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방재청은 이 아파트 102동 24∼26층에 헬기가 충돌한 후 아파트 화단으로 추락, 박인규 조종사(58)와 고종진 부조종사(37) 등 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 사고로 아파트 21층에서 27층까지 창문이 깨지고 외벽이 상당 부분 부서졌다. 헬기는 꼬리날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이 모두 파손돼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상태다.
피해를 본 아파트 21∼27층에는 주민 27명이 있었으며 이들은 모두 사고 직후 신속하게 대피해 주민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남구청은 강남구 소재 오크우드 호텔을 주민들이 생활할 임시 거처로 확보했다. 구청은 관계기관과 함께 헬기와 충돌한 아파트에 대해 정밀 안전진단을 할 계획이다.
사고 헬기 기종은 8인승 시콜스키 S-76 C++으로 LG전자 소속의 민간헬기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오전 8시46분 김포공항에서 출발한 헬기는 잠실에서 LG 임원을 태우고 전주로 가기 위해 잠실 선착장으로 이동하던 중 헬기 프로펠러가 아파트 창문에 부딪히면서 지상으로 추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LG전자 관계자는 "2007년에 구입한 헬기로 오래된 헬기는 아니다"라며 "직원들이 지방사업장을 오갈 때 회사 인터넷을 통해 신청해 사용하는 헬기로 LG전자가 보유한 2대 중 1대가 사고가 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포에서 이륙할 때 정상적으로 허가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 헬기가 김포공항에서 이륙할 당시 이륙을 위한 시정(visibility) 조건은 모두 정상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공군 관측소 중 사고 지점에서 약 5㎞ 떨어진 성남기지에서 측정한 가시거리는 오전 9시 당시 800m, 종로구 송월동 기상관측소에서 같은 시간 측정한 가시거리는 1.1㎞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가 발생한 지역은 평소 안개가 짙게 낄 경우 아파트 고층부를 덮는 날이 자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상청 관계자는 "안개는 지역에 따라 편차가 큰 특징이 있다"라며 "송월동 주변에서는 옅은 안개가 꼈지만 삼성동에는 더 짙은 안개가 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이날 오전 짙은 안개로 헬기가 시야를 잃고 아파트에 부딪친 것으로 보인다"며 "정확한 사고 원인은 추가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사고수습본부를 서울항공청에 설치하고 사고조사관 5명을 급파, 피해 상황을 파악 중이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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