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과의 제휴협정을 거부한 우크라이나에서 친(親) 유럽파 우크라이나인 35만명이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고 로이터통신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수도 키예프의 독립광장에 모인 이들은 “혁명”과 “폭정을 타도하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경찰을 향해 돌과 화염병을 던지는 등 폭력적인 양상을 보였다.
특히 야당인 스보보다운동 소속 시위자 일부는 키예프시청을 점거한 후 입구에 빨간색 스프레이로 ‘혁명 본부’라고 적기도 했다.
경찰은 이에 섬광수류탄과 최루탄을 발포하며 진압에 나섰다.
올가 빌리크 키에프 경찰 대변인은 “시위대와의 충돌로 인해 100여명의 경찰관이 다쳤으며 50여명 가량의 시위대도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라며 “시장실을 불법 점거한 시위대에게는 사법당국이 나서서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친 유럽 성향의 서부도시 리비프에서는 5만여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으며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출신지역인 도네츠크에서도 250여명이 법원 명령을 위반하는 등 반정부 시위의 규모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시위대열에 합류한 주요 야권인사들은 혁명을 멈추지 말 것을 촉구했다.
올렉 탸그니보크 스보보다운동 대표는 “우크라이나에서는 혁명이 일어나고 있으며 TV 생중계를 통해 전 세계로 이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며 “키예프 독립광장에 텐트 도시를 세우는 한편 전국적인 파업을 일으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권투 세계챔피언이자 2015년 대선의 유력 주자로 꼽히는 비탈리 클리츠코 개혁민주동맹 대표는 “전국에 있는 모든 국민을 동원해야 한다”며 “기세를 타야한다”고 강조했다.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외딴 교외 지역에서 측근들과 함께 대책 마련에 부심했다.
이날 집회는 내년 1월 7일까지 독립광장과 인근 도로에서 집회를 금지한다고 지난달 30일 법원이 내린 결정에 반해 이뤄졌다.
젠 사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당국은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며 “폭력과 위협은 오늘날 우크라이나에 발을 둘 곳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라덱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과 칼 빌트 스웨덴 외무장관은 공동 성명을 통해 “많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갑작스럽게 EU 제휴협정을 취소한 야누코비치 대통령에 대해 용감히 맞섰다는 사실에 기뻤다”고 말했다.
앤더스 포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은 “폭력과 힘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적인 차이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29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EU-동유럽국가 정상회담에서 서명하기로 예정됐던 EU와의 경제·정치 전반에 걸친 제휴협정을 거부했다.
그는 EU가 제공하겠다는 6억 유로(약 8억 달러) 규모의 원조는 “굴욕적”이라고 표면적인 이유를 밝혔지만 이면에는 기존의 동맹국이었던 러시아의 경제 압박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EU가 러시아 경제 전반을 옥죄어 오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고 말했으며 EU는 이런 러시아의 행동을 “야만적인 정치 압력”이라고 비난했다.
(서울=뉴스1) 이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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