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은 오리의 10배 이상 사육되는 데다 전염 속도가 다른 가금류보다 훨씬 빨라 발병 시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27일 현재 고병원성 AI 바이러스에 오염된 농가는 18곳, 오염 여부를 조사 중인 곳은 19곳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27일 오전 6시부터 12시간 동안 충청, 경기 지역 축산농가에 '일시 이동중지(스탠드스틸) 명령'을 발동하고 가용 인력과 차량을 총동원해 해당 지역에 대한 일제소독을 실시했다. 그러나 방역망이 이미 뚫린 터라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이번 AI 바이러스의 원인은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사육농가에 감염됐다는 사실은 차단 방역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AI 바이러스를 농가에 옮기는 것은 궁극적으로 사람과 차량에 의해서다. 감염농가를 드나들던 차량이 감염 매개체가 됐던 경험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날아다니는 철새를 잡을 수는 없으니 이제는 농가 단위에서 방어막을 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따라서 철새도래지 및 사육농가 주변에 대한 출입통제, 차량·사람에 대한 소독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당국과 농가가 힘을 합쳐야 하며 무엇보다 국민 모두의 협조가 절실하다. AI 확산의 가장 큰 분수령은 전 국민이 이동한다는 설 연휴 기간이 될 전망이다. 사람이 AI 의심지역을 드나들면 철통 같은 방역도 소용없기 때문이다. 당국은 철새도래지 방문을 삼가는 것은 기본이고 닭·오리 사육농가 방문도 자제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모두가 이번 설에는 행동반경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닭·오리 사육농가와 음식점들이 겪는 고통에 대해서도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AI 발병 이후 대형마트에서 닭·오리 판매가 30%가량 줄었다고 한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닭·오리는 끓여 먹기만 하면 AI 감염이 되지 않는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AI가 인체에 감염된 사례가 나오지 않았다. 정상적인 소비를 하는 것이 성숙한 소비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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