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 환율과 한국 경제는 밀접하게 얽혀 돌아간다. 수출 경쟁국인 일본의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 한국은 그만큼 덕을 본다.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엔저는 악재다. 한국 제품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지기 때문이다.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엔화는 대체로 강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종종 약세로 돌아섰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이 좋은 예다. 외환위기를 부른 원인은 다양하다. 그중 빠지지 않은 것이 경상수지 적자다. 경상수지는 신흥국의 외채상환 능력을 보여주는 가늠자 역할을 한다. 1990년대 들어 한국 경제는 1993년을 제외하면 줄곧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1996년엔 무려 230억달러 적자였다. 그 뒤엔 엔저가 숨어 있다.
지금 한국 경제는 그때와 다르다. 경상수지 흑자는 오히려 많아서 골치다. 지난해 11월 경상수지는 22개월째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흑자 규모는 지난해 700억달러에 이어 올해는 49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엔저가 초래할 부작용에 대해선 빈틈이 없어야 한다. 외국계 증권사인 BNP파리바는 지난 2일 삼성전자의 작년 4·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8조7800억원으로 낮춰 잡았다. 전분기 대비 14% 하락한 수치다. 원화 강세와 수요 부족 등을 이유로 들었다. 삼성전자 주가는 새해 증시 개장 후 이틀 연속 약세를 보였다.
외국인 투자가들은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착수와 함께 원·엔 환율을 주목한다. 세계 금융시장의 유동성 흐름이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방향을 튼 가운데 다른 신흥국 통화들과 달리 원화만 유독 강세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양호하다고 하지만 신흥국 디스카운트가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다. 외국인들은 빌미만 생기면 '셀 코리아'에 나설 가능성이 상존한다. 독도·과거사 등을 둘러싼 한·일 외교 갈등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아베 정권은 일방적인 엔저 정책을 펴고 있다. 대비책을 세우는 것은 온전히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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