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이 계열사 매각을 들고 나왔지만 유동성 리스크를 해소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3개월 이내에 막아야 할 주요 계열사 채권.기업어음(CP) 상환자금이 1조원이 넘는 데다 3조원이 넘는 차입금을 매각대금으로 충당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동양파워.증권 매각 너무 늦었다"
2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동양그룹 비금융계열사의 순차입금은 3조1000억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연내 만기가 도래하는 CP는 8000억원에 육박한다. 회사채도 3000억원을 넘는다.
현재 동양그룹이 내다 팔 수 있는 계열사는 동양파워와 동양증권이다. 동양매직은 지난 7월 KTB PE를 매각 우선협상자로 선정했지만 아직 본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다.
특히 KTB PE가 2500억원을 제시했지만 이 중 부채와 지분출자금액을 제외하면 실제로 동양그룹이 확보하는 자금은 1200억원에 그친다. 레미콘 공장과 골프장 매각도 추진해 왔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동양파워와 동양매직을 매물로 내놨지만 시장에서는 한마디로 '실기(失機)했다'는 반응이다. 삼척화력발전소 사업권을 가진 동양파워는 동양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구심점으로 여겨지며 끝까지 지킨다는 입장이었지만 결국은 지분 전량을 내놓은 상황에까지 몰렸다. 시장에서 평가하는 지분가치는 1조원 규모다. 하지만 매각이 너무 늦어졌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IB업계 고위 관계자는 "동양그룹의 위기설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었다"면서 "동양파워를 지금과 같이 급박한 상황에서 매각한다면 제대로 된 가격을 받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STX에너지 매각 숏리스트에 오른 포스코에너지, 삼탄, GS에너지 등을 동양파워 인수후보군으로 꼽고 있다.
인수후보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동양파워와는 달리 동양증권은 상황이 마땅치 않다. 동양증권은 그룹의 자금조달 창구 및 지원자 역할이 지속됨에 따라 평판 등의 위험이 증가했고 수익창출력도 저하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증권사 IB본부장은 "증권업황이 좋지 않고 우리투자증권이라는 매물이 이미 시장에 나온 상황에서 동양증권이 인수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이 보유한 동양증권 지분은 34%로 평가액은 2000억원 수준이다.
■'계열사 매각' 상황 반전은 힘들어
계열사 매각 카드를 꺼냈지만 급한 불을 끄기는 힘들 전망이다. 통상적으로 인수합병(M&A)은 매각 공고에서 우선협상자 선정까지에만 최소 3개월이 걸린다. 연말까지 돌아오는 채권.CP 만기규모만 1조원이 넘는 상황에서 계열사 매각은 시간적으로 맞지 않는다. 결국 현재로서는 정책자금으로 돌려 막아야 하지만 명분을 얻기가 쉽지 않다. 금호아시아나와 한진해운이 항공과 해운이라는 기간산업을 이유로 산업은행의 지원을 받았지만 시멘트업종의 경우 이와는 다른 얘기라는 것.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최적의 시나리오는 만기가 돌아오는 자금을 계속 차환하면서 매각을 병행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회사채 발행이 쉽지 않고 은행 차입도 어려워 이 방법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돈이 되는 사업을 매각해 위기를 넘는다고 해도 결국에는 먹고살 게 없어지는 상황이라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최소한 동양시멘트만은 끝까지 지키려고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도 "동양그룹 입장에서 동양시멘트까지 매각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에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수순을 밟게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박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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