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어느 날 갑자기 온 국민의 ‘쓰레기 오빠’가 된 남자가 있다. 배우 정우는 2013년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이우정 극본, 신원호 연출) 속에서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배우처럼 보였다. 쓰레기는 상한 우유를 벌컥벌컥 들이켜고 자기 물건을 어디다 뒀는지 도통 기억하지 못하는 현실 속의 오빠였다. 그러나 친동생 같은 나정(고아라)에게는 먹고 싶다는 건 다 사주고 달라는 건 다 주는 현실에는 없는 오빠의 모습을 보여 많은 여성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기도 했다.
‘응사’ 종영 후 정우는 각종 광고와 지면, 화보 촬영뿐만 아니라 방송 인터뷰와 예능프로그램 촬영으로 쉴 새 없는 나날을 보냈다.
바쁜 스케줄 탓에 몸살감기를 얻었지만 인터뷰는 진솔하게 할 수 있다며 웃는 정우는 ‘쓰레기 오빠’의 다정함을 그대로 지니고 있었다.

#‘응사’ 쓰레기로 살아온 반 년
‘응사’의 1시즌인 ‘응답하라 1997(이하 응칠)’ 제작 단계에서부터 정우를 캐스팅하고 싶었으나, 정우의 군 입대로 캐스팅이 불발 되었다는 신원호 감독의 이야기는 이미 유명한 이야기다.
“저는 사실 그 이야기를 직접 들은 적은 없어요. 언론을 통해서 나중에 알았죠. 정말 감사드릴 따름이었죠. 어떻게 보면 저한테 공개 프러포즈를 하신 거나 마찬가지니까요.” 또한 정우는 제작진과의 첫 만남에 대해 “소개팅 같은 설렘이 있었다”며 작품을 만났을 때를 회상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는 쓰레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쓰레기와의 공통점을 묻자 정우는 “멋있는 거 빼고 다 닮았다”며 웃었다. “현실에 있는 오빠처럼 풀어진 모습이 닮았다”고 말하는 그에게는 여전히 소탈한 쓰레기의 모습이 남아있었다.
그런 만큼 그에게 ‘응사’의 현장 스태프들은 더욱 소중한 존재다. ‘응사’가 끝나고 아쉬운 것은 “스태프들과의 이별”이라고 말하며 그는 스태프들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드러냈다.
“사람이라는 게 참 간사한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현장 스태프들의 에너지를 받아서 연기하는 편이거든요. 때로는 상대 배우보다 카메라 감독님과 더 깊은 교류를 하고 있다고 느껴질 때도 있어요. 그래서 한 분 한 분 정말 감사하지 않은 분이 없어요. 가슴이 뭉클해질 정도에요. 그런데도 막상 디테일하게 마음을 표현한 적이 없더라고요.”
‘응사’로 ‘대세남’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겸손한 마음을 잃지 않은 그의 속내를 엿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런 그에게 ‘응사’란 “스스로를 멋진 놈으로 만들어주는 작품”이었다.

#‘응사’ 명장면 속의 정우
“저는 12화 마지막에 나정이에게 첫 데이트를 신청하는 장면이 참 좋아요. 딱 손잡고 딱 노래 나오고 하는데 제가 봐도 아 참 예쁘게 나왔다 싶더라고요.”
그런 그에게도 힘든 장면은 있었다. 5화에서 아이들에게 엄마의 죽음을 설명해주는 장면은 정우에게도 힘든 장면이었다.
“일단 대사가 너무 길었고요(웃음). 그 상황과 내용 자체가 너무 슬펐어요. 그래서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대본을 읽다보면 절로 눈물이 날만큼 슬픈 장면이잖아요. 이우정 작가님의 필력을 느꼈죠.”
빙그레(바로)와의 뽀뽀 장면도 화제가 된 장면 중의 하나였다. 아직도 바로가 왜 부끄러워했는지 모르겠다는 모습은 쓰레기의 무던함을 닮았다. “저는 부담 없었어요. 바로가 많이 부끄러워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안 부끄러운 게 이상한가? 생각할 정도였어요. 빨리 하고 끝내면 되는데, 바로가 자꾸 부끄러워 하니까.”
디테일한 키스신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 쓰레기와 나정의 키스신은 진한 수위로 화제를 모았다. 공중파가 아닌 케이블 방송이라 그럴 수 있었다는 의견도 많았다.
“키스신이 리얼하다는 반응이 많았던 것을 알고는 있어요. 그런데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 원래 그렇게 연기하는 편이에요. 케이블이라 진하게 나온 거라면.. 기회가 있다면 공중파에서도 한번 진하게 해볼 테니 어떻게 나오는지 봐주세요.”
‘응사’에는 ‘응칠’팀이 카메오로 출연해 화제를 낳기도 했다. 특히 정우는 성나정이 윤윤제(서인국)-성시원(정은지) 부부를 만난 장면을 제외한다면 유일하게 ‘응칠’팀과 호흡을 맞췄다.
“가장 호흡을 많이 맞춘 은지 씨와 호흡은 좋았어요. 은지 씨가 낯가림이 없는 성격이라 먼저 다가와 주기도 했고요. 그런데 아무래도 현장에서 조금 외롭기는 했죠. 응칠 친구들은 오랜만에 다 같이 만나니까 반갑게 이야기 하고 그러는데 저만 섬처럼 홀로 있으니까.(웃음)”

#배우 정우, 인간 정우
‘날개뼈 미남’이라는 이야기를 하자 쑥스러워 한다. 연예인이라기보다는 털털한 보통 남자의 모습이다. “그런 디테일한 게 부각이 될지 몰랐어요. 처음에 뼈미남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전혀 이해 못했고요. 뼈가 예쁠 수가 있나? 그래도 요즘은 많이 설명해주셔서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해요. 2화에 나정이를 안아주는 장면에서 보니까 그 티셔츠 속 굴곡이 좀 예쁜 것 같기도 하고.. 뭔가 올록볼록하거든요.”
‘뼈미남’이 쑥스럽다면 어디가 제일 자신 있냐고 물었더니 고민하더니 “귀가 제일 자신 있다”라는 엉뚱한 대답을 한다. “요즘 운동을 못해서 몸은 자신 없어요.” 한 마디 말에서는 자기 관리에는 엄격한 정우의 모습이 엿보였다.
자신에게 엄격한 만큼 그는 한 때 연기에 있어서 완벽주의자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20대 후반까지는 그게 심했어요. 그런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이렇게 스스로를 고통스럽게 할 필요가 있나. 심지어 보는 사람들도 이 연기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생각도요. 그래서 그 뒤로는 좀 더 버리고 비우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그래서인지, 정우는 방송 초반까지는 모니터링도 잘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인터넷으로 분석 기사 같은 게 떴을 때는 어, 다들 좀 관심을 가져주나 싶기도 했어요. 나중에는 블로그 같은 곳에서 팬들이 써놓은 글도 봤고요. 그런데 초반에는 최대한 매체를 접하지 않으려 했어요. 저도 사람인지라 아무래도 그런 걸 보면 나약해질 수가 있잖아요.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전까지는 작품에 집중하고 싶었어요. 관심이나 인기에 좌지우지 되지 않도록.”
‘응사’를 통해 정우가 엄청난 스타가 된 것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그는 스타라기보다는 좋은 배우가 되고 싶은 동네 오빠 같았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이 너무 많다”라는 그의 연기 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이 아닐까. 응답하라, 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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