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기황후’가 팩션 사극의 새로운 장을 열다.


MBC ‘기황후’ 팩션(faction) 사극 새로운 장을 열었다.

‘기황후’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작가가 재창조한 드라마다. 초반 주인공 기황후가 고려인 출신으로 원나라 황후에 올라 조국을 괴롭혔다는 점에서 역사를 왜곡했다는 여론이 높았다. 또 다른 인물 충혜왕 역시 패륜적인 악행을 저지른 인물인데 극중 성군으로 묘사된다는 점에 학계까지 나서 반대하는 입장이다.

방송 전부터 논란이 시달리던 드라마는 초반부터 비걱거렸다. 하지만, 그런 우려와 논란은 작가의 발 빠른 대응으로 위기를 넘겼다. 충혜왕은 가공의 인물 왕유로 바뀌었으며, 초반부터 빠른 전개와 주연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로 역사왜곡 논란을 단숨에 잠재웠다. 첫 회 하지원과 주진모의 연기 앙상블은 첫 방 시청률 11.1%(닐슨 코리아 전국기준, 10월28일)을 기록했다.

전작 사극 ‘불의 여신 정이’가 10월22일 마지막 방송에서 9.6%(닐슨 코리아 전국기준)을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황후’의 선전은 MBC 드라마의 자존심을 세운 격이다.

드라마의 성공은 배우들의 연기, 완성도 높은 대본, 그리고 연출력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원은 공녀로 끌려갔다가 어머니를 잃고 복수의 칼을 가는 기승냥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했다. 살기위해 남장을 한 기승냥은 악소배 두목으로 활동하며 원나라로 끌려간 공녀를 구하는데 힘을 쏟는다. 사연을 숨기고 악착같이 살아가는 기승냥의 모습은 하지원의 당찬 연기로 되살아났다.

왕유 역을 맡은 주진모의 연기 역시 초반 기선을 제압하는데 큰 힘이 됐다. 왕유는 역사왜곡의 논란의 중심이었던 캐릭터였다. 이름이 바뀌었지만, 주진모 역시 드라마 촬영 전부터 부담을 앉고 촬영해야 했다. 그런 악조건에서도 주진모는 영화 ‘쌍화점’에서 고려왕을 연기한 경험을 살려 왕유란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시켰다.

왕유는 원나라의 지배를 받는 고려의 주권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 겉으로 악소배와 어울리며 방탕한 생활을 하지만, 속으로 핍박받는 백성을 생각하는 인물이다. 주진모의 사실적인 연기는 초반 역사왜곡 논란을 잠재우는 1등 공신이었다.

배우들의 연기도 탁월했지만, 드라마의 뼈대가 되는 대본을 쓴 장영철, 정경순 부부 작가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초반부터 아역시절을 빠르게 넘긴 빠른 극 전개와 고비마다 등장하는 인물 등 기존 사극의 틀을 깨는 두 부부의 대본은 드라마 시청률을 올리는 근원이다.

50부작인 ‘기황후’는 기존 인물들만 계속 등장하면 시청자들이 지루해 할 수 있다. 이에 장영철, 정경순 콤비는 새로운 인물을 지속적으로 등장시켜 변화를 주고 있다. 질투의 화신 타나실리 역할을 맡은 백진희, 냉철한 참모형 장군 탈탈의 진이한, 어수룩하면서도 용맹한 장군 백안의 김영철, 황제가 돼 복수를 하기 위해 몸을 낮추는 타환의 지창욱, 원나라 권력의 절대 중심인 연철의 전국환 등 고비마다 등장한 인물들은 시청자가 채널을 고정하는 가장 큰 이유다.

제작진에 따르면 50부작 동안 새로운 얼굴이 계속 등장할 예정이다. 대하사극은 회를 거듭할수록 큰 변화가 없어 시청자들이 식상해할 위험이 높다. 장영철, 정경순 작가는 장르적 문제점을 간파하고 해결책을 마련한 셈이다.

대본을 영상으로 옮기는 연출력은 사람으로 치면 외모다. ‘기황후’는 유려한 영상미를 자랑한다. 타환(지창욱)과 기승냥(하지원)의 절벽추락씬 그리고 동굴에서 타환을 살리기 위해 옷을 벗는 기승냥의 모습은 시청자가 꼽는 명장면 중 하나다. 극 초반 등장했던 기황후 대관식 역시 웅장한 스케일을 자랑했다. 이는 연출을 맡은 한희, 이성준 피디의 합작품이다. 한희 피디는 2012년 송승헌 주연의 MBC ‘닥터진’을 통해 독특한 사극의 영상미를 선보인 바 있다. 이성준 피디 역시 2012년 MBC ‘해를 품은 달’에서 유려한 영상미를 선보여 시청률 40%를 돌파한 바 있다. 두 콤비는 로맨틱함과 사극 특유의 웅장한 영상미를 효과적으로 재현해 시청률 상승에 토대를 마련했다.

현재 ‘기황후’는 26일 방송분이 시청률 18.1%(닐슨 코리아 전국기준)을 돌파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20% 돌파 역시 시간문제인 상황이다. 대본과 배우의 호연 그리고 영상미를 갖춘 ‘기황후’는 팩션사극의 새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황인성 기자 news@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