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연비냐 승차감이냐 ‘수동의 딜레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2.05 17:04

수정 2014.10.31 12:03

수동변속기 모델 선택이 가능한 쌍용차 코란도C
수동변속기 모델 선택이 가능한 쌍용차 코란도C

자동차 업계가 수동변속의 딜레마에 빠졌다. 수동변속기를 탑재할 경우 연비가 좋지만 조작이 어렵고 잘못 조작하면 가속 시 불쾌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운전의 '재미'와 '연비'를 강조해 수동변속기 모델을 많이 팔았던 일부 자동차 업체는 변속에 문제가 있다는 소비자 불만이 접수돼 조사에 나섰으나 현재까지 뚜렷한 결함을 찾지 못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자동차는 최근 잘 팔리는 모델인 코란도 C의 수동변속기모델 소비자들에게서 변속에 불편이 있다는 일부 불만을 접수해 진상 파악에 나선 상황이다. 소비자 불만은 주로 오르막길 주행 시에 발생했다.


오르막길에서 멈췄다가 다시 출발하면서 속도를 붙여 변속할 때 수동변속기의 기어가 제자리로 들어가지 않거나 뻑뻑해지는 현상이다. 이 때문에 오르막길에서 뒤로 밀리는 현상을 겪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현재까지 소비자원에 접수된 불만은 20건이 넘어 쌍용차 측이 진상파악에 나선 상황이다.

수동방식 자동변속기를 적용한 시트로앵 DS3
수동방식 자동변속기를 적용한 시트로앵 DS3


이 같은 현상은 제조사의 결함 여부를 판단하기 매우 어렵다. 사용자가 변속 타이밍을 제대로 맞추지 않을 경우도 유사 현상을 겪게 되기 때문이다. 자동변속기는 가속페달만 밟으면 정확한 시기에 부드럽게 변속이 되지만 수동 변속기를 조작할 경우 정확한 기어 변속타이밍을 놓칠 경우 기어가 들어가지 않아 중립 상태에서 다시 조작해야 한다. 기어 변속을 시도하는 타이밍에도 중립 상태가 지속되기 때문에 오르막길에선 변속 직전에 가속페달을 세개 밟아줘야 효과적이다.

쌍용차 측은 오르막길의 특성상 고객의 운전미숙, 변속기결함 등 여러가지 사항을 염두에 두고 파악 중이지만 현재까지 부품 결함 여부는 밝혀내지 못했다.

부품 결함으로 결론 나게 되면 일은 더 커진다. 현대자동차의 부품 계열사인 현대 위아가 만든 변속기를 탑재했기 때문이다. 불똥이 현대차나 기아차까지 튈 수 있는 부분이다.

수동 변속기 탑재 모델이 없는 기아차 레이
수동 변속기 탑재 모델이 없는 기아차 레이


쌍용차 관계자는 "수동 변속기로 운전하는 재미를 고객들이 느낄 수 있도록 매년 'MT 드라이빙 스쿨' 등을 열어 수동 변속기를 선택하는 소비자 비율을 높여왔다"면서 "이번에 소비자불만이 접수된 코란도 모델의 수동변속기는 유럽 소비자들도 택하고 있는데 거기선 불만이 접수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동변속기는 정상적으로 작동하더라도 오르막길에서 멈췄다 다시 가거나 빠르게 변속할 때 타이밍을 놓치는 등 조작이 미숙하면 기어가 들어가지 않는 현상을 경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동기반 자동변속기의 경우도 연비는 높지만 승차감이 좋지 않거나 문제가 발생한 경우가 있다.

폭스바겐 코리아의 경우 DSG라는 수동기반 자동변속기를 탑재한 골프 1.4 TDI, 골프 1.6 TDI, 제타 1.6 TDI 등 2010년 5월 31일~2011년 8월 27일 사이 제작된 차량에 대해 리콜을 실시한 바 있다. 기어장치의 전기적 제어장치 결함으로 엔진 동력이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는 증상이 리콜의 배경이다.

프랑스의 인기 차종인 시트로앵 DS 시리즈는 유럽에선 연비가 높은 차량으로 잘 알려졌지만 국내에선 판매속도를 높이지 못하고 있다. DS3는 국내에서도 연비가 L당 20㎞로 효율이 높지만 변속기에 수동방식 자동변속 형태를 탑재해 가속할 때 좋은 승차감을 주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MCP방식이라고 불리는 DS의 변속 방식은 수동과 자동을 결합한 반자동 형태다. 기계적으로 클러치를 기어에 물려 변속하기 때문에 변속 단수가 바뀔 때마다 변속하는 시간이 일반적인 자동변속기 탑재 차량보다 오래 걸린다.

기아자동차가 만든 경차 레이는 배기량이 1000㏄지만 수동 변속기가 탑재된 모델은 만들지 않았다. 수동변속기를 통해 연비를 더욱 향상시킬 수 있지만 아예 옵션 자체에도 넣어놓지 않은 것이다.

모닝의 경우 수동변속기를 탑재한 것과는 정반대의 전략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레이도 경차지만 모닝보다는 고급화 경차 전략을 택했고 사전 조사 결과 여성 운전자 비율이 높고 고객층의 수동변속기 선택 비율이 1~2%대로 낮은 것으로 나온 것도 수동을 탑재하지 않은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유럽은 차량 2대 중 1대가 수동 변속기일 정도로 수동 차량이 일반화 돼있다"면서 "일부 수동변속기 차량에서 오류가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구조가 간단해 고장이 나지 않고 차값을 낮춰줄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수동변속기 모델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조업체들이 기회를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