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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재산권 분쟁 해결 선진화] 변리사-변호사 ‘특허변호사제’ 어떻게 보나

강재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1.27 17:28

수정 2013.11.27 17:28

[지적재산권 분쟁 해결 선진화] 변리사-변호사 ‘특허변호사제’ 어떻게 보나

국가지식재산위원회가 추진 중인 '특허변호사' 제도 도입을 둘러싸고 변호사와 변리사 단체가 모두 부정적 입장을 보여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재위는 '지식재산권 분쟁해결 선진화'를 위해 특허변호사 제도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견해인 데 반해 대한변호사협회와 대한변리사회는 이에 부정적 입장이다.

이정호 변호사협회 부회장은 "특허변호사 도입이 전문변호사를 양성하기보다는 특허 관련분야에서 변호를 맡고 있는 기존 변호사와의 분열만 조장할 수 있다"며 "특히 수임료가 비싸져 일부 '가진 자'를 위한 제도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특허 관련 소송의 항소심 관할 집중'과 관련해서는 "소송 당사자는 소송 발생지역을 벗어나 특허소송을 특정 지역으로 이동해 치러야 하는 불편을 겪게 된다"며 "이는 국민의 헌법상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종학 변리사회 부회장도 "특허변호사 도입은 현재 우리나라 지재권 전문자격사 제도로 50년 넘게 구축된 변리사 제도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시장 혼란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변호사협회와 변리사협회는 소송대리 등과 관련, 미묘한 견해차를 보여 또 다른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파이낸셜뉴스는 최근 이들 단체를 이끌고 있는 부회장을 각각 인터뷰해 특허변호사 제도 도입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에서 최근 특허변호사 제도 도입을 골자로 '특허소송대리의 전문성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특허변호사 제도 도입이 필요한가.

▲이정호 대한변호사회 부협회장=지재위 발표에서 특허소송과 관련해 전문성 강화와 선진화를 위한다는 의견엔 절대적으로 공감한다. 하지만 특허변호사 도입과 특허관련 소송의 항소심 관할 집중 문제 등 세부사항은 문제가 있다.

▲전종학 대한변리사회 부회장=지재위에서는 지식재산권 분쟁 해결의 선진화란 미명 아래 특허변호사라는 새로운 제도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기존 전문가들을 효율적으로 이용하지 않은 채 새로운 전문가를 다시 육성한다는 것으로 국가적 낭비가 아닐 수 없다.

―특허변호사 도입에 대해 부정적 시각인데. 반대하는 이유를 자세히 말해달라.

▲이 부협회장=기본적으로 변호사는 특허변호사라고 칭하지 않아도 특허는 모두 변호사 직무영역에 해당된다. 마치 특허변호사가 다른 것처럼 보여 기존 변호사들과의 편가르기로 작용할 수 있다. 문제는 이뿐 아니다. 소송비용 증가다. 특허변호사가 도입되면 특별한 것처럼 보여 특허 소송비용을 올리게 된다. 돈이 많은 사람은 문제 될 것이 없지만 중소기업은 소송비용을 감당하기 힘들 수 있다. 재력에 의해 국민의 소송권이 침탈 당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대형병원이 세분화되고 전문의 제도가 나오면서 가격이 상승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또 업무가 세분화된다고 해서 그때마다 전문변호사를 둘 순 없는 것 아닌가. 정보기술(IT)의 특수성은 인정하지만 소송은 결국 법리적 해석으로 귀결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전 부회장=현재 지재위에서 추진하고 있는 미국식 특허변호사제는 국내 특허법원과 대법원에서 소송대리인 업무를 수행하는 변리사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변리사가 이미 국내외적으로 특허변호사로 인정받고 활동해 오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도 양국은 한국의 변리사가 미국의 특허변호사(Patent Attorney)와 동일함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또 미국의 현지 글로벌 로펌에서 특허변호사로 활동하며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한국 변리사가 워싱턴에서만 대략 150명에 달한다.

―지재위 발표 내용에는 관할집중과 로스쿨 활성화 등에 대한 내용도 언급했다. 이에 대한 견해는.

▲이 부협회장=특허 관련 소송의 항소심 관할집중도 문제다. 장래에 관할이 집중되면 특허소송이 특정 지역에 편중돼 국민의 헌법상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 변리사에게 공동소송 대리권을 부여하거나 이에 준하는 소송상 권한을 부여하는 문제는 변호사 소송대리원칙과 로스쿨 도입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자칫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전 부회장=로스쿨의 취지와 도입 배경에 대한 부분은 공감하지만 특허소송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이는 변리사의 특허침해소송의 대리인 전문성 확보와는 별개의 문제다. 특허소송 전문가가 되려면 특허.기술적 지식과 특허, 상표, 디자인, 실용신안 등에 대한 법률적 지식, 소송 관련 법률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현재 로스쿨을 보면 지식재산권법을 수강하는 학생도 극히 소수이고 변호사시험에서도 관련 부분을 지원하는 경우는 드문 게 현실이다.

―지재권 분쟁 해결 선진화를 위한 바람직한 방안이 있다면.

▲이 부협회장=앞서도 말했지만 의료 관련 소송에서 의료기술을 많이 알고 있다고 해서 의사가 소송을 하지는 않는다. 특허변호사 도입과 연결지어 보면 의사가 변호해야 하다는 것과 같은 것이다. 현행처럼 유지되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 있다. 여기에 특허관련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재교육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보완하면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자칫 특허변호사 도입이 '옥상옥' 제도로 전락할 수 있다. 제도 도입 취지는 특허사건의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이지만 특허 관련 수요자로서는 문턱을 올리는 꼴이 될 것이다.

▲전 부회장=특허변호사제도 도입 논의의 핵심은 현재 국내 특허침해소송에서 소송대리인의 전문성 확보방안 마련이다. 이런 점에서 대응책은 간단하다. 국내외적으로 명실상부하게 지재권 관련 소송을 비롯해 지재권 전문가로 검증되고 인정받아 온 변리사에게 특허침해소송의 소송대리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는 것으로 해결될 수 있다.

또 지난해 유럽연합 23개국이 비준한 유럽통합 특허제도하에서는 변리사에게 특허침해소송의 단독대리권까지 부여하는 등 변리사에게 특허침해소송 대리권을 부여하는 것이 국제적 흐름이다. 삼성과 애플의 특허분쟁에서 보듯이 특허경쟁력 확보는 기업의 문제를 넘어 국가 경쟁력의 문제, 특허사법 시스템의 문제다.
단순히 직역의 문제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조속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kjw@fnnews.com 강재웅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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