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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개혁, 이것이 성공조건] (3) 부동산 팔면 ‘헐값 시비’.. 비핵심사업은 거들떠도 안봐

김승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2.24 17:28

수정 2014.10.30 19:47

현오석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
현오석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

정부가 공공기관 정상화를 위해 연일 환골탈태를 주문하고 있지만 산더미처럼 불어난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선 헤쳐나가야 할 난관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사옥이나 보유 토지 등을 매각하기엔 부동산 시장 여건이 녹록지 않은 데다 핵심 사업이 아닌 비핵심사업은 시장에서 거들떠보지 않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제값을 받지 못하고 팔 경우 '헐값 매각' 또는 '국부 유출' 논란도 일 수 있다.

'빚이면 소도 잡아먹는다'는 식으로 기관들이 남발했던 기업어음(CP) 발행 억제도 그렇다. 정부가 발행을 위해선 이사회를 거치도록 하는 등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지만 만기가 돌아오는 대규모 CP 상환을 위해 가뜩이나 부족한 자금을 다른 방식으로 융통해야 한다면 결과적으로 새로운 빚을 얻어 기존 빚을 갚는 결과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산 매각, 산 넘어 산

24일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2002년 당시 2조9424억원에 그쳤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미매각토지 규모는 2008년에는 12조3315억원으로 늘어난 후 다시 2012년 현재 31조5204억원까지 불어났다.


LH의 미매각토지에는 공동·단독주택 용지를 비롯해 산업·상업용지 등이 모두 포함된다. 물론 그 사이 공시지가가 오르기도 했지만 각종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하면서 결국 팔지 못하고 그대로 쌓인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LH의 사업(토지면적 기준) 중에선 택지·신도시 건설이 36.4%로 절대적이고 그 다음이 세종·혁신도시(19.1%), 경제자유구역(14.9%), 보금자리주택(10%) 순이다.

특히 지난해 8월 말 기준으로 보상까지 끝내고도 오랫동안 착공하지 못한 택지(신도시)개발사업만 경기 오산세교2지구 등 전국 9곳에 걸쳐 총 3069만㎡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감사원은 이에 대해 LH가 총 8조6537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했지만 지난해 6월 말 누적 금융비용만 1조1104억원에 달하고 특히 향후 이들 9개 지구의 잔여사업비 20조174억원 대부분이 차입 및 채권발행(16조5000억원), 국민주택기금(2조6000억원) 등 금융비용을 동반할 수밖에 없어 재무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지적한 바 있다.

시장 여건과 상관없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돈을 빌려 땅을 사들이고, 보상까지 한 상황에서 삽질도 시작하지 못한 채 이자만 쌓여가는 대표적 사례인 셈이다.

한국경제연구원 김영신 부연구위원은 "정부가 내놓는 공공기관 대책이 향후 늘어날 부채를 억제하는 것에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수 있겠지만 현재 있는 부채를 줄이기는 상당히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자산매각의 경우 매수자가 있어야 하는데 이 역시 투자가치 여부,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유동적일 수밖에 없고 일부는 법적 근거가 없어 팔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총부채가 14조3209억원(금융부채 11조9702억원)인 한국철도공사도 마찬가지다.

철도공사는 -7059억원(2009년)→-5579억원(2010년)→-5479억원(2011년) 등 운송사업부문에서 매년 수천억원씩의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산매각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매각하기로 한 민자역사의 80%가량을 차지하는 서울 롯데역사와 경기 부천역사가 유찰돼 팔지 못하고 있고 서울 용산병원부지 역시 새 주인을 만나지 못했다. 특히 철도공사의 부실을 한꺼번에 털어낼 '구세주'로 꼽혔던 9조원(매각대금 기준) 규모가 넘는 용산개발사업은 시작도 못한 채 주저앉고 말았다.

■국내외 사업 과감히 정리 '글쎄'

향후 기대수익을 과다하게 추정해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한 사업과 해외에 야심차게 진출했지만 발목을 잡힌 사업 등도 '부메랑'이 되기 전 과감한 결단이 요구되고 있다.

앞서 현오석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공공기관들 추진)사업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14조원에 가까운 부채를 떠안고 있는 한국수자원공사는 '부산에코델타시티'라는 이름으로 현재 부산 강서지역 내 총 1188만5000㎡ 공간에 5조4386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공사 측은 개발이 끝나면 6000억원가량의 순수익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예산정책처는 이에 대해 "사업 타당성조사가 용지 수요 과다 추정, 회계상 이익 과다 추정 등 문제가 있어 재무적 타당성에 대한 재검증이 필요하다"며 경고를 보냈다.

특히 이 사업은 특별법에 따라 예비타당성(예타)조사도 거치지 않고 추진될 것으로 알려져 있어 정부가 공공기관 합리화 방안의 하나로 내세우고 있는 '예타 내실화'와도 동떨어져 있다.

또한 감사원이 한국전력공사와 산하 6개 발전 공기업,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등 에너지·자원개발 공기업의 해외사업에 대해 건전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2년 현재 관련 사업에 총 34조9489억원을 쏟아부었지만 회수액은 10조5732억원으로 회수율이 30.3%에 그쳤다.

해외 자원개발사업의 경우 다소 시간이 필요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회수율이 68.3%(2008년)→46.2%(2009년)→35.6%(2010년)→32.6%(2011년) 등으로 매년 하락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사업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허경선 부연구위원은 "공공기관 자구책 중에서 비핵심 부동산 매각이 가장 많지만 이를 통해 거둬들일 수 있는 금액은 제한적"이라면서 "결국은 사업조정인데 이 중에선 시간이 지나면서 변한 핵심 사업에 대한 자구노력도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공공기관들이 돈줄로 활용했던 CP 발행 억제도 험로가 예상된다.
지난해의 경우 CP 발행액은 한전 44조6200억원, 가스공사 35조7090억원, LH 16조2800억원 등이다.

이들 기관은 기존 CP 상환에 필요한 돈과 신사업 자금 조달 등을 위해 마구잡이로 또다시 CP를 발행하다보니 매년 CP 발행이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하지만 CP 발행억제→원금 상환 위험→자금 융통 필요→기타 대출 또는 정부 보전 등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보다 실효성 있는 자금 조달 및 운용 계획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bada@fnnews.com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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