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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도록 뜨고 싶은 단역 배우가 단 한편의 영화로 최정상에 오른다면.
화려하게만 보이던 ‘배우 탄생’의 충격적인 뒷이야기가 스크린으로 옮겨졌다.
‘배우는 배우다’는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도 마음껏 꿈꿀 수 있었던 배우 오영(이준 분)이 단숨에 주연으로 등극하며 최정상에 올라섰다가 밑바닥 인생으로 추락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영화 초반부터 이준은 연기에 대한 열정이 지나쳐 광기가 서린 단역 배우로 분해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그가 맡은 캐릭터 오영은 연극 무대 위에서 함께 호흡하는 여배우의 대사를 모두 무시한 채 오로지 자신의 연기, 감정에만 집중하는 스타일.
하지만 광기 어린 연기 열정으로 인해 매번 상대방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고 결국 연극을 망쳐버려 감독에게 맞기 일쑤다.
이준은 거칠지만 잠재력이 다분한 신인 배우 오영으로 분해, 야심가 매니지먼트 실장에게 반항하며 빈정거리는 연기, 이후 인기를 얻고 그토록 경멸했던 ‘추락한 배우’ 강빈(양동근 분)처럼 변한 모습 등 시간에 따라 점점 타락하는 다채로운 상황을 소화한다.
특히 감독이 ‘컷’을 외치기 전에 마음대로 ‘컷’을 외치는 것은 물론 단역 배우를 무시하고 스케줄을 멋대로 조절하는 모습이나 만취해 여자에게 집적거리는 오영을 보고있자면 이준의 실제 모습이 아닌가하는 착각이 들 정도.
이처럼 한 사람의 드라마틱한 인생을 빠른 호흡으로 보여줘야하는 ‘배우는 배우다’. 이준은 첫 주연작임에도 베드신, 욕설, 흡연 등 결코 쉽지 않았을 연기를 마치 본인 옷을 입은냥 해낸다.
그는 상대방과의 호흡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 감독으로부터 욕을 먹던 단역의 눈빛에서부터 세상 모든 것을 손에 넣고 촬영장을 쥐락펴락하는 톱스타의 눈빛, 그리고 연예계에서 추방 당한 사람의 비굴한 모습을 각기 다른 힘과 감정으로 표현한다.
이준은 첫 주연작부터 원톱은 물론 짧은 시간 안에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게 되는 배우 인생을 자연스럽게 완성했고 이는 수많은 ‘연기돌’의 지향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또한 앞서 시사회를 통해 신연식 감독이 강조했듯 ‘배우는 배우다’는 인간 본연의 욕망을 가감 없이 담은 영화. 때문에 이준의 모습은 ‘배우’라는 특정 직업이 설정됐을 뿐 모든 인간에게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으로 공감대를 형성한다.
여기에 김기덕 감독의 리얼하고 허를 찌르는 시나리오와 신연식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이 만나 완성도 있는 스토리를 탄생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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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추락하는 이준의 모습에서 동질감을 느끼는 서영희의 성숙하고 애틋한 연기부터 양동근과 마동석의 거친 캐릭터는 극의 생동감을 불어넣기도.
다만 이준의 다소 폭력적인 베드신과 여배우들의 성상납이 그려지는 장면은 연예계의 뒷이야기를 과장, 폭로하는듯 해 다소 불편한 느낌을 줄 수 있다.
더불어 젊은 남자배우들의 뒤를 봐주는 재력가 사모님 이화시나 엔터테인먼트계를 주무르는 검은 손 마동석, 관록의 배우 오광록 등 이준 외 다른 캐릭터들의 개연성이 충분히 살려지지 않아 아쉬움이 남기도.
그럼에도 ‘배우는 배우다’는 연예계의 뒷이야기를 발칙하고 흥미롭게 묘사하는데 성공, 관객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킬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해당 영화의 가치는 이준의 재발견. 연예계 수많은 배우 중에 이준이라는 배우가 자신의 색깔을 드러낸 것만으로도 이미 큰 수확을 거둔 것이다.
한편 ‘배우는 배우다’는 오는 24일 개봉한다.
/파이낸셜뉴스 스타엔 djwlddj@starnnews.com오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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