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7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서울 노량진 배수로공사 현장의 수몰사고 당시 구조활동을 진두지휘했던 황진규 동작소방서 119구조대장(44·사진). 황 대장은 소방관을 '하늘이 내려준 직업'이라고 정의했다. 보통 사람이면 생명을 위협하는 화재·재난·재해 등 위험한 상황을 피하려 하지만 소방관은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남다른 사명감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황 대장은 "생명을 위협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손을 내미는 사람이 바로 소방관"이라며 "사고 현장의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두려움을 이겨야 하고, 육체적인 고충도 견뎌야 하는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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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소방관 19년차인 황 대장은 남다른 이력의 소유자다. 특전사 출신으로 1995년 소방관에 투신해 줄곧 구조대에서만 일해왔다.
소중한 생명 여럿을 앗아간 탓도 있지만 정말로 '물과의 전쟁'을 치른 사고였다고 회상했다. 사고 당일인 15일 오후 5시를 넘긴 시간. 황 대장은 오후 6시 야간 근무조와 교대근무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오후 5시29분께 노량진 배수로 공사 현장에서 침수 신고가 들어왔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장마철인 탓에 단순한 침수 사고로 생각했는데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다. 공사장 인부들이 수몰됐다는 소식이었다. 사고 현장은 높이만 수십m에 이르는 U자 형태의 구조물이어서 인부를 구조하기 위해서는 우선 물을 빼내야 했다. 펌프는 망가지기 일쑤였고 집에는 들어가지 못한 채 김밥과 빵으로 끼니를 때우면서 4일간의 구조활동 끝에 시신들을 수습했다.
유가족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흙투성이가 된 시신을 닦아주기 위해 깨끗한 물통을 짊어진 현장 구조대원들이 사고 현장으로 내려가 시신을 수습했다고 황 대장은 당시 상황을 전했다.
초등학교 동창인 부인과 다섯 살 아들을 둔 황 대장은 가족들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큰 불이라도 나면 숨 돌릴 틈 없는 화재진압 때문에 가족과의 연락이 두절되는 것은 물론이고 며칠 동안 집에 못 가기 때문에 가족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황 대장은 "현장 소방관이라면 사고가 나면 누구나 사명감으로 현장으로 출동하고, 가족들이 할 걱정보다는 사고 현장에서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향해 뛰어든다"면서 "큰 화재가 나거나 사고 현장에 진입할 때 두려운 마음도 없지 않지만 항상 함께하는 동료 소방관과 의지하면서 두려움을 잊는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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