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북서쪽으로 140㎞ 떨어진 옌바이성. 현대엠코는 이 지역에 옌바이성종합병원 신축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로치면 서울에서 세종시 정도 떨어진 곳이다. 자동차로 2시간이 채 안 걸리는 거리지만, 열악한 현지 도로 사정으로 인해 3시간 뒤에야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노이를 빠져나온 고속도로는 20여분을 달리자 끊겼고, 이후부터는 줄곧 편도 1차선 도로를 이용해야 했다. 자동차는 3시간 동안 마치 곡예운전하듯 달렸다.
베트남의 국민 이동수단이라 할 수 있는 수많은 오토바이를 피해 중앙선을 넘고 추월하는 일은 다반사였다. 아찔함은 점차 무감각해져 갔다.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화물차와 시간차를 두고 중앙선을 넘나들며 앞으로 이동해야만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어서다. 간혹 움푹 파인 곳도 나타나 시속 60㎞를 넘기는 어려웠다. 베트남 정부가 고속도로 건설을 확대하려는 이유다.이 때문에 베트남에서 과속하기 어렵다. 시내에서는 출퇴근하는 수많은 오토바이와 엉켜야 해서 자동차가 폐차되기 전까지 시속 100㎞를 한 번도 넘어본 경험이 없을 것이란 얘기는 과장이 아닌 듯 했다. 신호등마저 없는 사거리에서 좌회전과 직진을 하려는 자동차와 오토바이들이 얽히고설킨 후 어느새 자연스레 실타래를 풀듯 정돈되는 모습들은 신기하게 느껴진다. 무질서 속에 질서를 보는 듯 하다. 어딜가나 자동차 경적음이 끊이질 않았지만, 그 소리는 추돌을 조심하라는 ‘배려’이지 홧김에 누른 짜증스러움은 아니었다.엔바이성으로 가는 길은 익숙한 농촌 풍경의 연속이었다. 다소 이국적인 주택만 없다면 흡사 우리의 농촌을 보는 듯 했다. 논과 밭에서 쪼그려 일하는 농민들은 부지런한 베트남 국민성을 그대로 보여줬다. 소위 ‘칼집’이라 불리는 가옥들이 눈에 띠었다. 어림잡아 너비 10m 안팎의 2~3층 주택들이 길을 따라 촘촘히 붙어있다. 대신 집은 주거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뒤편으로 길쭉하게 파고든다. 얇은 직사각형 부지 위에 지어진 형태다. 누군가 길을 따라 주택의 부지를 넓게 쓰면 다수가 집을 짓지 못할 수 있다는 사회주의적 시각의 결과라는 현대엠코 현지 관계자의 설명이 따랐다. 과거엔 면적 규정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다고 한다. 서서히 옌바이성으로 진입했다. 이곳은 베트남 소수민족들이 주로 살고 있는 지역이다. 하노이에 비해 낙후된 곳이다. 베트남 중앙 정부가 소수민족에 대한 지원을 위해 이곳에 종합병원을 짓기로 한 것이다. 소수민족들은 베트남이 과거 3번에 걸친 몽고의 침략을 승리로 이끌었때 뿐 아니라 20세기 들어 프랑스, 미국과 싸울때에도 나라를 지키기 위해 항쟁에 참여하며 도움을 줬다. 중앙정부의 배려는 이러한 역사적 배경 때문이기도 하다. ◇건축현장에 여성근로자도 막노동…남녀평등 의식 강해옌바이성종합병원 건축 현장에 도착하니 지하 골조 공사가 한창이다. 건설현장에 젊은 여성들도 종종 보였다. 처음엔 대학생 엔지니어로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이른바 막노동 인부였다. 표정이 밝은 여성들은 하나의 직업으로 자연스럽게 인식하는 듯 보였다. 베트남은 남여 평등 의식이 어느나라보다도 강하다. 여성들 대부분이 일을 할 뿐 아니라 오히려 남성들보다 적극적으로 경제활동에 참여하며 생계를 꾸려나간다. 베트남 공사현장에는 여성 근로자들도 종종 볼 수 있다./사진=전병윤 기자© News1 베트남은 과거부터 나라가 위기에 빠지거나 지배당할 때마다 구국에 나선 여성들이 많았다. 중국으로부터 지배를 받던 기원 후 40년 ‘쯩’ 자매의 항쟁이 일었고, 당시 무려 75명의 여성 장군이 저항에 참여했다고 한다. 중국 한나라와 맞선 찌에우 끼에우란 여성도 군대를 지휘하며 목숨을 던져 싸웠다. 호치민시에는 베트남 전쟁 때까지 수많은 애국 여성을 기리기 위한 여성 박물관이 있다. 베트남이 여성의 날을 만들어 여성 근로자의 휴일로 정한 것도 이런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어서다. 옌바이종합병원이 들어서면 주변 6개성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베트남 정부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현장이다. 옌바이성종합병원은 지하2층, 지상 8층짜리 건물로 병상 501실과 병리동·격리동·숙소동·장례식장 등 7개동으로 구성된다. 현대엠코는 지난해 7월 입찰에 참여해 그해 12월 계약을 완료했다. 올 3월 착공됐고 2015년 7월 준공될 예정이다. 공사 계약금액은 213억원이며 의료기자재 126억원은 별도다. 옌바이성종합병원의 공정률은 6%(건축부문 기준 10%). 본관동의 터파기 공사를 마치고 옹벽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부지 마련을 위해 절개한 산의 단면이 가파른데도 토양의 점성이 강해 우기에도 무너지지 않는다고 한다. 장광섭 현대엠코 옌바이성종합병원 신축 현장소장./사진=전병윤 기자© News1 옌바이성종합병원은 우리 수출입은행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재원으로 짓는다. EDCF 공사 현장은 우리의 차관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건설업체에겐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알짜 프로젝트다. 베트남 정부는 옌바이성종합병원과 차로 15분 거리에 신도시개발을 계획하고 있다. 장광섭 현대엠코 옌바이성종합병원 신축 현장소장은 “옌바이성종합병원 완공과 함께 주변에 개인 병원들이 들어서고 신도시도 구축되면 이 일대는 몰라보게 변화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 많은 민족…현지화는 성공의 지름길인부들의 하루 임금은 6시간 기준 10만동으로 우리돈 약 5000원 수준이다. 기능공은 2배를 받는다. 인건비가 저렴하고 이들의 교육에 대한 열정은 우리나라 못지않는다. 성실함도 우리와 닮았다. 커피생산량 세계 2위, 석탄, 석유, 주석 등 풍무한 천연자원도 갖고 있어 발전 가능성이 무궁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 소장은 “베트남 인력들은 일을 빨리 배우고 잘하기 때문에 우리 직원들은 중요한 것만 챙기고 믿고 맡기는 편”이라며 “다만 베트남 민족은 대국과 싸워 승전했던 역사를 갖고 있어서 자존심이 무척 강해 파트너 관계로 대해야지 ‘갑을’로 생각하면 감정을 상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엠코는 2007년 베트남 건설시장에 첫 발을 디뎠다. 현대기아자동차 그룹 관련 공사 물량을 제외하면 자력으로 해외 건설시장에 처음 진출한 곳이 베트남이다. 당시 현대엠코는 하이퐁에 골프리조트 개발사업을 맡았다. 현대엠코는 베트남에 2008년 법인을 설립하고 2009년 지사를 세우며 현지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베트남 진출 이후 현대엠코는 무엇보다 철저한 현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지양 현대엠코 하노이 지사장은 “중국 건설업체들은 모든 기자재를 본국으로부터 가져오고 자국 근로자만 채용하는 등 현지화를 외면하면서 베트남으로부터 큰 반감을 사고 있다”며 “베트남 민족은 우리처럼 띵(情)이라 불리는 정을 갖고 있어 프로젝트 발주나 공사를 진행할 때 인간적 관계가 중요 요소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아 이들과 교감을 나누려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해외건설 현장의 현지화를 돕는 전문 조직을 운영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김 지사장은 “프랑스 건설업체들은 해외건설을 진행하기 전에 공사와 설계, 공무 등 현지의 특성을 전문적으로 파악하는 별도의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며 “이처럼 우리도 각 국가별 특성을 미리 파악하고 건설을 담당하는 부서가 투입되기 전에 셋팅을 하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고 현지화에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옌바이성종합병원 조감도© News1
하노이(베트남)=뉴스1 전병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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