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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혁신’만이 살 길] (3) NCR 규제 완화로 시장 ’돈 길‘ 터 줘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1.23 18:05

수정 2014.10.30 04:20

[자본시장 ‘혁신’만이 살 길] (3) NCR 규제 완화로 시장 ’돈 길‘ 터 줘야

금융당국이 지난해 12월 초 발표한 '자본시장 역동성 제고방안'에는 천수답 경영으로 존립위기에 빠진 증권사 간 인수합병(M&A)을 촉진한다는 방안이 담겨 있다. 여기엔 대형화와 전문화를 통해 글로벌 투자은행(IB)을 육성해 자본시장 경쟁력을 제고시킨다는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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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유도하기 위해 가장 먼저 증권사들에 주어진 '당근'은 바로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완화였다. 그간 NCR는 증권사 간 빅딜과 신사업 추진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아직 NCR규제 완화의 구체적인 방법이나 수준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일시적 인센티브 정도로는 시장 침체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높다.


대형증권사 한 최고경영자(CEO)는 23일 "금융당국이 지난해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증권사에 기업 신용공여를 허용했지만, 현재 NCR제도하에서는 신규 비즈니스 운신의 폭은 매우 좁다"며 "증권산업의 문제점인 동질적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기 위해서는 NCR규제를 대폭 수정하는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NCR 기준 '과도'

현재 증권사에 요구되는 NCR 비율은 150%다. 이는 은행의 재무건전성 기준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8%와 비교하면 약 100% 수준으로, 과도한 규제다.

실제 금융당국은 현재 NCR가 150% 미만일 경우 경영개선 권고, 120% 미만이면 경영개선 요구, 100% 미만일 땐 경영개선 명령을 내린다. NCR가 150%만 넘으면 문제없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특히 한국거래소와 국민연금 등의 기관은 더욱 까다로운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거래소는 주식워런트증권(ELW)을 상장하거나 유동성공급자(LP), 장외파생상품(CCP) 청산회원 자격요건, 합성 상장지수펀드(ETF) 거래를 하려는 증권사에 NCR 250%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항을 두고 있다. 국민연금의 경우 국내 주식 거래 증권사 선정에 적용하는 NCR 만점 기준을 450%로 유지했지만, 반대여론으로 지난달 250%로 낮춘 바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증권사들의 NCR는 이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 있다. 실제 지난해 9월 말 현재 62곳의 전체 증권회사의 평균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은 496.8%다. 이는 6월 말 494.3%에 비해 2.5%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특히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26개 증권사의 평균 NCR도 497.1%로, 지도비율(150%)에 비해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김형태 자본시장연구원장은 지난해 11월 '금융투자협회 창립 60주년 심포지엄'에 참석해 "국내 증권업계를 하나의 증권사로 합쳤다고 가정할 경우 전체 NCR는 현재 475%다. 이는 일본 노무라증권(288%)의 약 2배"라며 "현재 NCR를 175% 수준으로만 줄여도 18조2000억원의 자본 여력 창출이 가능하다. 현재 국내 금융투자산업은 '우리만의 함정'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모든 증권사들이 NCR규제로 사업 확장에 부담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규제 버퍼(완충장치)로 300~400%대의 NCR를 유지하는 회사가 신규사업을 하기는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일부 대형사도 지난해 400%의 기준을 맞췄지만, 이는 대규모 후순위채를 발행, 적정수준을 맞춘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완화 미봉책

증권사 간 인수합병(M&A) 활성화를 위해 금융당국이 NCR규제 완화방안을 발표했지만, 아직 일시적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증권회사 M&A 촉진방안에 따르면 올 2.4분기부터 인수합병을 위한 자회사 출자금을 자본에서 전액 차감되지 않도록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즉, 현재는 다른 증권사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할 경우 출자금 전체가 자본에서 차감돼 NCR가 급락하게 된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연결 NCR도입을 통해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차주의 신용도를 감안해 기업대출액을 영업용순자본에서 차감하는 장치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NCR규제 완화가 시행돼도 대형 증권사들이 기업대출 등 생소한 업무에 대해 리스크 관리 역량을 축적할 시간이 필요하지만, 차별화된 서비스와 상품 라인업을 갖출 수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다만 당장 단기 유동성 공급 역할에 초점을 뒀기 때문에 은행, 보험에 비해 지나치게 불리하다는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논의되는 NCR 기준을 기존 비율 체계에서 금액 체계로 전환하는 방안이나, 기준선을 100%로 낮추는 실질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며 "감독당국이 증권사 진입.퇴출 등의 목적에 맞게 만들어 놓은 NCR기준이 다른 기관에서 엄격한 적용기준으로 삼는 부분은 하루빨리 완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kiduk@fnnews.com 김기덕 기자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은 영업용순자본(유동성 자기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눈 지표로 증권사의 재무건전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금융당국의 자기자본 규제제도로 현재 금융투자회사에 대한 적기시정조치의 기준 및 각종 인허가 시 기준비율로도 활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