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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진의 마음청전기] 병원 간판 구분법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1.07 16:57

수정 2014.10.30 17:49

[정명진의 마음청전기] 병원 간판 구분법

30대 김모씨는 뾰루지 때문에 집 근처 A의원을 찾았다. 진료과목에 피부라고 씌어있었기 때문이다. 병원 안에 붙어 있는 의사 약력에 '전문의'라고 표기돼 있었다. 하지만 진료실에 들어간 김씨는 뾰루지에 대한 진료를 받을 수 없었다. 의사는 "우리는 주름, 화이트닝 등 피부미용치료와 비만 등만 전문으로 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결국 김씨는 몇 군데 피부과를 돌아다닌 후에야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김씨는 의문이 생겼다. 병원 간판에 분명 피부과라고 적혀 있기 때문이다. 길을 걷다 보면 'OO의원, 진료과목 피부과' 'OO내과, 진료과목 성형외과' 등의 간판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보통 OO의원은 글씨가 크게 씌어있고 진료과목 부분은 작게 씌어있다. 다른 간판을 살펴보면 진료과목을 제외한 채 'OO피부과'라고만 씌어있는 곳도 있다.

과연 어떤 병원이 피부과 병원일까.

정답은 'OO피부과'라고 병원명과 진료과목이 같은 크기로 쓰여 있는 병원이다.

의사가 되려면 의대 6년을 졸업한 후 시험을 치르게 되면 '일반의'가 된다. 이들도 모든 과목을 진료할 수 있다. 전문의가 되려면 인턴 2년, 레지던트 2~3년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일반의보다 보통 4~5년간 더 그 과목에 대해 전문적으로 배우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의사들은 90% 이상이 전문의 과정을 밟게 된다. 지난해만 해도 전문의 자격시험 결과 전체 응시대상자 3573명 중 3313명이 최종 합격해 92.72%의 합격률을 기록했다. 2011년 말 기준으로 전체 의사 10만4332명의 73.2%인 7만6379명이 전문의다.

전문의는 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정신건강의학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흉부외과, 안과 , 이비인후과, 피부과, 비뇨기과, 영상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신경과, 재활의학과, 결핵과, 진단검사의학과, 병리과, 예방의학과, 가정의학과, 직업환경의학과, 핵의학과, 응급의학과 등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들 중 개원가에서 간판을 볼 수 있는 과목은 몇 개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진료과목을 소위 '돈 되는' 과목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 같은 일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의사가 되면 모든 과를 전부 진료할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돼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문의 교육을 받고도 활용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또 자신이 전문의를 딴 전문과목을 본다고 해서 수가를 더 산정해 주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의사들도 과목을 바꾸게 된다.


한 성형외과 의사는 "전문의 과정을 밟을 때 수술을 해보지 않은 의사들이 성형외과 간판을 걸고 수술을 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며 "특히 우리나라 환자들도 간판을 보고 전문의 구분을 잘하지 못하는데 성형하러 오는 외국인 환자들은 더 구분하기 힘든 실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 병원에도 간단한 쌍꺼풀 수술이나 레이저 기기 사용법을 배운 뒤 몇 달 후 개원하는 의사들이 있다"며 "부작용이 생기면 전문의들에게 보내버려 힘들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해당 과목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고 싶다면 병원 간판도 자세히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생활경제부 차장·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