)/ 닉 로널즈(FIA Asia 이사장)/ 아론 보스키(마르코 폴로 퓨어 에셋매니지먼트 대표이사)/ 창홍(해통증권 파생상품팀장)/ "투기적 상품개발 자제해야"

제9회(2011) 대체투자시장: 그 현실과 향후 전망

구안 옹(블루 라이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 노리히코 니시노(노무라금융투자 대표이사) / 에드 로저스(로저스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 대표) / 윌리엄 페섹(블룸버그 칼럼니스트) / 마이클 두빈(실버크레스트 자산운용 본부장) / 찰스 존슨(타노캐피털 창립자 겸 본부장) / 존 하우(패트리어트 그룹 대표) / 포람 퐁(페가수스펀드 본부장) / 히로키 야기(노무라 펀드 리서치 및 테크놀러지 수석펀드분석가)

제10회(2012)혁신과 규제: 대체투자의 미래

기어트 루웬호스트(예일대학교 기업금융학 교수 및 경영대학원 MBA학과장) / 앤드류 램(CME 클리어링 유럽 대표) / 러스 그레고리(한국 맥쿼리 증권 대표) / 위안 티안(CIC 채권 & 절대수익투자 MD) / 오쿠야마 타이젠(머니파트너즈그룹 대표이사) / 키스 노이즈(국제스왑파생금융협회(ISDA) 아태 지사장) / 밥 스와럽(Camdor Global 사장) / 프랭크 다장(아문디 AI 부대표 및 사업개발 글로벌 헤드) / 디파 산카란(다비아시아인베스터스 MD)

제11회(2013) 아시아의 변화, 투자의 미래

왕창윈(중국 인민대학교 금융학과 교수) / 스콧 워런(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 주가지수 상품 및 지수서비스부문 전무) / 이완 아지스(아시아개발은행(ADB) 지역국제통합국 국장) / 니시무라 기요히코(일본 동경대학교 경제학 교수, 전 일본은행(BOJ) 부총재)) / 아질라 아지즈(Kenanga Deutsche Futures Sdn Bhd CEO, 상장파생상품부문 대표) / 이브 슈웨이파티(TOBAM 대표이사, CIO) / 스테판 모팽-히가시노(아문디 투자전문가-자본전략 대표, CFA) / 에마뉘엘 룰랭(롬바르 오디에 아시아리미티드, LOIM 아태 대표)

■파생상품 범죄와의 전쟁

파생상품은 투기적 성격으로 인해 범죄의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2011년 5월 한 남성이 서울역과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 사제 폭탄을 터뜨렸다. 이후 경찰에 붙잡힌 김모씨는 주가지수가 하락할수록 수익이 커지는 파생상품(풋옵션)에 투자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조사결과에서 그는 당시 오사마 빈 라덴이 사살된 것과 더불어 옵션만기일에 위기감을 조성하고 주가급락을 시도해 큰 돈을 벌고자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김모씨처럼 파생상품에 투자하고 직접 범죄를 일으키는 경우는 흔치 않다. 대체로 파생상품관련 범죄의 경우 직접 범죄보다는 도덕적 해이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파생상품의 복잡성으로 인해 대부분의 투자자들, 때로는 그 상품을 판매하는 사람조차 상품의 위험성에 대해 잘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 때 상품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고객에게 잘 설명해 주지 않는 '불완전 판매'가 발생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7년 촉발돼 세계금융위기의 주범이 된 비우량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1995년 당시에는 신용도가 낮은 저소득층에게 주택자금을 빌려주는 상품이었다. 미국 은행들은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에게 대출을 권장했고 금융기관들도 수익을 늘리기 위해 각종 파생상품을 만들어냈다. 자산담보증권(ABS), 악성 빚만 따로 모은 부채담보증권(CDO)등을 만들어 판매하는 식으로 가상의 가치를 천문학적으로 부풀렸다. 담보가치가 1000원인 주택금융상품을 바탕으로 5000원이 넘는 가치를 가진 파생상품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경기가 활황일때는 버틸 수 있지만 경기가 하락세를 타면 한 번에 무너질 수 있는 위험한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하지만 2004년 부동산 거품 가격을 우려한 미국 정부가 저금리 정책을 중단하고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부동산 가격은 떨어지고 빚을 내서 집을 산 사람들은 원리금을 갚을 수 없게됐다. 은행들은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해 손실을 입었고 결국에는 미국 5대 투자은행 가운데 3개가 파산하는 금융위기가 도래했다.

일부 금융회사는 자신들이 판매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상품이 갖는 위험성을 사전에 파악했다. 하지만 그들은 세계 금융위기의 뇌관이 폭발 직전에 있었음에도 투자자에게 그 위험성을 알려주지 않았다. 되려 휴지조각이 될 것이 뻔한 상품들을 시장에 마구 팔아치웠다. 결국 미국 모기지 은행의 대표격인 페니메이와 프레디맥의 전직 최고경영자였던 대니얼 머드와 리처드 사이런은 증권거래 사기혐의로 고발당했다.

서브프라임 사태 외에도 파생상품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경제 범죄는 훨씬 더 많다. 골드만삭스 등 월가의 대형은행들은 지난 2010년 파생상품을 이용 그리스 정부가 유럽연합(EU)의 감시를 피해 수십억달러의 분식회계를 하도록 도운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일었다. 또 2011년 9월 무단거래로 스위스 투자은행 UBS에 약 23억달러의 손해를 입힌 크웨쿠 아도볼리(32) 전 UBS 직원은 지난해 영국법원으로부터 7년형을 선고 받았다. 그 밖에도 2008년 프랑스 사상 최악의 손실액(71억달러)을 초래한 제롬 케르비엘 소시에테제네랄 선물 트레이더, 1995년 13억달러의 손실을 초래한 닉 리슨 베어링 선물 트레이더 등이 대표적인 금융사기꾼들로 손꼽히고 있다.

■파생상품투자는 신중하게…'느낌 아니까'

우리나라 증권·파생상품시장에 관한 가장 주된 법률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로 일명 자본시장법이라 한다. 자본시장법은 금융상품을 원금손실 가능성 여부에 따라서 금융상품과 비금융상품으로 구분한다. 원금손실이 없는 예금 등은 비금융상품으로 분류된다. 일상적인 의미를 따지자면 예금은 당연히 금융상품에 속하겠지만 자본시장법 상의 용어로는 비금융상품이다. 만약 당신이 예금 통장을 7개 가졌다면 금융상품 거래는 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금융상품은 원금초과손실 가능성 여부에 따라 파생상품(원금초과손실 가능)과 증권(원금초과손실 불가능)으로 구분된다. 파생상품이라는 범주에는 이미 원금초과손실의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가 포함된 것이다. 증권은 반대로 원금초과손실이 불가능한 금융상품을 말한다. 그래서 파생상품은 주식과 달리 위험하다는 인식은 원금초과손실이 가능하다는 파생상품의 본성을 고려할 때 맞는 말이다.

주식은 최악의 경우 투자자가 보유한 주식의 가치가 0원이 되면 원금을 모두 잃고 끝나지만, 파생상품은 레버리지를 통해 원금 이상의 손해를 볼 수도 있는 '고위험 고수익'구조다.
그러나 자동차를 사고의 위험이 있다고 해서 타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다. 파생상품도 자동차와 같다.
사고에 대비해 보험을 들고 조심스레 운전하면 앞으로도 파생상품의 용도는 무궁무진할 것이다.

hwlee@fnnews.com 이환주 박세인 신아람 정상희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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