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칼럼] 두명의 아프리카 지도자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2.19 16:35

수정 2014.10.31 09:17

[데스크칼럼] 두명의 아프리카 지도자

얼마 전 중고 LP판을 매매하는 시내 가게에 들러 음반들을 뒤지다가 눈에 띄는 한 수입 앨범이 있었다.

지난 1985년 발매된 '선시티(Sun City)'라는 제목의 앨범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흑인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에 반대하는 당시 인기 팝스타들로 구성된 그룹이 기금 마련을 위해 공동으로 만든 음반이었다.

선시티는 남아공의 백인들만 출입할 수 있는 라스베이거스식 카지노 리조트로 팝스타들은 그곳에서 공연을 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노래로 표현하는 등 남아공에 대한 '문화보이콧' 운동을 택했다. 이 앨범은 미국과 유럽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그후 선시티를 방문하는 대중스타들의 발길은 끊겼다. 남아공에 결국 변화가 오면서 수년 뒤 수감 중이던 넬슨 만델라는 석방될 수 있었으며 아파르트헤이트는 폐지되고 흑백 평등의 시대가 왔다.

남아공의 정신적 지도자 만델라 전 대통령이 현지시간으로 지난 15일 오랜 추모기간 끝에 영면했다.
그에 대해서는 긴 설명이 필요 없다.

지난 1980년부터 만델라가 대통령에 당선된 1994년까지 남아공의 경제성장률은 1.5% 미만이었으나 1994년에서 2003년까지는 3%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으로 상승했다. 케이프타운 대학교의 조사에서 1993년에서 2008년 사이 백인들의 소득은 62%, 흑인들은 93%가 늘어났다.

만델라와 대조되는 아프리카의 다른 지도자가 있다.

남아공 바로 위에 인접한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 그는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1980년부터 줄곧 집권하고 있다. 적을 용서하고 포용한 만델라와는 달리 무가베는 야당 지지층이 많은 지역에 북한 군사고문단이 훈련시킨 군대를 보내 2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독립 전 로디지아로 불리던 짐바브웨도 남아공처럼 소수의 백인이 지배하던 나라였다. 비교적 잘 구축된 경제적 기반을 물려받은 짐바브웨는 그러나 무가베가 장기 집권하면서 빈곤층이 속출했고 그는 부를 배분한다는 명분으로 백인들이 소유하던 토지를 강제로 빼앗아 자신의 심복들에게 나눠 줬다. 짐바브웨는 급격한 물가상승을 겪어 21세기 들어 100%까지 오른 인플레율은 지난 2006년 1000%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인구의 약 94%가 실업자인데도 무가베는 지난 2009년 85회 생일 잔치를 위해 고급 샴페인 2000병, 랍스터 8000마리, 철갑상어알 4000명분 등을 수입하는 등 사치도 극에 달했다.


무가베와 달리 만델라는 지난 1999년 재출마를 하지 않고 정치에서 손을 뗐으며 그 후 자신이 세운 재단을 통해 정의와 평화와 화해를 추구하는 운동을 해오면서 여생을 보냈다.

남아공은 잘 알다시피 대표적인 신흥경제국인 브릭스(BRICS) 중 하나다.
대조적인 두 지도자로 인해 남아공과 짐바브웨는 서로 다른 결과를 낳았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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