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프로골퍼 신인인 B군(20)은 대회 3라운드를 마치고 단독 선두에 올라 일약 관심의 대상이 됐다. 우승 상금은 1억원! 내일 꿈의 시상대에 올라 우승 트로피에 입맞추고 거금을 손에 쥘 것을 상상하니 잠이 올리가 없다.
프로든 아마추어든 라운딩을 하루 앞둔 날은 설렘과 걱정스러움의 교차로 잠을 설치게 된다. 그간 연습 많이 했는데 동반자들 어떻게 혼내 줄까, 처음 가는 골프장인데 코스 적응을 못하면 어쩌지, 최근 모임 많아 계속 술마셨는데 지장이 없을까 등등 걱정과 희망사항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쉬이 잠을 청하지 못한다.
여기에다 새벽같이 일어나야 할 경우, 혹시 알람을 놓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까지 겹쳐 더욱 잠을 못 자게 된다(이럴 땐 휴대폰이나 시계를 이용, 알람을 2~3개 맞춰 놓으면 걱정을 덜 수 있음).
프로선수의 경우 최종일 18번홀 그린에서 6~7m를 남기고 투 퍼트에 실패해 아쉽게 우승을 놓치는 장면을 가끔 볼 수 있다. 나흘간의 피로가 쌓이고 수면 부족까지 겹쳐 젖산이 과다 분비, 근육이 뒤틀린 탓인데, 경험이 없는 신인일수록 어이없는 실수를 더 많이 저지른다. 아마추어는 첫홀부터 몸이 덜 풀려 이리저리 헤매다가 12~13번홀부터 제 컨디션을 회복하는 '27홀 체질'이 많다.
하루 전날, 어떻게 하면 잠을 제대로 잘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게 졸릴 때까지 꾹 참았다가 잠자리에 드는 것. 잠을 설치느니 4~5시간만 푹 자면 컨디션 유지에 지장이 없으므로 눈꺼풀이 감길 때까지 최대한 버티면 숙면을 취할 수 있다(누우면 바로 잠드는 이들에겐 쇠귀에 경 읽기지만).
필자의 경험으로는 잠자기 한 시간 전, 전신 운동에 좋은 108배(拜)를 드려(대략 15~17분 걸림) 온몸을 노곤하게 만들고 미지근한 물로 샤워한 뒤 따뜻한 허브차를 마시면 힘들이지 않고 잠을 청할 수 있다. 108배나 샤워가 귀찮은 사람이라면 부드러운 맛에 혈액 순환이 다른 술보다 잘되는 레드와인 한 잔을 음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수면제 복용은 전혀 권하고 싶지 않다. 잠을 쉽게 청하려고 수면제를 먹었던 지인들과 두 번 라운딩한 적이 있는데, 잠을 깊이 자기는커녕 밤새 자다 깨다를 반복해 덜 깬 몸으로 스윙을 전혀 못하는 걸 보고 동반자들이 배꼽을 잡았던 적이 있다. 아이언 8번을 치든, 6번을 치든 50~70m밖에 보내질 못해 완전 '멘붕'에 이른 모습이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세계 1위 박인비를 지도하는 스포츠 심리학 전공의 조수경 박사는 여기에 어드바이스를 하나 덧붙인다.
어린 시절 소풍가기 전날처럼 설렌다면 그 설렘을 만끽하라는 것. "내일 설사 기록은 좋지 않더라도 좋은 친구들과 멋진 골프장에서 함께 즐기는 것만 해도 감사할 일"이라며 행복 바이러스를 온몸에 퍼지게 하면 잠을 잘 청할 수가 있다. 또 괜히 실전에서 이것저것 잘 해보려고 쓸데없이 걱정거리를 만들 게 아니라 "헤드업은 절대로 않겠다" 혹은 "오른쪽 팔꿈치가 들리지 않게 고정시키겠다"는 등 한 가지 목표를 세우라는 것. 그리고 잠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면 스코어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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