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연주회, 시상식 등 중요한 자리에서 남자들은 대부분 ‘연미복’을 입는다. 연미복이 일반 수트보다 더 격식있고 멋을 부리기 위한 옷이기 때문이다. 제비꼬리 모양으로 길게 늘어진 상의 뒷부분이 연미복의 특징이다. 자동차 중에도 연미복을 입은 것처럼 멋지면서 격식있는 차량이 있다. 아우디의 5도어 쿠페 ‘A7’이 바로 그런 차다.
아우디는 지난 2009년 디트로이트 오토쇼에서 ‘패스트백(지붕과 트렁크가 완만한 경사로 이어진 형태)’ 쿠페 형식의 콘셉트카를 내놓았다. 이듬해에는 A6의 플랫폼을 바탕으로 패스트백을 갖춘 5도어 쿠페 A7을 출시했다. A7은 A6의 역동적인 주행감각과 A8의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동시에 갖춘 차량이다.
최근 몇일간 아우디 A7 3.0 TFSI 콰트로 다이나믹 모델을 타고 서울시내를 주행하고 춘천까지 다녀오는 등 약 400km를 시승해봤다. A7은 시내에서는 멋진 신사같은 모습을, 고속도로에서는 달리기 선수같은 모습을 각각 선보였다.
A7의 가장 큰 특징은 연미복의 뒷부분처럼 날렵하게 빠진 패스트백이 드러나는 옆모습이었다. 가만히 서 있어도 달리는 듯한 느낌을 주는 옆모습은 A7이 평범한 준대형 차량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다. A7의 트렁크 부분에는 시속 130km 이상으로 달리면 자동으로 전개되는 ‘리어 스포일러’도 장착돼 스포티함을 강조하고 있었다.
A7의 전면부는 육각형의 고광택 싱글프레임과 18개의 LED로 이뤄진 주간주행등(DRL)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한등급 위의 A8과 닮았지만 좀 더 젊은 느낌이었다. 헤드라이트를 넓고 얇게 디자인한 덕분이었다. 후면부는 면발광 LED로 처리된 리어콤비네이션램프와 아우디 마크 등으로만 처리해 단순하지만 깔끔했다.
A7은 패스트백을 적용해 트렁크문이 해치백 차량처럼 열렸다. 전동식 트렁크문은 최대 1800mm까지 개방돼 큰 짐도 손쉽게 싣고 내릴 수 있었다. 트렁크 적재공간은 535리터로 골프백을 3개나 싣고도 넉넉했다. 6:4 형식으로 접을 수 있는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최대 1390리터까지 확장됐다.
A7은 전장 4969mm, 전폭 1911mm, 전고 1420mm 등의 크기다. 실내공간의 크기를 결정하는 축거(휠베이스)는 2914mm로 경쟁모델인 메르세데스-벤츠의 ‘CLS클래스’보다는 39mm 가량 길다. 덕분에 신장이 180cm의 성인 남성이 앉아도 넉넉한 무릎공간이 제공됐다.
인테리어는 A6와 거의 같았다. 센터페시아(조작부분)는 공조장치와 오디오시스템을 조작하는 장치들이 3열로 자리잡고 있었다. 실내 곳곳에 장착된 조명들은 우아한 실내 분위기를 한층 더했다. 센터페시아에서 기어박스, 콘솔박스로 이어지는 라인은 깔끔하면서 우아한 느낌이었다. 또 실제 나뭇결을 최대한 살려놓은 우드 그레인 가니쉬는 고급스러움까지 더해줬다.
기어박스에 붙어있는 ‘스타트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었다. 갑자기 슬라이딩 형식의 8인치 LCD 모니터가 대시보드에서 튀어나왔다. ‘MMI(멀티미디어인터페이스)’로 불리는 아우디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터치패드와 조그셔틀을 이용해서 조작할 수 있었다. 독일 본사에서 개발한 순정내비게이션과 블루투스, 주크박스 등의 기능을 갖추고 있었다.
운전석 전면유리에는 HUD(헤드업디스플레이)가 설치돼 있었다. 이는 차량의 주행정보뿐만 아니라 내비게이션의 차량 진행방향, 멀티미디어 정보, 블루투스로 연결된 전화기 정보 등이 표시됐다. 개인적으로 BMW의 HUD 보다 시안성이나 편리성이 뛰어나다고 느꼈다.
A7의 주행성능은 외모만큼이나 우아했다. 시속 40~80km의 중·저속에서는 엔진음조차 들리지 않는 정숙성을 제공했다. 시속 100km 이상의 고속에서는 액셀레이터에 발을 올리기 무섭게 앞으로 치고 나갔다. 이와 같은 주행은 A7의 3.0 TFSI 가솔린 엔진과 8단 팁트로닉 자동반속기 덕분이었다.
6기통 3.0 TFSI 엔진은 최고출력 310마력, 최대토크 44.9kg.m의 주행성능을 갖췄다. 최대토크 구간이 2900rpm에서부터 적용돼 실제 주행구간에서도 큰 힘을 발휘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데는 5.8초면 충분했다. 이정도면 웬만한 스포츠카 수준이다. 다만 배기량이 크다보니 공인연비는 9km/l에 불과하다.
시내주행은 물론 가속구간까지 어디 하나 빠지지 않았다. 가솔린 직분사 엔진 특유의 강한 힘은 높은 순간가속력을 구현했다. 이는 고속 주행 중 속도를 더 높이거나 추월시에 탁월했다. 또한 4륜구동 ‘콰트로’ 시스템은 높은 속도에서도 안정적인 코너링을 선사했다. 시속 100km로 급커브를 돌때도 쏠림현상 없이 빠르게 코너를 빠져나갔다. 그럼에도 승차감은 부드러운 편이었다.
A7의 콰트로 시스텝은 평소엔 앞바퀴와 뒷바퀴의 동력 배분 비율이 40:60이지만 주행 상태에 따라 30:70 또는 15:85까지 바뀐다. 급가속을 하면 뒷바퀴에 무게가 쏠려 뒷바퀴 동력 배분을 높이거나, 코너링 때 바깥쪽 바퀴에 동력을 더 배분해 안정감을 높이는 형식이었다.
A7을 시승하는 동안 머릿속에 ‘신형 제네시스’가 떠올랐다. 5m에 조금 모자란 차체에 공기역학적인 디자인, 3800cc의 고배기량 가솔린 엔진, 전자식 4륜구동(AWD) 시스템 등 여러모로 비슷한 조건이었다. 아직은 주행성능이나 감성품질 면에서는 A7이 앞서고 있었지만 제네시스도 많이 좋아졌다는 느낌이다. A7 3.0 TFSI 콰트로 다이나믹 트림의 판매가격은 9090만원이다.
(서울=뉴스1) 류종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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