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자동차-업계·정책

[시승기] 전기차 레이&스파크, 두 차 모두 ‘브레이크 밟을 때마다 충전’ 장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0.29 17:13

수정 2014.10.31 20:17

씨티카 사용자가 차량에서 충전기를 분리하고 있다.
씨티카 사용자가 차량에서 충전기를 분리하고 있다.

전기차는 과연 실용적인가. 배기 가스가 나오지 않는 것 빼고 전기차는 어떤 강점이 있을까.

미국 자동차 시장은 이미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놨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선보였던 모델S는 1억원 안팎의 가격에도 상반기 1만5000대가 팔려 미국의 대형 럭셔리카 시장 1위로 올라섰다. 판매량에서 BMW 7시리즈, 아우디 A8 등을 제친 것이다. 모델S가 인기를 끈 이유는 통념을 깼기 때문이다. 최고 출력 300마력을 넘겨 힘이 없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깼다.

한번에 400㎞를 충전 없이 달릴 수 있다는 점도 구매 계약서에 서명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이유다. 파이낸셜 뉴스는 이미 일부 보급된 전기차 레이EV의 카셰어링 서비스와 스파크EV를 체험해보고 성능을 평가했다.

■씨티카로 탄 레이 시동시 '무소음' 보행자엔 위험.. 빌린 곳서 반납 불편

전기차를 타고 출퇴근하겠다고 하자 많은 이들이 물었다. "그거 올림픽대로 못 달리게 돼 있을걸?"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전기차란 '저속 전기차 진입 금지' 표지판 속의 주인공이다. 그러나 정답은 '얼마든지 달릴 수 있다'이다.

국내에 보급된 전기차 1600여대 중 저속 전기차는 80대뿐. 나머지는 가솔린 차와 같은 성능을 가졌다고 보면 된다. 업체 측이 "완전 충전된 차는 90㎞를 갈 수 있다"고 해서 기자가 사는 서울 잠실에서 회사가 있는 여의도까지 왕복은 안전하리라 믿어보기로 했다. 현재 서울에서 전기차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은 카셰어링 업체를 통하는 것이다. 29일, 전기차의 기능성을 확인하는 동시에 카셰어링 절차에 불편함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전기차 공동이용업체 에버온의 씨티카를 빌려 하루 동안 체험해 봤다.

씨티카를 빌린다는 건 단순히 차를 빌리는 게 아니다. 운전자의 면허 취득 여부와 보험 문제 등이 얽혀있다. 그렇다보니 회원 가입 때 운전면허 번호를 입력하고 정회원으로 승인받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또 티머니 카드 혹은 모바일용 티머니 카드 번호가 꼭 필요하다. 티머니 카드는 자동차 문을 열 때 열쇠 대신 쓰인다.

정회원이 되면 에버온 홈페이지나 스마트폰 앱을 통해 임대 가능한 차량를 조회할 수 있다.기자가 선택한 곳은 잠실 공영주차장. 2대가 있는데 각각의 충전상태가 80%, 90%였다. 충전이 조금이라도 더 된 차를 고른 뒤 1시간이 지나 씨티존에 갔다.

씨티존에는 2대의 레이(기아차)가 충전기와 연결돼 있었다. 보닛 부분에서 충전코드를 뺀 뒤 티머니 카드를 인식기에 대니 차문이 덜컥 열렸다. 시동을 걸 때 필요한 열쇠는 핸들 옆에 고정돼 있다.

반납할 때는 반드시 빌린 장소로 가야 한다. 씨티카의 최대 단점이다. 현재 운영되는 씨티존은 전기차 1대당 주차공간이 1개뿐이다. 주차공간 수는 곧 충전기 대수를 뜻한다. 다른 지역에서 온 씨티카는 충전할 수 없다는 뜻. 이날 기자 역시 빌린 차를 반납하기 위해 늦은 시간에 일부러 잠실 공영주차장을 찾아야 했다. 하루 동안 씨티카를 빌린 비용은 4만9000원. 같은 사양의 가솔린 모델을 렌터카 업체에서 하루 동안 빌리면 5만원 이상 든다. 주유비까지 감안하면 최소 1만원 이상 저렴한 셈이다.

전기차의 최대 장점 중 하나는 저소음이다. 씨티카 역시 시동을 걸면 계기판에 'ready' 표시가 뜰 뿐 아무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렇다보니 아파트 지상 주차장에서는 위험한 장면도 연출됐다.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이나 보행자들이 으레 자동차 시동 거는 소리를 듣고 피하게 마련인데 전기차는 경적을 울리거나 창문을 열고 '비켜달라'고 말해야만 한다.

주행 능력이나 승차감은 가솔린 차와 차이가 거의 없었다. 가속 페달을 110㎞/h까지 밟자 조용히, 그럼에도 매우 강하게 나갔다.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전기가 충전되는 것도 장점이다. 남아있는 전력량은 계기판에서 수시로 확인할 수 있다.

반납할 때에는 다음 사람을 위해 반드시 충전기를 꽂아놔야 한다. 완속 충전기가 주차장 벽쪽에 설치돼있다보니 전면 주차를 해야 하는데 운전이 서툰 이들에게는 이 점도 큰 부담이다. 기자가 차량을 반납할 때에도 양쪽에 장애물이 있는 비좁은 상태에서 전면 주차를 해야 했다. 7년간 운전을 했지만 전면 주차는 시도한 적이 거의 없다. 15분을 앞뒤로 오가며 끙끙대다 결국 다른 운전자에게 주차를 부탁했다. 차량 후방에도 충전구가 있지만 이는 급속 충전용이다. 급속 충전을 자주 하면 배터리 수명이 줄어들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되도록 완속충전을 권한다. 제조사가 충전구 방향을 서로 바꿔주지 않는다면 전기차 운전자들은 알아서 주차 기술을 연마하는 수밖에 없다.

wild@fnnews.com 박하나 기자
[시승기] 전기차 레이&스파크, 두 차 모두 ‘브레이크 밟을 때마다 충전’ 장점


■스파크 최대 토크 57.4㎏.m… 일반 중형차보다 순간 가속력 좋아

스파크EV(사진)는 럭셔리 전기차인 모델S와 비교하기엔 무리지만 유사한 점이 많다. 모터는 크고 차체는 가벼운 덕에 최대 토크는 57.4㎏.m로 높아졌다. 일반 중형차의 토크가 20~30㎏.m인 데 비하면 순간 가속력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얘기다. 속도를 꾸준히 내는 데 필요한 마력은 143hp로 스포츠카급인 모델S(300hp)와는 비교가 곤란하다.

외관을 보니 기존 스파크엔 있던 것이 사라졌다. 안개등과 스페어타이어를 없애 전력소모와 무게를 줄였고 라디에이터 그릴에 난 공기 흡기구는 막아버렸다. 화석연료를 태울 일이 없기 때문이다. 뒤 트렁크에는 타이어펑크를 임시로 메울 수 있는 비상정비도구, 충전소가 없을 때를 대비해 만들어둔 비상충전 플러그를 비치했다. 가정용 220V 콘센트에 꽂아도 충전이 가능하다.

시동을 걸어 서행할 때까지는 승차감이 하이브리드 차와 동일하다. 모터로 구동시켜 엔진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것은 전기차의 단점 중 하나다. 보행자들이 소리를 인식하지 못해 피할 기회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지엠은 이 같은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차량 내부에 인위적인 엔진음을 내도록 하는 스피커를 달았다. 고속주행에서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 시속 30㎞ 이하로 주행할 때는 보행자가 많은 골목 등을 달리는 것을 고려해 소리가 나도록 했다.

하지만 빈 도로에서 속도를 내자 차가 예상보다 빠르게 튀어나가 기자를 당혹하게 했다. 토크가 높아 옆차선으로 끼어들기 수월했다. 스포츠모드(S) 버튼을 누르자 가속페달의 민감도가 더 커져 긴장감이 높아졌다. 변속기의 드라이브(D) 아래쪽에 있는 (L)을 선택하자 주행에 다소 답답함이 느껴졌다. 가속하지 않을 때 이미 돌고 있는 바퀴 회전력을 이용해 충전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회생제동(regenerative brake)'이라 불리는 이 기능은 페달에서 발을 떼면 속도가 급격히 줄어 브레이크를 밟을 필요가 없다.

차체가 작은 탓에 작은 배터리를 장착한 것은 아쉽다. 1회 주행거리가 130㎞로 서울시내에서 출퇴근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운전자 입장에선 심리적으로 편하지 않다. 자동차 주차 시 충전 플러그를 꽂는 버릇이 돼있지 않기 때문이다. 적어도 2~3일가량 충전 없이 탈 수 있도록 1회 주행거리를 200~300㎞로 늘리는 것이 차세대 전기차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소형 전기차인 탓에 뒷좌석에 앉았을 때의 승차감이 좋지는 않다. 대형 배터리가 좌석 밑에 장착돼 있다. 그래서인지 3인이 앉을 수 있는 뒷좌석의 가운데 부분에는 컵홀더를 장착, 2인만이 탈 수 있도록 했다.
좌석의 쿠션 부분까지 배터리를 꽉 채운 탓에 쿠션이 다소 딱딱하다.

힘과 속도 면에서 전반적인 주행성능은 매우 탁월했다.
하지만 작은 차체의 한계상 급가속 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