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과학에 예술의 혼 녹이다.. 과학기술단체 융합 열풍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1.19 17:14

수정 2013.11.19 17:14

KIST의 아티스트 레지던시 사업인 'ARTKIST' 관계자들이 예술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KIST의 아티스트 레지던시 사업인 'ARTKIST' 관계자들이 예술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창조경제를 내세우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출범한 이후 과학기술연구단체들이 예술과 과학을 접목하는 사업을 연이어 추진하고 있다. 창의성을 기반으로 하는 과학자와 예술가가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 연구활동과 예술활동에 시너지를 꾀하겠다는 목표다.

19일 한국기계연구원(KIMM)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은 각각 문학 및 설치 미술가 등 예술가들을 원내에 상주시키는 '아티스트 레지던시'를 제공하거나 과학자들과 공동으로 예술작품 창작에 나서는 등 예술연계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예술가와 과학자가 한 공간에

기계연은 지난 4월 중순부터 국내 최초로 예술과 과학의 융합프로그램인 '아티언스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기계연은 아티언스레지던시를 통해 미술작가인 박형준, 한승구 작가에게 약 4개월 동안 연구원 내 기숙사와 작업실 등을 제공하고 과학 연구자들과 자유롭게 교류하게 도왔다. 또 여기서 얻은 영감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과학과 예술이 융합된 작품을 제작하도록 지원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박형준 작가는 기계연 나노자연모사연구실의 연구 소재 중 하나인 '물'을 주제로 자연에 대한 인간의 기술적 태도와 그 의미를 성찰하는 작품을 선보였다. 한승구 작가는 디지털 기술과 커뮤니케이션 인터페이스를 활용한 인터랙션 설치 작업을 선보였다.

KIST는 지난 14일부터 연구소 내에 예술창작 스튜디오인 'ARTKIST(아트키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1년간 운영하기로 했다. KIST는 예술에 대한 열정과 재능이 있지만 작품 활동을 펼칠 공간이 없는 젊은 예술가 7명을 선발해 KIST L3 연구동 1층에 조건 없이 입주할 수 있게 했다. KIST는 회화, 설치, 조각, 영상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스튜디오에서 작품활동에 매진하면 과학자들이 전시된 작품을 감상하고 예술가들과 자유롭게 교류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문길주 KIST 원장은 "과학자와 예술가의 자연스러운 교감과 소통을 통해 창의융합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ARTKIST를 오픈했다"며 "앞으로 정기적인 간담회나 전시회를 개최하고 공동 프로그램 등을 개발해 협업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학·만화 작가도 지원

KAIST는 문학 및 시나리오, 만화 작가 3인을 캠퍼스 내에 상주시키는 '엔드리스 프로그램'을 8월부터 시작했다. 과학과 예술의 시너지는 끝이 없다는 의미의 이 프로젝트에는 '논리야 놀자', '아홉살 인생'의 작가 위기철씨와 장편 영화 데뷔를 준비 중인 영화인 심소연씨, 포털 사이트 다음의 만화 속 세상에서 '체리보이 그녀'를 연재 중인 웹툰 작가 남지예씨가 최종 선발됐다. 이들은 지난 10월 초 부터 교내 외국인 교수 아파트 게스트하우스에 입주해 최장 6개월 동안 KAIST 내의 숙소와 집필실을 제공받고 매월 80만원의 창작 지원금을 받는다.

엔드리스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심소연 작가는 "작업 중인 시나리오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뇌 과학 분야를 중점적으로 취재하고 있다"며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생활과 함께 과학적 이야깃거리와 전문성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 활성화에도 기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기연)은 원내 연구원과 예술가가 공동으로 창작한 작품을 제주도 김녕 올레길에 설치, 전시하는 에뉴알레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지난 6월부터 시작된 에뉴알레 프로그램은 '자연'과 '미디어'를 키워드로 에기연이 수행 중인 풍력발전, 유체물리, 해양염분차발전, 해양바이오 등 에너지기술 영역에 건축과 미디어아트를 융합한 작품을 제작한 뒤 지난 8~9월 서울과 제주에서 전시했다. 이후 제주도 김녕리 주민들의 지원을 받아 성세기 해변 일대 올레길 20코스에 작품들을 영구 설치 중이다.

에기연 담당자는 "앞으로도 다양한 예술가들이 과학기술과 만나 새로운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도록 꾸준히 지원할 계획"이라며 "설치 미술 외에도 음악, 뮤지컬 등과 에기연의 연구를 접목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