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큰장’ 선 M&A.. 산업계 ‘빅뱅’] (2) 금융사 ‘대어급 매물 풍년’에 숨막히는 ‘눈치싸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2.26 17:17

수정 2014.10.30 19:20

[‘큰장’ 선 M&A.. 산업계 ‘빅뱅’] (2) 금융사 ‘대어급 매물 풍년’에 숨막히는 ‘눈치싸움’

"금융사 매물이 이렇게 많았던 적은 없다. 매수자 주도로 시장흐름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매도자의 헐값매각이 우려된다. 매도자 나름대로 매각 시기를 살피는 등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 (A금융지주사 고위 관계자)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를 시작으로 산업은행의 계열사 매각, 동양·현대증권 등 증권사 구조조정 매물까지 대거 시장에 쏟아지면서 금융사 인수합병(M&A)의 큰 장이 섰다. 긍정적으로는 일부 금융지주사들이 비은행 계열사를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보는 반면, 일각에서는 매수자 위주의 시장이기 때문에 적정 가격이 아닌 헐값매각이 될 우려가 있다는 시각이다.


■대형 금융사, 내년 주인 찾을까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금융권에서 공식적으로 나온 매물만 10곳이 넘는다. 그중 우리투자증권과 우리아비바생명, 우리금융저축은행 등은 패키지로 묶여 농협금융지주에 매각될 전망이다.

은행권에서는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매각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 막바지 작업만 남겨놓고 있는 상태다. 내년에는 우리금융이 해체되고 우리은행의 매각작업이 본격화된다. 주력 계열사가 대부분 매각됐다고 해도 우리은행만 보더라도 초대형 매물이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과점적 대주주와 통매각 등 여러 방안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제2금융권에서도 증권·보험사 매물이 수두룩하다. 일단 매각작업이 마무리된 ING생명은 MBK파트너스라는 새 주인을 만났고 LIG그룹이 매물로 내놓은 LIG손해보험은 동양생명이 대주주인 보고펀드와 함께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와 롯데그룹, 한화그룹 등도 유력 인수후보들이다.

예금보험공사가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해솔.한울저축은행 매각은 지난 15일 우선협상대상자에 토종 대부업체 웰컴크레디라인대부(웰컴론)와 호주계 페퍼저축은행이 각각 선정됐다. 웰컴론이 해솔저축은행을 인수할 경우 대부업체로서는 제도권 진출의 첫 사례가 된다.

앞서 지난 5일 한국 스탠다드차타드(SC)저축은행.SC캐피탈 우선협상대상자에 홍콩계 투자회사인 링스아비트리지리미티드(LAL)가 선정된 바 있다. LAL은 아시아에서 20년 이상 투자한 홍콩계 전문 투자회사로 SC저축은행을 인수하면 외국계 사모펀드(PEF)가 저축은행을 가져가는 첫 사례가 된다. 캐피털 쪽에도 KDB캐피탈을 비롯해 SC캐피탈 등이 매물로 나와 있다.

증권업계도 내년 주인을 찾아갈 매물이 많다. 현대증권, 동양증권, 대우증권 등도 매물로 부상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증권사 M&A를 활성화시킬 경우에는 이트레이드증권,리딩투자증권,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아이엠투자증권 등도 M&A 대상으로 거론된다.

현대증권 매각전에는 현대차그룹, 현대중공업그룹, KB금융지주 등이 참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5위 안에 손꼽는 현대증권을 대기업 그룹인 현대차그룹이 품을 경우 우리투자증권에 이은 또 다른 초대형 증권사가 탄생할 수도 있다.

동양증권 매각도 인수 후보들이 거론되고 있다. 당장 우리투자증권 매각에서 고배를 마신 KB금융지주나 사모펀드인 파인스트리트가 거론된다. 동양증권은 대만의 유안타증권이 가장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동양증권의 강력한 리테일 망을 노린 인수자가 추가로 등장할 수도 있다. 단골 후보로 꼽혀온 롯데그룹도 빠지지 않고 있다.

대우증권은 내년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가 통합하는 과정에서 매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대우증권은 국내 자본 1위 증권사로 누가 인수해도 단숨에 증권업계 1위를 넘볼 규모로 성장할 수 있다.

■매도자와 매수자 '눈치싸움'

금융회사 매물이 쏟아지다보니 시장에서는 매도자와 매수자의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매물이 많으면 매수자 위주의 시장이 되기 때문에 매도자가 가격 협상에서 불리한 상황이 된다. 자칫 매도자는 헐값에 금융회사를 매각하는 상황도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매수자의 경우 골라먹을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게 된다. 굳이 이 매물이 아니더라도 다른 매물을 찾아가면 되기 때문"이라며 "구조조정 자구책으로 금융회사 매각을 선택한 그룹들의 경우에는 이런 시장상황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적정가격으로 매각해야 하는데 자칫 헐값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매도자들 간에 매각 시기를 놓고 눈치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지주사들의 입장에서는 이번 M&A 시장이 '기회'로 작용한다.

비은행 계열사를 키우고 체질 개선을 시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내년에 나올 증권사 매물들을 보고 있다.
대우증권의 경우 인수 후보들 간에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김병덕 팀장 박신영 강재웅 김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