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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 판결] 소급적용 불씨 남겨 소송대란 예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2.18 17:28

수정 2014.10.31 09:30

[통상임금 판결] 소급적용 불씨 남겨 소송대란 예고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18일 통상임금 산입범위를 넓게 해석한 판결을 내리면서 통상임금 전반에 대한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재계의 추가부담 등 판결에 대한 후폭풍은 거셀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법원이 "(정기상여의 통상임금 포함으로 발생하는) 추가임금 청구는 기업별 사정에 따라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혀 소송대란 후폭풍을 예고했다.

■"복리후생비 통상임금 아냐"

이날 대법원의 판결은 크게 두 갈래로 정리된다. 우선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만 여름휴가비, 김장비, 양육수당 등 '특정 시점에 재직자에게만 지급하는 금품'은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을 모두 갖추고 있어야 통상임금'에 해당된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를 재확한 것이다.

하지만 다소 판단이 애매했던 '특정시점에 재직자에게만 지급하는 금품'은 통상임금에서 제외된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

성과급과 관련해서는 근무실적에서 최하등급을 받더라도 최소한의 일정액은 보장되는 경우라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만 초과근로를 제공하는 시점에서 근무실적에 대한 평가와 그에 따른 성과급 지급 여부 및 지급액이 확정돼 있지 않은 경우에는 고정성이 인정되지 않아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노사합의로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 산정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했다면 나중에 이 합의가 무효라는 이유로 추가임금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통상임금에 대한 법규는 강행규정이어서 이와 상반된 합의는 무효지만 노사가 이를 감안해 합의했으므로 뒤늦게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노사 합의를 뒤늦게 뒤집을 경우 기업은 예상 밖의 '수익범위를 초과하는 부담'을 질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한 판결이다.

이와 관련, 대법원은 "임금은 기업의 수익 범위를 초과할 수 없는 내재적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예외적용은 과거 소급분에 한정된 것으로 앞으로는 통상임금 산정 제외 합의 여부에 관계없이 근로자는 법률상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임금에 대해서는 추가 청구가 가능하다. 또 통상임금 범위에 대해 노사합의가 없더라도 추가임금 청구가 가능하다.

■추가소송 후폭풍 예고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추가소송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대법원은 기업이 추가임금 청구를 면할 수 있는 요건으로 △정기상여금일 것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노사합의가 있을 것 △추가임금 지급으로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울 것 등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노사 간 '합의의 존재 여부'를 놓고 시각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법정에서 이를 가리려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 더구나 대법원이 '추가임금 청구는 회사별로 따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혀 논란과 법적 다툼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과거 단협 과정에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노사 양측이 서로 신뢰했는지 여부가 추가임금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면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된 만큼 이에 대한 사실관계를 다투는 소송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통령 발언 '통상임금' 논란

시간외 수당과 휴일수당, 퇴직금 등의 책정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 논란은 관련소송의 하급심 판단이 엇갈리면서 재계와 노동계뿐 아니라 법조계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한 사건이었다.

통상임금 논란은 지난해 3월 금아리무진 노동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오면서 촉발됐다.

하지만 지난 5월 미국을 방문 중이던 박근혜 대통령이 "통상임금 문제를 한국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 줬으면 한다"는 애커슨 제너럴모터스 회장의 요청에 "꼭 해결하겠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현재 160여건의 통상임금 관련 소송이 계류 중인 가운데 재계는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되면 특근수당과 퇴직금 등이 덩달아 올라 모두 38조원이 넘는 추가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해왔다. 이는 기업경영뿐 아니라 일자리 감소로 이어진다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소정근로에 대해 지급하기로 정해진 임금은 당연히 정기적인 임금일 수밖에 없고 우리나라 전체 기업이 실제로 부담할 금액은 4조~5조원 정도라며 반발해 왔다.

이처럼 경영계와 노동계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논란이 확산되자 대법원은 지난 9월 전원합의체 판결을 위한 공개변론까지 열어 양측 입장을 듣기도 했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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