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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호두..’의 계절,새 얼굴이 몰려온다

발레 ‘호두..’의 계절,새 얼굴이 몰려온다

러시아 황실발레단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는 독일 작가 호프만의 동화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왕'을 읽고 차이콥스키를 황급히 찾았다.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예요. 이거 발레로 만듭시다." 책을 읽고 무릎을 친 차이콥스키 역시 이 작품에 쓸 첼리스타라는 악기를 찾으러 프랑스까지 달려갔을 정도로 열성을 보였다. 1892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대망의 첫 공연이 올라갔다. 하지만 우아함의 극치를 보여줘야 할 발레 무대에 어린이 무용수의 난데없는 등장은 관객들을 패닉 상태로 몰고갔다. 흥행 대참패로 첫 막은 내렸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작품은 빛을 발했다. 120여년 세월이 쌓인 지금 혼돈의 그 무대는 이제 예술이 됐다.

발레 '호두까기 인형'의 계절이 돌아왔다. 크리스마스 전날 밤, 호두까기 인형을 선물받은 소녀 클라라에게 벌어지는 꿈 같은 이야기가 작품의 줄거리다.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UBC)은 나란히 '호두까기 대장정'을 시작했다. 지난달 지방투어로 첫발을 뗀 데 이어 이달 서울에서만 각각 10회·19회 공연을 소화한다. 지방 전체 일정까지 합하면 올 시즌 호두까기인형 무대는 국립발레단이 22회, UBC가 30회다. 국립발레단의 지방 공연은 이미 전석 매진됐고, 서울 공연도 잔여좌석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UBC 작품 역시 해매다 전석 매진을 기록해온 흥행 불패작. 늘어난 발레 인구, 아이들에게 이 작품으로 생애 첫 발레 경험을 갖게 해주고 싶다는 부모들의 교육열까지 합해지면서 티켓에 불이 붙는다.

마린스키 극장 프티파 버전의 UBC 무대엔 세 명의 샛별 무용수들이 이 작품으로 주역 신고식을 치른다. 홍향기(23), 심현희(22), 김태석(22)이 그들이다. 올해 드라마발레 '오네긴'에서 올가 역으로 나와 눈길을 끌었던 홍향기는 UBC 입단 2년차 신인. 2002년 선화예중 시절 UBC 수석무용수 황혜민의 어린 클라라로 등장한 전력도 있다. 바르나국제무용콩쿠르 동상, 스위스 로잔콩쿠르 3위 등 국제 콩쿠르 무대에서도 강한 면모를 보였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재학 중인 심현희(클라라), 김태석(호두왕자)은 내년 UBC 정식 입단에 앞서 이번 무대로 먼저 얼굴을 알리게 됐다. UBC 간판 무용수 황혜민-엄재용을 비롯해 강미선-콘스탄틴 노보셀로프, 이용정-이승현, 팡 멩잉-후왕 젠 등 노련한 커플들의 무대도 골고루 섞여 있다. 오는 20일부터 31일까지 서울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 1만∼10만원. 연인석 20만원. 1544-1555

러시아 안무가 유리 그리가로비치 버전으로 무대에 올리는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신인 주자는 허서명(23), 정지영(25) 두 명이다. 1966년 러시아 볼쇼이극장에서 초연된 그리가로비치 버전은 마임 대신 춤기교가 많아 전체적으로 난이도가 높은 편. 올해 입단한 허서명은 안정감 있는 피루엣과 점프력으로 각광받아 호두 왕자 대열에 서게 됐다. 2009년 입단한 정지영은 올해 새롭게 주목받은 행운의 무용수. 올해 프티파 '돈키호테', 롤랑 프티 '젊은이의 죽음'에 이어 이번 무대서도 주역을 꿰차게 됐다.

국립발레단 무대에선 노련한 누나 발레리나-신인 발레리노 커플도 눈길을 끈다. 허서명과 짝을 이룬 발레리나는 '신인 데뷔의 귀재'로 불리는 수석무용수 김리회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다시 호두왕자가 된 입단 2년차 무용수 김기완은 수석무용수 박슬기와 짝이 됐다.
무용수 시절까지 합해 30년 몸담았던 국립발레단을 이 작품과 함께 떠나는 최태지 단장은 서울 무대는 물론, 지방 공연 마지막 날까지 단원들과 함께한다. 발레단 부흥의 주역 최 단장은 "무대 위 단원들을 보면 내 마음도 계속 춤춘다. 관객들의 환호까지 오래 기억하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 18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5000∼9만원. (02)580-1300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