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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교체기 손실 털자” 5년만에 ‘빅 배스’ 재연?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CEO 교체기 손실 털자” 5년만에 ‘빅 배스’ 재연?

한국 자본시장에 불어오는 '어닝 쇼크(기업 실적이 예상보다 나빠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주는 것)'는 '빅 배스' 영향 탓이라는 지적이다. 경영진이 바뀐 기업은 빅 배스를 통해 과거 악화된 실적을 털어내려는 경향이 강해서다. 한국 자본시장에 빅 배스 경고등이 켜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원고·엔저 등으로 외국인 투자자금의 '셀 코리아'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나온 이 같은 분위기는 자본시장의 위축을 불러올 수 있어 설상가상이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4분기 기업 실적 발표의 첫 스타트를 끊었다. 이날 삼성전자는 4·4분기 영업이익이 8조3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6.11%, 직전 분기보다는 무려 18%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9조원대를 예상한 시장 기대치를 크게 하회하는 어닝 쇼크 수준이다. 이는 해당 회계연도에 남아 있는 잠재손실, 일회성 비용, 인센티브 비용 등을 반영해서다. 경영진은 바뀌지 않았지만 일종의 빅 배스 기법을 사용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실적 부진은 전초전에 불과하다. 현대차, LG전자, 포스코 등 유력 기업들의 4·4분기 실적 역시 삼성전자처럼 어닝 쇼크이거나 컨센서스를 밑돌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자료를 보면 추정 가능한 상장사 186개의 지난해 4·4분기 영업이익의 총합은 29조248억원으로 직전 3·4분기 30조9892억원에 비해 6.34%(1조9644억원) 감소할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투자증권은 이번 상장사의 4·4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추정치인 34조원을 크게 밑도는 20조원대 초반으로 전망했다. 대신증권도 유가증권 시장 상장사의 4·4분기 순이익이 전망치인 20조8000억원을 밑돌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증권사들이 실적 전망을 하향하는 이유 중 하나는 빅 배스 현상이다. 실제 이익이 시장전망치보다 적게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새로 경영진이 바뀐 기업들이 많아 회계연도 말에 기업들이 잠재손실을 한꺼번에 반영해 실적이 악화되는 빅 배스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해 공기업 최고경영자(CEO)의 70%를 포함해 민간기업 CEO도 부분적으로 교체 중이어서 부실의 상당 부분이 손실처리되고 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 총괄팀장은 "STX 등 신용 리스크가 높은 기업들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같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노출된 사례도 지난해 3개 그룹이 넘을 정도"라고 밝혔다.

KT는 이석채 전 회장이 회사를 떠나면서 주가가 지난해 11월 12일 이후 한때 7~8%가량 떨어졌다. 삼성물산도 정연주 전 부회장이 물러나자 빅 배스 우려가 커졌고 주가도 하락세를 보였다. 업종 내 수주실적이 가장 우수했지만 정 전 부회장의 사임 배경에 궁금증을 자아내면서 투자심리를 악화시켰다.

현재 빅 배스가 우려되는 기업은 우리금융, 삼성엔지니어링 등이다. 우리금융은 매각이 진행 중이어서 잠재적 부실을 털어내면 매수자 입장에서 부담을 덜 수 있다. 주가에 반영된 매각에 대한 기대감이 과도하게 반영됐다면 빅 배스로 투자자 진정 효과를 볼 수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3분기 연속 실적이 기대치를 큰 폭 하회하고 있다. 박기석 전 사장 때 수주한 해외사업을 한꺼번에 부실자산으로 반영하면서 실적이 시장 기대치보다 나쁘다는 분석이다.

한편 정권 초기였던 2003년 4·4분기와 2008년 4·4분기 상장사들의 실적도 어닝 쇼크 수준이었는데 이는 빅 배스 효과에 따른 영향이 적지 않았다. 강 팀장은 "상장 공기업과 운송·건설·은행 등의 업종이 빅 배스 효과의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빅 배스(Big Bath)는 경영진이나 정권 교체 시기에 후임자가 부실자산 등을 한 회계연도에 대규모로 반영해 잠재부실이나 이익을 그대로 드러내는 회계기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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