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고대 구로병원, 급성간부전 생후 4개월 아기 간이식 성공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2.20 17:14

수정 2014.10.31 09:05

고려대 구로병원 장기이식센터 소아간이식팀 간담췌외과 박평재 교수(왼쪽에서 두 번째)와 소아청소년과 심정옥 교수(오른쪽에서 두 번째) 등 장기이식센터와 중환자실 의료진들이 16일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기는 아기의 쾌유를 기원하며 하트를 그려 보이고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 장기이식센터 소아간이식팀 간담췌외과 박평재 교수(왼쪽에서 두 번째)와 소아청소년과 심정옥 교수(오른쪽에서 두 번째) 등 장기이식센터와 중환자실 의료진들이 16일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기는 아기의 쾌유를 기원하며 하트를 그려 보이고 있다.

급성간부전으로 생명이 위독했던 생후 4개월 남자아기가 간이식 수술을 받고 새 생명을 얻었다.

고려대 구로병원 소아간이식팀은 지난 4일 오전 11시35분 11시간 가량의 대수술 끝에 엄마의 간의 일부를 떼어 생후 4개월 영아에게 이식하는 간이식 수술에 성공했다고 20일 밝혔다.

간이식을 받은 황 모군은 지난 7월 5일 2.1kg의 미숙아로 태어났다. 태어난 지 한 달 후부터 황달이 점점 심해져 11월 말 구로병원 입원 당시에는 눈과 얼굴은 물론 온 몸이 짙은 누런빛에 복수까지 차올랐다.


심지어 간기능이 떨어져 지용성 비타민 결핍으로 구루병까지 생겨 왼쪽 팔과 양쪽 다리가 자연 골절되어있을 정도로 악화된 상태였다. 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를 받았지만 황달 수치가 계속 오르고 대량 출혈을 일으킬 수 있는 혈액응고수치도 이상을 보이는 등 생명이 위독한 상황이었다.

소아청소년과 심정옥 교수는 "입원 당시 간부전으로 인해 복수가 차고 심장에도 물이 차고 폐부종도 생겨 호흡이 곤란했고 콩팥 기능도 떨어져 이뇨제 도움 없이 소변이 나오지 않는 상태였다"며 "혈액응고수치가 입원 열흘만에 정상보다 8배 이상 웃도는 등 조금이라도 지체하였다가는 수술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고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어 응급 간이식 수술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소아간이식팀은 엄마의 간 좌외측엽 일부를 잘라 아기의 간에 이식하는 '소아 생체 부분 간이식술'을 진행했다. 간담췌외과, 소아청소년과, 성형외과, 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등 관련 진료과의 유기적인 협진으로 수술은 신속하게 이뤄졌다.

간담췌외과 박평재 교수는 "아기의 혈관과 조직은 그야말로 미세하기 때문에 보다 정교한 수술이 필요하다"면서 "수술내내 혈압이 80이하로 낮고, 혈액응고수치도 정상의 10분의 1수준이라 소량의 출혈도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매순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아기의 간이식 수술은 대성공이였다. 아기의 회복속도도 매우 빠르다. 소아청소년과와 간담췌외과의 수술 후 집중치료도 한 몫 했다. 아기의 전신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면역억제제와 수액치료, 감염예방 등 세세한 부분들을 꼼꼼히 챙기며 아기의 회복을 도왔다.

아기는 현재 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 후 지난 16일 일반병실로 옮길 만큼 상태가 호전돼 이르면 이달 말 퇴원할 예정이다. 간을 떼어준 엄마도 수술 후 아이를 간병할 정도로 건강을 되찾았다.

또 가정의 어려운 경제형편을 전해들은 병원과 복지단체가 수술비를 선뜻 지원키로 해 훈훈한 감동을 더했다.


간담췌외과 최상룡 교수는 "의료진의 발빠른 결정과 긴밀한 협진으로 이식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면서, "무엇보다 대수술 받은 아기라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회복속도가 빠르다. 건강한 모습으로 하루빨리 퇴원하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질병관리본부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KONOS)에 따르면 생후 5개월 미만 간이식 시도는 2000년 이후 14차례에 불가하며, 성공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로 고난이도 수술이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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