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50년 6·25 전쟁 후 미국 정부의 의학연수 프로그램인 미네소타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 의사들이 서양의학을 공부한 지 불과 반세기. 현재 한국 의료는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으며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그 중심에는 세계 의학의 표준 지침을 만들어가며 의학을 배우던 학생의 입장에서 기술을 전수하는 스승의 자리까지 오른 서울아산병원이 있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상>'세계 의학교과서를 바꾸다', <하>'선진 의료시스템·첨단시설 구축'을 통해 글로벌 의료의 표준을 만들고 있는 서울아산병원의 모습을 이야기해 본다.
지난 2012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환자 수는 총 15만5672명. 이는 전년도 12만2297명에 비해 27.3% 증가한 것이다.
이제 한국의료는 글로벌 수준으로 발전해 세계와 경쟁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박성욱 원장은 23일 "한 국가의 의료 수준과 경쟁력을 평가할 때 가장 중심이 되는 분야는 장기이식, 심장질환, 암 치료"라며 "서울아산병원은 현대 의학의 종합 결정체라고 할 수 있는 이 분야에서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고 수술 성공률을 크게 높여 세계 의료계를 이끄는 중심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 이식 종주국 유럽, 美 추월
서울아산병원의 장기이식 수술은 국립 서울대병원을 뛰어넘어 세계 No.1으로 인정받으며 세계 의학계에서 스승으로 대접받는다.
특히 간이식을 담당하는 이승규 교수팀은 1999년 세계 최초로 '변형우엽절제술(간의 오른쪽 부분을 이식하는 방법)'을 개발한 바 있다. 2000년에는 두 사람의 기증자에게서 간의 일부를 떼어내 한 사람의 환자에게 이식하는 '2대 1 간이식'을 세계 최초로 성공해 세계 장기이식의 지도를 바꿔 놓았다. 장기이식 수술의 중심을 서양에서 대한민국의 서울아산병원으로 가져온 것이다. 지난 2002년 당시 세계 최고 장기이식 전문 센터였던 독일 에센병원으로부터 직접 간이식 교육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사건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일화로 꼽힌다.
이후 서울아산병원의 수술법들은 전 세계 의학자들에게 전파되었고 그 영향으로 세계 간이식 성공률은 크게 올라갈 수 있었다. 세계 최다 생체간이식 수술 성공(지난달까지 3338건), 연 생체신장이식 세계 최다 시행 등을 기록하고 있는 서울아산병원은 지금까지 세계 장기이식을 선도하는 스승으로 자리잡고 있다.
■美 의학계도 배우는 심장 치료법
협심증, 심근경색증 등 심장질환의 치료 분야에서도 서울아산병원은 세계 스승의 반열에 올라서 있다. 심장내과 박승정 교수팀은 1989년 승모판협착증 풍선성형술을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2003년 협심증 환자를 치료하는 그물망(스텐트)에 항암제를 바르면 재발률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같은 학술지에 발표하면서 심혈관 확장 시술자의 '종결자'로 자리잡았다. 특히 2008년에는 심장혈관의 가장 중요하고 심한 협심증을 일으키는 좌주간부(Left Main)가 좁아졌을 때 스텐트 삽입술로 치료하는 것이 기존 외과 수술 못지않게 안전하다는 것을 입증해 세계 심장수술의 가이드라인을 바꿔버렸다.
1997년 박승정 교수팀의 스텐트 시술을 보고 "불가능하다"고 비아냥거렸던 하버드 의대 의학자들이 2003년 박 교수를 직접 하버드 의대로 초청해 스텐트 치료법을 전수한 사건은 세계 심장학회의 유명한 사건 중 하나이다. 지난 2011년부터는 매년 '대동맥 판막 중재시술 국제 학술회의'를 개최하고 스텐트를 이용해 대동맥 판막 협착증을 치료하는 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TAVI)의 노하우를 전 세계 의학자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최다인 100여차례의 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TAVI)을 시행하며 심장질환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연구 성과와 열정을 인정받은 박 교수는 2008년 아시아 심장의학자로는 최초로 심장학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미국관상동맥중재시술학회 최고업적상'까지 수상했다.
■해외 환자 찾아오는 암 수술법
암 치료에서도 서울아산병원의 활약은 눈부시다.
10대암 중 9대암 국내 수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서울아산병원은 고난도 암 수술 성공률이 높아 많은 해외 환자들이 찾고 있다. 특히 개복을 하지 않고 흉터를 최소화하는 복강경 위암 수술의 경우 4300건이라는 세계 최다 경험을 자랑하고 있다. 또 위를 자르고 연결하는 모든 수술 과정을 뱃속에서 마치는 '체내문합술'을 통해 세계 최고의 환자 생존율을 자랑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70세 고령에 다양한 기저질환까지 동반한 두바이 환자가 미국, 유럽을 제쳐두고 서울아산병원을 직접 찾아 고난도 위암 수술을 받고 돌아간 사례도 있었다.
특히 지난 2009년에는 아시아에서 최초로 아시아 지역 간암 의사들을 교육하는 '아시아 간암 의학 교육센터'로 지정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복강경 자궁경부암 수술도 세계 최다인 1000례를 통해 95%란 최고 완치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2013년에는 '국제 부인암 광범위자궁절제술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세계 의학자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기도 했다. 이의 명성을 바탕으로 한 서울아산병원은 진단과 치료부문에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독보적인 지위를 확보하면서 의료한국을 이끌고 있다.
■400명 넘는 해외의학자,매년 서울아산병원 찾아
매년 400명이 넘는 해외 의학자들이 서울아산병원을 방문하고 있다.
간과 신장 등의 장기이식, 스텐트를 이용한 심장병 치료, 개인별 맞춤형 암치료 등은 물론 세계 최고라고 검증 받은 뇌신경치료, 척추 수술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첨단 치료법을 직접 체험하기 위한 방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2012년의 경우 미국, 영국, 벨기에, 베트남 등 전 세계 총 46개국에서 437명의 해외 의학자들이 서울아산병원을 찾아 교육을 받았다. 특히 이런 해외 의학자의 연수 및 교육은 단순한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의료 기술을 신뢰하는 세계 의학자가 늘어나게 되고 결국 '메디컬 강국 대한민국'의 브랜드는 더욱 올라가는 것이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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