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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회계기준’ 금융·세제 혜택.. 중기 회계 무관심 넘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1.26 17:24

수정 2014.10.30 03:17

‘중소기업회계기준’ 금융·세제 혜택.. 중기 회계 무관심 넘어야

올해부터 중소기업만을 위한 '중소기업회계기준'이 도입됐지만 이를 활용하는 중소기업을 늘리려면 여전히 개선할 과제가 많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복잡했던 회계기준을 단순화해 중소기업의 회계작성 부담을 줄이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새 회계기준을 적용할 경우 받을 것으로 기대했던 금융.세제 혜택이 아직 요원하기 때문이다. 26일 한국회계기준원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올 들어 중소기업이 간편하게 적용할 수 있는 중소기업회계기준이 도입됐다. 앞서 법무부는 금융위원회 및 중소기업청과 협의해 지난해 2월 1일 중소기업이 간편하게 적용할 수 있는 중소기업회계기준을 관보에 고시하고 올해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중소기업회계기준, 글쎄…"

중소기업회계기준의 가장 큰 특징은 '단순화'다.


중소기업회계기준을 만든 권성수 한국회계기준원 실장은 "회계처리 비용 부담 완화와 이해.적용 가능성 증진을 위해 중소기업에 흔히 발생할 거래를 중심으로 일반기업회계기준을 단순화해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들의 회계작성 부담을 줄여준 것이다.

예컨대 기존 일반기업회계기준에서는 '유형자산의 감가상각' 방법에 일정한 액수를 차감하는 정액법과 정률법, 연수합계법, 생산량비례법 등을 예시로 열거하고 "자산의 경제적 효익이 소멸되는 형태를 반영하는 합리적인 방법"으로 처리하도록 추상적으로 규정한 데 비해 중소기업회계기준은 정액법, 정률법, 생산량비례법 중에서 회사가 선택해 처리할 수 있게 단순화했다.

법인세법 역시 재고자산 취득에 소요된 차입금의 이자비용을 해당 자산의 취득원가에 포함시킬 수 있도록 했다. 또 취득원가를 기초로 자산을 평가하도록 해 자산평가 및 실사를 위한 별도 인원을 고용하지 않고도 회계처리가 가능케 했다. 자산 평가 시 공정가치 측정을 요구하는 범위가 넓은 일반기업회계기준에 비해 훨씬 편리하다.

일반기업회계기준에선 직전 회계연도분과 해당 회계연도분을 비교하던 재무제표 작성방식도 과거의 회계연도 재무제표상 오류가 발견된 경우에도 소급하지 않고 해당 회계연도에 반영토록 해 소급적용의 어려움을 해소했다. 중소기업에서 흔히 발생하지 않는 파생상품, 주식매수선택권 등에 대한 처리기준은 별도로 규정하지 않고 일반기업회계기준을 참조하도록 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앞선 일반기업 회계기준을 적용하고 특례조항을 찾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는데 이번 중소기업회계기준은 33쪽 분량으로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알기 쉽게 정리되어 있다"며 "기존 복잡한 일반기업회계기준에 비해 새로운 중소기업회계기준이 작성부담을 훨씬 경감시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회계기준이 불투명하다고 평가받았던 중소기업들의 회계장부를 더욱 투명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한국 회계투명성 지수가 지난해 75위에서 올해 91위로 주저앉았고,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중소기업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것을 고려하면 획기적인 기준이 나온 셈이다.

■금융·세제혜택 없인 실효성 부족

그러나 더 많은 중소기업이 중소기업회계기준을 채택하도록 하려면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실제 금융감독원 자료ㅋ를 토대로 집계한 바에 따르면 중소기업회계기준을 적용해야 하는 자산 100억원 미만의 비외감법인('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회계감사를 받지 않아도 되는 법인)은 총 43만5627개사다. 하지만 현재 중소기업중앙회 중소기업회계기준지원센터가 지난해 4월부터 진행한 중소기업회계기준 설명회(14회)와 직무교육(12회)에 참여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각각 923명, 672명밖에 안 된다.

중소기업회계기준 적용대상 기업의 1%도 채 안 되는 기업만 그나마 관심을 표한 있는 셈이다. 상법에 따르면 자산 100억원 미만의 비외감법인은 중소기업회계기준을 채택해야 하지만 현재로선 이를 채택하지 않더라도 강제할 규정이 없다. 게다가 기대와 달리 중소기업회계기준을 적용한다고 해서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조달이 원활해지는 것도 아니다.

권 실장은 "회계장부를 작성하는 당사자인 중소기업들이 굳이 중소기업회계기준으로 변경할 필요성을 크게 못 느끼고 있다"며 "하지만 관심 없는 중소기업에 강제로 새로운 회계기준을 채택하도록 할 것이 아니라 금융·세제혜택이라는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포지티브 방식의 권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즉 애초 중소기업회계기준 도입효과로 기대했던 것처럼 자금조달 등에 실질적인 보탬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현재로선 기업이 중소기업회계기준에 따라 작성한 회계장부를 가져간다고 할지라도 민간 금융기관이 대출에 인센티브를 줄 가능성은 희박하다. 외부감사인(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를 받지 않은 이상 종전 회계장부와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비외감법인이 자발적으로 외부감사를 받을 경우 세제혜택을 줘 비용부담 없이 외부감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면 이 걸림돌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동근 중기회 중소기업회계기준지원센터 과장(공인회계사)은 "현재 자발적 회계감사 시 최대 500만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법안을 유일호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중기회는 회계장부에 대한 자기검증(내부감사)을 거친 기업에 한해 중소기업진흥공단,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금융혜택을 주는 방법도 논의하고 있다.

정책금융기관이 선제적으로 중소기업회계기준을 인정한다면 민간금융기관 역시 이를 뒤따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