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명동에는 있다는 그 경찰관, 무슨 일 할까

뉴스1

입력 2014.02.01 09:00

수정 2014.10.30 01:04

명동에는 있다는 그 경찰관, 무슨 일 할까


명동에는 있다는 그 경찰관, 무슨 일 할까


명동에는 있다는 그 경찰관, 무슨 일 할까


“아 유 폴리스(Are you police)?”

서울 명동 한복판 네거리. 제복 차림을 한 채 거리를 주시하고 있던 남성에게 외국인 관광객이 쭈뼛거리며 다가와 “경찰이냐”고 물었다.

“예스 아임 폴리스(Yes, I‘m police)”. ’제복 남성‘은 웃으며 답했다. 이방인과 현지 경찰관 사이의 어색함은 금세 누그러졌다. 홍콩에서 왔다던 커플 관광객은 지하철역으로 가는 길을 물었다. 남색 코트와 회색바지의 제복을 잘 차려입은 ’관광경찰‘은 유창한 영어로 “쭉 걸어가시다 다음 블럭에서 좌회전 하라”고 답했다.

경찰청은 지난해 10월 ’행복한 한국관광‘을 표방하며 관광경찰대를 출범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취지다.

자격증·내부 심사 등을 거쳐 경찰청에서 선발한 직원 52명과 의경 48명으로 이뤄진 관광경찰대는 명동·동대문·홍대 등 서울 시내 주요 7군데 거점에서 국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활동 중이다.

지난달 23일은 관광경찰대가 출범한지 100일째 되는 날이었다. 이날 명동 일대에서 근무하는 관광경찰대와 동행하며 근무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 관광객과 주변 상인 반응 등을 들어봤다.

◇경찰이 길안내?…길안내 ’절대수치‘ 많을뿐 단속 활동도 활발!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욕은 욕대로 먹고 죽겠습니다”

서울 중구 다동 한국관광공사 건물에 마련된 관광경찰대 본부이자 명동 ’거점‘에서 만난 관광경찰대 명동 1팀 김영철(46) 부팀장의 첫마디였다. 경찰이 외국인 ’길안내‘ 업무를 도맡아 할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이 있다는 지적에 대한 답이었다.

경찰청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관광경찰대는 출범 100일 동안 명동과 남대문 등 7개 지역에서 국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9000여 건이 넘는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그 중 길안내 업무가 9121건으로 97.5%였다.

언론 등에서는 이같은 수치를 근거로 관광경찰대 활동이 범죄 예방과 단속이 아닌 ’외국인 민원 해결‘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관광경찰대의 정체성이 모호한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업무 특성상 ’길안내‘를 하게 되는 경우가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2시간여 동행취재 하는 동안 한 조인 김 부팀장, 설재윤(23) 상경은 외국인 20여명에게 길안내 등 정보를 제공해줬다.

그렇다고 ’길안내‘ 서비스만 제공한 건 아니다. 틈틈히 ’사법권‘을 이용한 단속활동도 벌였다. 김 부팀장은 100일간 활동의 가장 큰 성과로 외국인을 대상으로 불법 영업을 하는 콜밴·택시 단속을 꼽았다.

김 부팀장 설명에 따르면 공항에서 외국인을 구슬려 벤에 태우고 명동으로 와 부당한 요금을 요구한 뒤 돈을 낼 때까지 문을 잠그고 내려주지 않는 ’콜밴족‘과 외국인 승객을 태운 뒤 20배 이상의 기본요금을 요구하거나 사람 숫자대로 돈을 내게 하는 ’택시 카르텔‘이 명동 일대에서 암약하고 있었다.

김 부팀장은 “동대문~명동~서울역 일대를 돌며 외국인만 전문적으로 상대하는 택시 20여대로 결성된 ’카르텔‘이 존재했었는데 지속적인 단속활동으로 이를 해체시켰다”며 “지나가는 외국인을 붙잡고 하는 상인들의 호객행위나 마이크나 확성기를 이용해 판촉 행사를 하는 행위 등도 단속을 통해 금지시켰다”고 말했다.

실제 관광경찰대는 이같은 단속활동을 통해 택시·콜밴의 불법 영업행위, 상인들의 호객행위 등 132건을 적발해 관계법령에 따라 수사하거나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했다.

또 중국 춘절을 맞아 관광객 8만여명이 방한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불법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에 대해 일제 단속을 벌여 총 69곳을 점검하고 불법 업소 업주 26명을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출범 100일 동안 관광불편신고센터(1330)를 통해 접수된 관광객들 불편사항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3% 줄어든 243건이었는데 이같은 수치는 “관광경찰대 활동·성과에 따른 것”이라는 게 경찰 설명이다.

◇“캔 아이 테이크 어 픽쳐?” 외국인 ’선호‘…시민·전문가 “관광객 유치 일조, 한국 이미지 제고”

관광경찰대에 대한 시민과 외국인의 반응은 어떨까. 이날 거리에서 만난 시민과 상인 등은 관광경찰대 활동에 대해 대부분 우호적이었다.

명동 로얄호텔 앞 네거리 근처 화장품 가게에서 일하는 전모(31·여)씨는 “길 물어보는 외국인들에게 길 설명 해주고 불법 밴 영업이나 불법 주차 등을 주로 단속하는 것 같다”며 “한 번 왔다 가는 게 아니고 하루에도 몇 번씩 같은 장소에 나타나니까 그 자체로 든든하다. 외관상 멋있고 하니까 외국인들이 사진도 같이 찍고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씨 말처럼 외국인 관광객들이 특히 좋아했다.

뉴칼레도니아에서 전날 한국에 왔다던 가족은 김 부팀장과 설 상경에게 길과 숙박 정보 등 이것저것 묻더니 명동 한복판에서 이들과 함께 ’가족사진‘을 찍었다.

6일 전 부산으로 들어온 뒤 서울에 올라와 꼬치가게를 찾기 위해 관광경찰대에 말을 걸었던 중국인 황모(23·여)씨도 설 상경과 이야기를 나눈 뒤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황씨는 “한국어뿐만 아니라 영어도 익숙치 않아 걱정했는데 중국어로 위치 정보 등을 알려줘서 큰 만족감을 느꼈다”며 “한국어를 못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라고 말했다.

시민과 전문가도 관광경찰대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관광경찰대의 외관을 보고 신기한 듯 다가와 김 부팀장에게 “그러면 사법권도 있느냐”고 묻던 시민 하모(63)씨는 “택시 요금 부당 징수나 지나친 호객 행위 등은 고쳐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왔다”며 “사법권을 가진 경찰이 이런 활동을 한다니 ’약발‘이 먹히고 실효성이 있을 것 같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고국으로 돌아가 입소문을 내 관광객 유치에도 일조할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동희 명동관광특구협의회 사무국장은 “활동하는 것 자체가 ’시그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범죄 예방 효과가 크고 실제로도 상인들이 명동에서 소매치기 등이 줄었다고들 한다”며 “사법권을 가진 경찰이 지속적으로 근무하며 시정조치 등을 실제로 반영했나 하는 부분을 수시로 관리·감독하기 때문에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인들은 ’불신지옥‘ 등 구호를 외쳐 소음을 일으키는 종교활동에 대해 관광경찰대가 단속 활동을 벌이지 않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23일 만난 한 화장품 가게 주인은 “관광객들이 사이비 종교 활동을 벌이며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들로 인해 큰 불편을 느껴하고 그런 광경을 사진으로 찍어가기도 하는데 나라 망신”이라며 “전단지 나눠주는 것 등을 제지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사실상 이런 부분에 대한 제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동희 사무국장도 “사실 그 부분이 가장 큰 문제”라고 동의했다.

관광경찰대도 이런 사정을 모르고 있진 않았다. 그러나 ’단속 근거‘가 없어 경찰로서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부팀장은 “그 부분에 대해 규정 등이 마련되면 당장에라도 단속에 나서겠지만 현재로서는 단속에 나설 근거가 부족해 우리로서도 난감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관광경찰대 활동에 대해 배귀희 숭실대 행정학과 교수는 “’한류‘ 이후 많은 관광객들이 한국을 찾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제도는 한국의 무형 자산인 관광이나 한류 등을 수출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경찰들이 내·외국인 상관 없이 보편적인 시민들의 인권을 보호해 주고 관광객 편의를 돕는 것은 윤리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창의적인 발상에서 나온 해당 제도에 대해 잘못하는 부분에 대해서 언론 등에서 따끔히 질타할 필요가 있지만 잘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필요도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박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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