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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발목잡는 ‘감가상각 회계기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1.22 17:22

수정 2014.10.30 09:19

투자 발목잡는 ‘감가상각 회계기준’

"감가상각법을 정액법으로 바꿨더니 비용이 급감해 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30%씩 늘었다. 문제는 세금이었다. 장부상 이익이 증가하니 법인세가 2배 가까이 늘어 부담이 컸다. 2014년부터 달라진 회계기준이 적용되면 앞으로 투자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크다."(A대기업 관계자)

올해부터 달라진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K-IFRS)의 감가상각 회계처리가 기업 '투자'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K-IFRS를 도입하지 않아도 되는 비상장기업들과의 형평성 문제까지 불거지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정률법을 적용한 감가상각비로 '신고조정'을 할 수 있는 특례가 올해부터 사라진다. 기업들이 설비투자 등 유형자산을 정액법으로 회계처리할 경우 낮아진 비용과 높아진 이익 탓에 기업들의 세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게 업계와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제품 주기가 갈수록 빨라지는 경영환경에서 자주 설비투자를 해야 할 제조업체로선 세금부담이란 또 다른 장애물을 만난 것이다. K-IFRS를 도입하지 않아도 되는 비상장사들은 상대적으로 이 문제에서 자유롭다.

익명을 요구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신규 공장 증설에 나서고 있는데 정액법을 적용하면 초반에 감가상각이 적어 수익성이 높아져도 법인세 등 세금이 부담된다"고 말했다.

정률법 및 정액법을 사용해도 기계.설비 등의 자산을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인 내용연수는 같아 전체 기간 중 처리비용은 유사하다. 그러나 급변하는 경영환경 아래에서 기업들은 정률법을 선호한다.

매년 자산이 잔존가치에서 일정비율로 사용된다는 전제로 사용되는 정률법을 적용하면 투자 초기에 감가상각이 많이 돼 공제 규모도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투자하는 입장에선 오히려 정률법을 통한 공제로 초기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그러나 정액법을 적용하면 높아진 이익이 세금폭탄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종종 발생했다.

예를 들어 내용연수가 5년인 1조원 설비에 대한 감가상각의 경우 0.451의 정률을 적용하면 1년차에 4510억원을 감가상각비로 비용화하고 2년차에 2476억원, 3년차 1359억원, 4년차 737억원, 5년차 414억원으로 점차 비용이 낮아진다. 매년 일정금액으로 사용된다는 전제 아래 정액법이 적용되면 5년 동안 매년 2000억원의 비용이 처리된다.

실제 A기업의 경우 K-IFRS 적용 이후 감가상각법을 정액법으로 변경하자 1.4분기 감가상각비가 낮아져 비용이 하향 안정화됐다.

이에 따라 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0% 가까이 늘었고 순이익도 35% 이상 급증했다. 그 결과 1100억원대였던 분기 법인세 비용이 2200억원대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수준 급증했다.

문제는 기업들이 매년 지속적으로 설비투자에 나설 경우다. 정률법으로 감가상각하면 매년 비용으로 인식되는 규모가 커져 공제혜택 등을 볼 수 있으나 정액법으로 적용하면 융통성 없는 비용인식 탓에 법인세 등 과세 규모만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 재무담당 임원은 "감가상각 방법을 정액법으로 변경하면 내용연수에 해당하는 기간까지 급격한 세부담 증가가 발생해 투자를 중단하지 않는 한 이는 회복되지 않는다"며 "기업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정부 입장과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투자를 많이 하라는 상황에서 이 같은 제도 자체가 투자를 유인하는 데 다소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제품주기가 빨라지는 업황을 감안하면 해마다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지만 일부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정률법:매년 잔존가치에 동일한 비율이 감가상각되는 계산법이다.

초기에 많이 감가상각되는 대신 매년 감가상각비용은 줄어든다.

■정액법:매년 동일한 금액이 감가상각되는 계산법이다.

내용연수 기간에 매년 같은 금액이 차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