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한민국 빛과 소금,공복들] (1) 김진문 대림파출소장이 밝히는 ‘경찰의 철학’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1.01 17:43

수정 2014.10.30 18:34

김진문 영등포경찰서 대림파출소장
김진문 영등포경찰서 대림파출소장

'국민(중국동포)을 가족처럼! 친절을 넘어 감동을 드리겠습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 대림파출소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문구다. 김진문 대림파출소장(55)은 "관할구역에 사는 중국동포들 대부분은 경찰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면서 "이들을 이기는 대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지난 1984년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 올해로 31년째를 맞고 있다. 군대를 전역하고 이런저런 일을 하다 호기심으로 경찰에 뛰어들었다.

그는 "경찰 생활을 시작할 때만 해도 24시간 2교대에 봉급도 적었다"면서 "지금은 엄청나게 좋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요즘은 근무시간에만 농구의 '올 코트 프레싱'처럼 열심히 일하면 자기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고 여가활동도 즐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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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소장은 영등포경찰서 당산지구대장, 강서경찰서 발산파출소장 등을 거쳐 지난해 2월 대림파출소장에 부임했다.

그는 서울 방화동에서 오전 7시에 출근해 보통 오후 9시가 넘어서야 퇴근한다. 원래는 퇴근 시간이 오후 6시지만 야간조 근무교대를 보고 퇴근하려면 어쩔 수 없다. 강력사건이 발생하면 새벽이라도 1시간 이내에 나와서 현장을 지휘해야 한다.

대림파출소는 영등포경찰서 관내에서 순찰실명제 '포돌이 톡톡'의 대표적인 적용지역 중 한 곳이다. 지난해 경찰청 '고객만족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것도 대림파출소 등 일선에서 열심히 뛰어준 덕분이다.

김 소장은 "'순찰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남병근 영등포경찰서장의 뜻을 이해하고 충실히 따랐을 뿐"이라며 "범죄는 일단 발생하면 피해회복이 쉽지 않기 때문에 예방하는 차원에서 틈날 때마다 골목골목을 순찰하라고 직원들을 독려한다"고 말했다.

'포돌이 톡톡'으로 영등포서는 범죄 발생건수가 크게 줄어드는 등 큰 효과를 냈으며 지금은 전국 100여개 경찰서에서 이를 벤치마킹해 시행 중이다. 영등포서는 '포돌이 톡톡'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성공사례를 담은 소책자를 만들어 이달 초 전국 일선 경찰서에 배포할 예정이다.

김 소장의 가장 큰 목표는 '법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처리하되 사회적 약자에게 따뜻한 경찰이 되자'는 것이다. 그래서 대림파출소 경찰관들은 주민들에게 구청이나 출입국관리소 등 다른 관공서 업무까지 자세히 알려준다. 그는 "아무리 사소한 민원이라고 할지라도 직접 해당 관공서에 물어보고 확인해서 끝까지 해결해주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석회에서 '오늘의 명시'를 낭독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찰관이 늘 술취한 사람이나 죄인들만 대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예술적 감각을 갖추면 그 혜택은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는 설명이다. 그는 "실제로 경찰관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부드러워지고 친절도 역시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전문직업인'으로서의 자부심도 느낀다. 그래서 지역경찰이지만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는 "파출소는 말단에서 치안정책을 실행하는 곳이고 업무도 정형화돼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기왕이면 창의적으로 하자고 직원들을 독려한다"면서 "일상업무에서 주로 다루는 내용을 중심으로 '지식나눔북'을 만들어 조·석회 때마다 다함께 하나씩 공부한다"고 설명했다.

윤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