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가 급증하면 값이 오르는 건 시장경제 원리다. 정부가 급증하는 설 성수품 수요에 대응할 대책을 연례 행사처럼 내놓긴 했다. 배추와 사과 등 15개 농축수산물 공급 물량을 하루 7800t에서 1만2700t으로 확대하기로 했다니 안심이 된다. 종합상황실과 지방자치단체가 긴밀한 협력을 통해 사과와 배, 밤 등 28개 품목의 물가를 매일 조사하는 현장 중심의 물가안정 방안도 눈에 띈다. 성수품을 시중가보다 최대 30%까지 싸게 팔 수 있는 직거래 장터를 마련한 것도 옳은 방향이다. 개설 장터를 2600곳으로 확대해 소비 반경을 좁혔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있어 보인다.
설 명절은 생산자 입장에서 보면 한철 대목이다. 가뜩이나 위축된 경기에 모처럼 불을 댕길 수 있는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잘만 하면 소비 진작의 마중물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설물가 대책은 이런 큰 그림을 읽은 흔적이 없다. 경기 활성화와 물가 안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대책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오로지 치솟는 물가만 잡는 '반쪽 대책'에 불과하다. 명절 때마다 사업자를 윽박지른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혹여 수급에 찬물을 끼얹는 무리수가 없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물가 관리는 설 연휴 이후가 더 중요하다. 바짝 조인 물가 고삐는 한 번 풀리면 봇물 터지듯 값이 오르는 게 시장 경험칙이다. 더욱이 명절 성수품과 관련 없는 공공 요금이 들썩거리는 걸 많이 보아왔다. 아니나 다를까 벌써부터 전기·가스 요금이 꿈틀대고 있다. 물론 정부가 원가를 검증해 인상을 최소화하겠다고 장담했다고는 하나 되레 요금을 올릴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란 분석이 이미 나온 마당이다.
만에 하나 물가상승률이 낮다고 해서 공공요금을 올리는 구실로 삼는 건 위험천만이다. 공공요금이 오르면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는 배가 된다. 소비 여력이 축소되는 부작용으로 나타나 모처럼 살아난 경기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걸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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